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반기 LG 공격의 중심에는 3루수 정성훈(33)이 자리하고 있다.
정성훈은 후반기 타율 3할8푼1리 OPS .976 4홈런 3도루 22타점 22득점으로 LG의 선두탈환과 수성을 이끄는 중이다. 마치 지난 시즌 초반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처럼, 4번 타순에 배치되며 해결사 역할을 100% 수행한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단순히 타석에서만 팀에 공헌하고 있는 게 아니다.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베이스를 훔치고 안정된 수비로 내야진의 중심을 잡는다. 10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후 정성훈은 최근 자신의 플레이와 올 시즌 달라진 부분, 팀이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 기쁨 등을 이야기했다.
정성훈은 후반기 자신의 활약에 대해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운이 좋을 뿐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후반기 리그 전체 타율 2위, OPS 공동 6위의 기록은 절대 운으로 나올 수 없다. 선두 재탈환에 성공한 지난 9일 잠실 삼성전에서 정성훈은 1회말 결승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정성훈의 타격을 두고 “자신의 스윙 궤도와 타아밍을 잃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과 연구를 많이 한다. 타격폼이 상당히 큼에도 꾸준하다는 것은 그만큼 땀을 많이 흘린다는 뜻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타격은 잘 모르겠다. 괜한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하면서도 타석에선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삼성전은 정말 힘들었다. 그만큼 집중했다. 예전에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던 것처럼 했던 거 같다. 경기가 끝난 후 정말 진이 빠질 정도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치열하게 포스트시즌을 보냈던 기억도 났다. 솔직히 지금보다 더 잘 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올 시즌 정성훈의 기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루다. 현재 도루 11개로 2년차였던 2000시즌의 10개, 2002시즌의 16개 이후 약 11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사실 작정하고 뛰면 한 시즌에 20개는 할 수 있다. 예전에 16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뛰다가 다치면 경기에 나올 수 없으니까. 결국 나한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올 시즌에는 스프링 캠프부터 최태원 코치님이랑 많이 뛰기로 다짐했다. 이전까지 도루 4, 5개나 기록했던 내가 뛰니까 상대 투수가 방심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고질병에서 이제는 강점이 된 내야수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정성훈은 이병규(9번)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임시 주장을 맡았다. 개막전부터 결승 만루포를 터뜨리며 4월 한 달 타율 3할1푼을 기록했으나 수비가 문제였다. 지난겨울 완전히 달라진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적응하지 못했고, 에러가 속출했다. 주장이자 내야진 최고참인 정성훈에게는 시련의 순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정성훈이 스스로 내야진의 반환점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유 코치는 지난 6월 8일 “계속 불규칙 바운드에 당했을 당시, 성훈이가 30분 일찍 나와서 훈련하겠다고 하더라. 자칫하면 체력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먼저 훈련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성훈이가 하니까 후배들도 모두 동참했고 그러면서 내야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즌 초 내가 실수했고 나 때문에 진 경기가 꽤 있었다. 자진해서 연습에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계속 연습하다 보니 수비가 안정됐다. 사실 지금 수비가 잘 되는 것은 그라운드가 이전보다 안정된 면도 있다. 바뀐 그라운드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개막을 맞이했었다. 지금 그라운드 상태는 작년과 비슷하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먼저 나와서 훈련하니 후배들도 다 따라 나오더라.”
18년 만에 8월 이후 선두등극,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졌던 LG가 기적을 쓰고 있는 원인도 밝혔다. 정성훈은 선수층이 몰라보게 두터워졌고 그러면서 시즌 내내 활약하는 선수가 튀어나온다고 했다. 정성훈 또한 5월에 타율 2할6푼으로 고전했으나 당시 정의윤이 4번 타자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후 정의윤의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는 정성훈이 도약, LG의 4번 타순은 시즌 내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작년까지 우리 팀은 잘 할 때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다. 그러다가 한 두 명이 못하면 다 못했다. 무슨 전염병 같았다. 그러다보니 팀 성적 또한 상승세를 타다가 한 번에 추락했다. 올해는 다르다. 부진한 선수가 나와도 또 다른 선수가 부진을 메운다. 팀 전력과 성적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 팀의 가장 달라진 부분인 것 같다.”

현대 소속이었던 2004시즌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노리는 마음가짐도 드러냈다. 먼저 2009년 FA를 통한 LG 이적 후 작년까지 팀 성적이 저조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LG의 호성적이 현대 시절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고 있으며 우승을 향한 욕심도 강하다고 했다.
“사실 현대에서 우승했을 때는 큰 감흥은 없었다. 당시 현대서 3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긴 했으나 그 때는 너무 어려서 그런지 우승해도 그저 멍했다. 그런데 LG에 오고 나서 4, 5년 동안 정말 힘든 경험을 했다. 일단 포스트시즌 첫 무대에 나가면 굉장히 기쁠 것 같다. 물론 한국시리즈서 우승한다면 훨씬 더 기분이 좋을 것이다.”
2012시즌 정성훈은 타율 3할1푼 12홈런 OPS .909로 LG 4번 타순에 붙었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공수를 겸비한 3루수에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 게다가 1차 FA 계약기간이었던 4년 동안 연평균 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을 기록한 꾸준함도 증명했다. 정성훈의 행보는 FA 시장의 태풍의 눈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지난겨울 FA 시장 최대어는 KIA와 4년 최다 50억원의 계약을 체결한 김주찬이 됐다. 정성훈이 일찍이 LG에 잔류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50억원 이상의 계약을 따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성훈은 2012년 11월 12일 FA 우선협상 기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LG와 4년 최다 34억원에 재계약, 일사천리로 잔류를 택했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무렵 정성훈은 “솔직히 FA 계약을 하기 전에는 돈·팀 성적·환경 모두를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LG를 떠나면 도망자 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성적만 난다면 LG에서 뛰는 게 어떠한 팀에서 뛰는 것보다 값진 환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LG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대우보다는 도전을 택했음을 강조했었다.
지금 정성훈은 10달 전을 돌아보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LG의 도약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LG에 남길 정말 잘했다. 사실 지난 시즌 끝나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다. 돈을 쫓아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LG에 남으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고 확신한다. 정말 여기서 꼭 성적을 내고 싶었다. 올해 성적이 잘나오고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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