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지성도 아니었다. 이청용(25, 볼튼)은 이청용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서 1-2로 석패했다.
뚜껑을 열기 전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홍명보호는 지난 아이티전서 출범 후 5경기 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4골을 넣고 1골을 내줬다. 앞서 4경기 1골에 그쳤던 빈공에서 벗어났다. 희망을 봤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달랐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니키차 옐라비치(에버튼) 등 팀의 기둥들이 대거 빠졌지만 다른 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아스날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귀화 출신 공격수 에두아르두 다 실바를 비롯해 백전 노장 다리오 스르나(이상 샤흐타르), 이반 라키티치(세비야), 이반 페리시치(볼프스부르크) 등이 건재했다.
세계 최고의 틈바구니 속에서 진주처럼 빛난 태극전사가 있다. 시종일관 크로아티아 수비진을 괴롭혔던 이청용이 그 주인공. 한국의 위협적인 찬스는 대부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아이티전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청용은 아이티전서 45분만 소화하고도 페널티킥 2개를 얻어내며 3골에 관여했다.
크로아티아전 선발 출격은 당연했다. 초반엔 다소 삐걱거렸다. 몸이 덜 풀린듯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예열을 마치자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번뜩이는 움직임과 재기 넘치는 드리블, 칼날 패스 등 측면 날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역시 에이스다웠다. 공세에 시달리던 전반 22분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 한 명을 완벽히 농락한 뒤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배달했다. 김보경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이청용의 클래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파상 공세를 벌였다. 이청용이 중심에 섰다. 후반 16분 크로아티아의 수비수 3명을 순식간에 따돌렸다.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해 슈팅을 날렸다.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날 한국의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홍명보호는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청용의 이름 석 자가 아로새겨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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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