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았던 전북과 인천의 90분을 돌아봤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양 팀 모두 승리가 간절했다. 앞서 포항 스틸러스에 0-3 완패를 당했던 전북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2연패에 빠져 있던 인천도 연패 탈출이 시급했다.

퇴로는 없었다. 경기 전 수장들도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원정이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승부를 내야 하는 경기"라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김봉길 인천 감독도 "연패에 부상자까지 생겼다. 오늘을 계기로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며 맞불을 놓았다.
뚜껑을 열자 불꽃이 튀었다. 공이 돌아가기 무섭게 서로의 숨통을 조였다. 강력한 압박에 그라운드의 전사들은 쉴 새 없이 쓰러졌다. 총성 없는 전쟁, 치열한 승부였다. 양 팀 합계 슈팅은 27개, 경고는 5장이 나왔다.
생각지 못한 일도 발생했다. 전반 34분께 인천의 김남일과 경합을 벌이던 전북의 박희도가 쓰러졌다. 그라운드에 뒷통수를 강하게 부딪혔다.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 상황을 감지한 김남일의 발 빠른 대처가 빛났다. 지체없이 의료진 투입을 요청했다.
전북과 인천의 의료진, 119 구조대원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현장의 모든 이들이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봤다. 이미 박희도의 혀가 말려들어가고 있는 응급 상황. 의료진은 재빨리 혀를 원상태로 돌려놓는 한편 의식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1분여의 짧은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을 되찾은 박희도가 들것에 실려 나와 곧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고 전북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재개됐다. 박원재가 왼발로 세차게 감아차 올린 공은 케빈의 머리를 정확히 조준했다. 케빈의 머리를 떠난 공은 인천 권정혁 골피커의 손과 골대를 차례로 때린 뒤 골문 안으로 떼굴떼굴 굴러들어갔다. 박희도가 얻어낸 프리킥을 전북이 귀중한 선제골로 연결시킨 순간이었다.
후반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봉길매직' 김봉길 인천 감독이 이천수와 구본상을 빼고 찌아고와 김재웅을 넣은 것이 주효했다. 빠른 발과 기술을 자랑하는 둘은 전북의 수비진을 휘저었다. 후반 28분 찌아고가 프리킥을 얻어냈고, 김재웅이 환상적인 프리킥 캐논포로 마무리지었다. 전북의 수문장 최은성이 손을 뻗어봤지만 골대 구석을 찌르는 대포알 슈팅에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승부는 결국 치열한 공방 속 1-1 무승부로 끝났다. 두 팀 모두 활짝 미소를 짓지 못했다. 전북(승점 48)은 이날 무승부로 서울(승점 50)에 3위 자리를 내주며 4위로 떨어졌다. 인천은 6위를 유지했지만 상위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먼저 인터뷰실에 들어온 최강희 감독은 "축구 경기가 아니고 전쟁을 치른 것 같다. 매 경기 승부를 내야 하는데 오늘과 같이 경기가 격렬하다 보면 부상 위험도 많고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렵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봉길 감독은 "세트피스에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후반 들어 심기일전해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 팀의 경기는 박희도가 정밀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으며 무사히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근래 보기 드문 혈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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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