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영봉패를 당했지만, 아쉬움보다 커다란 희망을 쏘았다.
LG 우투수 유원상(26)이 27일 잠실 넥센전에 등판, 마침내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지난 22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유원상은 이날 6회초 2사 1, 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허도환을 초구 146km 직구로 포수 플라이로 잡았고 이후 정규이닝 마지막인 9회초까지 내리 9명의 타자를 범타로 처리,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철벽을 과시했다. 직구 구속은 140km 중후반대였고, 슬라이더도 140km를 상회하며 지난해 특급 셋업맨의 모습을 재현했다. 팀은 0-1로 졌지만 LG 불펜 전체를 놓고 보면 청신호를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유원상은 제3회 WBC에 앞서 국가대표팀에 합류,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WBC에 대비해 일찍이 페이스를 올린 게 독이 됐다. WBC 연습경기부터 부진하더니 시즌 개막 후에도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결국 오른쪽 허벅지 통증으로 4월 25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LG는 이동현-정현욱-유원상-봉중근으로 이뤄진 리그 최강 필승조의 한 축을 잃었다.
다행히 유원상의 부재에도 LG는 흔들리지 않았다. 봉중근은 시즌 내내 구원왕 경쟁을 펼치고 있고, 정현욱은 시즌 개막부터 진가를 드러냈다. 정현욱이 다소 주춤하자 이동현이 올라섰다. 류택현-이상열의 베테랑 좌완 릴리프 콤비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LG는 리그 최고 마운드를 구축, 6월 6일 이후 팀 평균자책점 1위 자리를 사수하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동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한 달에 많아야 두 번이었던 역전패가 18일 KIA전과 21일 넥센전에서 나왔다. 1위 탈환은 물론, 치열한 마운드 싸움이 펼쳐지는 포스트시즌을 위해서는 불펜진 보강이 절실한 상황. 23일 SK전과 27일 넥센전에서 보여준 유원상의 모습이라면, LG 마운드에 천군만마가 가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유원상의 복귀는 지난 7월 4일에 이뤄졌다. 당시 LG는 선발투수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으로 불펜진 소모가 극심했고, 불펜 붕괴를 막기 위해 유원상을 콜업했다. 유원상의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 페이스를 찾는다는 계획이었다.
유원상은 8월 12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계획대로 몸을 만들어 정확히 10일 후 1군에 합류했다. 지난 22일 SK전을 앞두고 LG 김기태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기대감을 보였고 27일 경기 후 차명석 투수코치 역시 “이제 좋아졌다. SK전부터 잘 던지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유원상은 예전부터 후반기, 특히 가을에 강했다. 통산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5점대지만 9월에 3.42, 10월에 3.44를 찍고 있다. 2012시즌 전반기 평균자책점 2.10, 후반기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항상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원상 또한 “원래 후반기에 잘했으니까 포스트시즌까지 쭉 이어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는 27일 유원상의 철벽투로 1점차 경기임에도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했다. 이처럼 유원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면, 선두탈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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