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소셜테이너는 사회를 뜻하는 소사이어티(society)와 연예인을 가리키는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직접 참여하는 연예인을 말한다. 이들은 유명스타이기에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는 가운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대중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여론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낸다.
이효리는 섹시여가수의 대표 아이콘이다. 이름 하나 만으로도 존재감이 뛰어난 그녀는 섹시가수라는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떳떳하고 당당한 소셜테이너다. 그녀는 신비주의로 포장하는 비슷한 위치의 톱스타와는 달리 털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운동 혹은 여론조성을 위한 발언에 솔직하고 적극적이다.
우선 그녀는 채식주의자다. 한때 한우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3년 전부터 채식을 하면서 그 활동에서 손을 놨다. 그녀는 예전에는 불같은 성격이어서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일이 많았는데 채식을 하고 나서 그런 경우가 적어졌고 피부도 아기처럼 좋아졌다고 채식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그녀의 동물사랑은 유기견 보호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녀는 유기견 보호센터에 매달 사료 1톤을 보내며 유기동물의 배를 채워주는가 하면 여기서 직접 순심이라는 유기견을 입양해 대중에게 유기견 입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순심이 달력을 만들어 이를 판매한 수익금 1억2000만 원을 한국동물복지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이니만큼 불우이웃돕기 기부 등의 선행은 기본이다. 지난 2011년 말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아름다운재단에 5000만 원을 기부해 독거노인 300여 명의 겨울철 난방비를 해결해주는가 하면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직접 독거노인을 방문해 연탄 배달, 병풍 작업 등의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등 불우이웃돕기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흔히 보수와 진보의 양대진영으로 나뉜다. 기득권을 지키고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은 보수진영이고 새로운 혁신으로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변화를 부르짖으면 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다. 일부에서는 보수를 우익, 진보를 좌익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소셜테이너 이효리는 진보지만 좌우의 이데올로기는 배제된 이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인 의도와 성향은 안 보이되 사회적 발전과 친환경 그리고 인간애와 동물보호를 부르짖는 그녀의 이데올로기는 아름답다.
이번에는 결혼이다.
그녀가 음악적 동료 이상순과 오는 9월 1일 결혼하기로 돼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그녀의 결혼이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에 그녀는 31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이에 대해 언급하며 다시 한 번 진보적 소셜테이너다운 모습을 보였다.
"아침부터 제 결혼이 연기됐다는 기사가 났군요. 무슨 일 있나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어요"라는 그녀는 "저희는 처음부터 화려한 결혼식 자체를 계획한 적이 없었고 양가 부모님과 형제들만 모인 자리에서 같이 식사 한 끼 하며 상견례 겸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라고 자신들의 결혼식 계획을 분명하게 규정지었다.
"예전부터 결혼을 한다면 작고 조용하게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고 상순오빠와 가족들도 동의해주어서 그냥 식 없는 결혼을 하게 됐다. 일생 한 번뿐이었으면 좋겠는 중요한 날이기에 오빠와 가족과 조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그녀는 "결혼식을 하면 와서 축하해주시겠다는 많은 지인 분들께,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일일이 못 드려 여기에 대신합니다. 저 잘 살게요"라고 공개적인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절차와 형식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구 사회는 썩 합리적인 편이다. 그들의 결혼식은 그래서 가족과 친지 등이 모인 단촐한 모습이기 마련이다. 할리우드의 대스타도 마찬가지다. 선물이나 예물 등은 호화찬란할지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수백 명이 몰려들어 왁자지껄한 결혼식은 대스타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면 결혼식에서 주인공을 신랑 신부고 가장 축복받아야 할 사람도 그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만 참석하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혼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결혼식, 특히 유력인사나 유명인의 결혼식의 경우 이것은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기 위한 수수한 축제의 장을 떠나 당사자나 가족들의 세력과 위용의 과시성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최근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전 전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그의 아들들이 결혼식을 올릴 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축의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입맛을 씁쓸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수의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축의금이 목적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유명세와 인기도, 즉 사회적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와 연예계의 모든 유력인사들을 불러모아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모양새인 것이 사실이다.
이효리 역시 제대로 오픈된 결혼식을 마련한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유명 연예인의 결혼식 못지 않은 성대하고 장대한 예식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수수한 '이너 서클'만의 모임으로 결정했다.
이는 과시를 멀리하고 과소비를 방지하면서 실속있는 사랑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굉장히 합리적이면서도 마음 씀씀이는 커다란 결정이다. 대형스타라면 이 정도 세상에 귀감이 될 만한 행동을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든데 이효리는 이모저모 말하고 행동하는 것마다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