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가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야무지다’다. 이미지 자체도 그렇지만 큰 눈동자로 상대방을 주시하며 얘기에 집중하거나 똑 부러진 말투로 제 생각을 드러내는 걸 보고 있자면 “참 야무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가은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성빈이었다. 노란 머리에 리본 머리띠 등 화려하게 치장하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사교성 가득한 성빈이는 김가은에게 가장 적합한 캐릭터였다. 이러한 반응은 김가은 역시 성빈을 탁월하게 연기했기 때문.
그 때문일까. 인터뷰하는 도중 실수로 여러 번 ‘김가은’을 ‘성빈’이라고 호명했다. 이에 김가은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성빈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웃음)”

“성빈이랑 성격이 아주 비슷해요. 워낙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데 날라리는 아니에요.(웃음) 그래서 아무래도 연기하기에 편했던 것 같아요. 화려한 건 아닌데 튀는 거 좋아하는 그런 게 잘 맞아서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학교 다닐 때도 활발했어요. 중학교 때는 친구들 모아서 장기자랑 준비하고 고등학교 때는 연기학원 다니면서 시끄럽기도 하고 수다 떠는 거 좋아하고 그랬죠.”
2009년 SBS 공채탤런트 데뷔 이래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 성빈을 만난 김가은은 날개를 단 듯 연기했고 그런 김가은의 노력은 인기로 돌아왔다. 대중이 김가은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 데뷔 후 한 해도 빠짐없이 드라마에 출연, 벌써 필모그래피에 10개가 넘는 작품을 올렸지만 지금껏 그를 제대로 알아본 사람들은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과 캐릭터 간에 공통되는 교집합이 많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이젠 김가은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CF도 찍었다.

“요즘에 인기를 실감해요. 그전에는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봤는데 ‘너목들’ 하면서 가장 관심도 많이 받고 제일 많이 알려졌어요. 이젠 어린 친구들도 좋아해 줘요. ‘너목들’ 본 분들은 제가 이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거로 생각해요.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나온 걸 모르시더라고요. 성빈 캐릭터가 정말 저랑 잘 맞았죠.”
김가은이 성빈이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욕연기’다. 드라마 속에서는 ‘삐’처리가 됐지만 욕을 차지게 한다는 느낌은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신기한 게 방송에는 욕이 나오지 않았는데 차지다고 말하더라고요. 조수원 감독님한테 오디션을 봤을 때 성빈이 대사로 했어요. 성빈이 대사가 욕 대사가 많잖아요. 오디션 전에 대본도 보고 열심히 연구도 하고 연습했어요. 막상 감독님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랬는데 성빈이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어서 차지게 보이려고 했어요.”
김가은은 데뷔 4년 만에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그전까지 연기 주변에 머물렀다면 이젠 연기의 중심부로 다가가고자 하는 욕심이 그에게 생겼다.
“예전에는 역할에 한계가 있어서 연기에 목말랐어요. 공채생활을 하다 보니까 작품은 계속 해서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죠. 이전까지는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너목들’을 하고 나서 욕심도 생기고 좀 더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연기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재미도 붙였어요.”

그러나 공채생활이 헛된 것도 아니었다. 어찌 됐든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고 쉬는 해는 없었고 그 덕에 연기에 대한 감을 잊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4년의 연기생활 동안 10개 이상의 작품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연기한 건 큰 도움이 됐다.
“21살 때 뭣 모르고 연기에 발을 들였던 거라 카메라에 대해서도 몰랐는데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하나하나 조금씩 배웠어요. 그리고 극 중 여직원이라고 해도 역할이 있는 거니까 다양한 역할을 해서 많은 경험이 됐어요.”
또한 공채생활은 김가은에게 연기 외에도 인생에서 큰 걸 얻었다. 요즘 연기자 지망생들은 기획사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후 기획사의 지원을 받지만 김가은은 기획사 없이 공채탤런트로 시작,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모든 걸 해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김가은은 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히 올라갈 수 있었다.
“2년 동안 혼자서 다녔어요. 혼자 스케줄 조정도 해야 하고 대기할 곳도 없고 코디도 해야 하고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기획사에 들어가서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정말 감사해요. 과거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돼요.”
공부하든, 놀든, 일하든 흥미가 있어야 집중해서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법. 김가은이 이제 제대로 연기의 맛을 봤다. 그가 배우로서 크게 주목받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너목들’ 출연이 저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아무래도 좀 더 욕심을 내서 다양하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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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