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이어 KIA, 그리고 KT. 앞선 두 개의 팀이 탈바꿈과 전력 증강을 위해 그를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신생팀 컬러 확립의 적임자로 선택받았다. 조범현 KT 위즈 초대 감독은 세 번째 지휘봉도 영어 이름 팀에서 잡게 되었다.
신생 10구단 KT는 2일 “팀의 초대 사령탑으로 조범현 삼성 라이온즈 인스트럭터를 선임했다.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15억원”이라고 밝혔다. 충암고-인하대를 거쳐 1982년 OB(두산의 전신)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문한 조 감독은 1982년 은퇴 후 쌍방울-삼성-KIA 등에서 배터리 코치로 재직했다. 2003년 SK 지휘봉을 잡고 그해 페넌트레이스 4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성공했고 2009년에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역대 통산 성적은 524승498패. 재미있는 것은 감독 입봉팀인 SK와 첫 우승에 성공한 KIA는 물론 이번에 지휘봉을 잡는 KT까지 모두 영어 이름팀이라는 점이다. 세 개의 팀을 맡으면서 모두 영어 이름팀인 예는 조 감독이 유일하다.

2000년 초 공중분해된 쌍방울 선수단을 인계받아 창단한 SK는 초대 강병철 감독에게 2002년까지 지휘봉을 맡겼다. 타자를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던 강 감독 체제로 첫 3년을 보낸 SK는 당시 삼성 배터리코치로 재직 중이던 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기본적인 지도력을 인정한 데다 FA 시장에서 조 감독의 수제자인 포수 박경완을 현대에서 영입하며 세 굳히기에 나선 것. 그해 조 감독은 SK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성공했다.
KIA의 경우 2001시즌 도중 해태를 인수하며 이름을 바꾼 케이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전신인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한글로 기아를 표기했으나 현대자동차 그룹의 해태 인수 후에는 굶주림을 뜻하는 기아(飢餓)의 이미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영문 KIA로 표기했다. 조 감독은 2008시즌부터 KIA의 지휘봉을 잡았고 2009년 6선발도 가능했던 강력한 선발진과 이적생 거포 김상현의 가세, 한기주의 부상 이탈을 막은 마무리 유동훈 등을 앞세워 SK를 제치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생팀 KT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입봉팀인 SK도 이동통신 업계를 장악한 최대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혔는데 이번에도 조 감독은 통신 기업에서 자신의 야구 색깔을 확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감독은 "국내 최고의 통신 기업이자 국민기업인 KT의 프로야구단 초대 감독으로 선임돼 매우 영광이다"라며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와 노력을 통해 신생 구단인 KT가 중장기적으로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단단한 초석을 다지겠다. 또한 KT 이미지에 어울리는 빠르고, 공격적인 야구, 재미있는 야구를 통하여 팬들에게 어필하고 감동을 선사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기생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뚝심의 선 굵은 야구로 대표되었다면 조 감독은 세밀한 전략가로 평가받으며 ‘조갈량’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우연의 일치로 세 번째 팀도 영어 이름팀을 맡게 된 조 감독은 자신의 야구 지론을 신생팀에서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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