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무승부' 서울, '극장' 대신 김용대의 '선방쇼' 상영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8.22 06: 59

서울의 '용대사르' 김용대(34)의 왼쪽 눈썹 위에는 아직도 부상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 15일 대전전에서 골포스트에 부딪혀 생긴 상처다. 눈두덩이 아직도 부어있는 상황에서 김용대는 이날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의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원정 무승부에 기여했다.
FC서울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킹 압둘 아지즈 스타디움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알 아흘리와 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막판 동점골을 내주며 아쉽게 무승부에 그쳤지만, 원정에서 골을 만들어낸 서울은 오는 9월 18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
2년 전 안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에 저녁 9시에 킥오프임에도 불구하고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홈팬들의 야유와 110km 이상 떨어진 숙소 등 악조건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전반 10분 만에 고요한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알 아흘리의 골망을 가르며 선제골을 만들어내 1-0 리드를 잡았다. 중동원정에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에 리드를 잡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석현준은 생각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패스와 공격의 기점으로 활발하게 움직인 브루노 세사르가 서울 수비진을 흔들어놨다. 알 아흘리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졌고 후반으로 갈수록 서울 골대를 향하는 슈팅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아찔한 상황도 반복됐다. 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이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해졌다. 시차적응에 체력저하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알 아흘리의 슈팅 수가 늘어날수록 바빠지는 이는 김용대였다. 김용대는 이날 서울 수비의 최종 방어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전전에서 부상당한 눈두덩에 여전히 거즈가 붙어있는 상태로 김용대는 알 아흘리 선수들이 퍼붓는 슈팅을 끈질기게 잡고 또 쳐냈다. 후반 35분 술탄 알 사와디에게 아쉬운 동점골을 내주긴 했지만, 서울이 역전패 대신 원정 무승부라는 값진 결과를 안고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김용대의 선방 덕분이었다.
집중력과 노련함으로 무승부를 지켜낸 김용대는 이날 경기 최고의 수훈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흔들리던 모습은 말끔히 지워낸지 오래다. 골문을 지키고 선 김용대는 이날 말 그대로 서울의 '수호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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