선발 김사율, 베테랑의 존재 가치 증명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28 06: 10

2년 연속 롯데 뒷문을 굳게 지켰던 김사율(33)에게 2013년은 혹독했다. 2011년 20세이브, 2012년 34세이브를 기록한 김사율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2년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했고 그가 작년 지킨 34번의 승리는 구단 역사상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다.
하지만 김사율은 올 시즌 주전 마무리투수에서 밀렸다. 딱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작년 0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린 정대현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겼다. 다시 필승조로 돌아온 김사율이지만 성적은 예년만 못했다. 26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 중이었다. 필승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난해보다 피홈런이 늘어나며(2012년 4개, 2013년 6개) 블론세이브도 3번 기록했다.
사실상 필승조에서도 밀린 김사율, 김시진 감독의 결단은 선발 전환이었다. 마침 롯데는 4,5선발이 공석으로 적임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던 상황, 올스타 브레이크 때 김사율은 허준혁과 함께 선발 준비를 했다. 김사율은 육성군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하면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시즌 중 선발로 전환했기에 많은 공을 던지기는 힘든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김시진 롯데 감독도 27일 경기 전 "이닝이 아니라 투구수에 따라 끊어줄 것이다. 대략 70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사율이 통산 364경기 가운데 선발로 나선 건 단 20경기 뿐, 그 마저도 마지막 선발등판이 2003년 9월 27일 사직 삼성전으로 무려 10년 전이었다.
그리고 김사율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김사율은 2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전에 선발로 등판,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km, 투구수는 65개였고 스트라이크 38개, 볼 27개씩 각각 기록했다. 5회 첫 타자인 김강민을 상대할 때 오른손 중지 살갗이 벗겨져 자진강판 하지 않았다면 더 오래 던지는 것도 가능했다.
비록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낸 김사율이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위기를 넘겼다. 1회 1사 2루에서 조동화를 도루자로 잡아내고, 볼넷으로 내보낸 최정은 직접 1루에 빠른 견제를 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2회와 4회에는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냈지만 범타유도로 병살타 1개를 곁들여 실점을 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유일한 실점도 3회 정근우에게 허용한 솔로포였다.
어쩌면 김사율은 선발로 더 적합한 투수일 수 있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일단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사율은 직구와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을 적절하게 구사했다. 게다가 베테랑으로 마운드 위에서 경험도 풍부하다. 마무리를 2년동안 했기 때문에 위기에서의 마인드컨트롤은 수준급이다.
경기 후 정민태 투수코치는 김사율의 피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코치는 "4,5선발이 없는 팀 상황에서 도움이 됐다. 사실 작년 김사율이 30세이브 이상 하지 않았나. 그랬던 선수가 필승조에서 밀려서 아까웠다. 김사율을 도와줄 방법은 선발로 전환하는 것이었고 기대에 부응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코치는 "구질이나 투구패턴 모두 선발에 적합하다. 일단 다음 경기도 선발로 나가는데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김사율은 상기된 얼굴로 "팀에 도움이 못돼 너무 미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사율은 "선발 기회를 주셔서 꼭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날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한 것에 대해 김사율은 "불펜에서는 1점만 내줘도 안 되지만 선발은 1점을 줘도 다음 기회가 있다. 대량실점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어떤 보직이든 팀에 도움이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선발진이 무너진 롯데가 힘들 때 김사율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합격점을 받은 김사율은 당분간 선발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후반기 김사율이 4선발을 꾸준히 지켜 준다면, 베테랑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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