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두산-LG의 역대 가장 치열했던 PS행 경쟁사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09.13 08: 50

5점 차로 뒤진 마지막 순간인 9회초 최재훈(24)이 스리런, 김동한(25)이 또 스리런포를 날려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두산은 9월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2-7로 뒤진 9회 초 3점 홈런 2개를 앞세워 대거 7점을 내며 9-7로 역전승을 올렸습니다.
9회에 5점차로 뒤진 팀이 역전승을 거둔 것은 프로야구 32년 사상 세 번째입니다. 1990년 6월 3일 광주에서 해태가 롯데를 상대로, 2006년 8월 16일 잠실에서 LG가 롯데를 상대로 5점차를 극복하고 9회 말에 역전승을 거둔 기록이 있습니다. 
두산은 이날 SK 선발 김광현에게 7회 투아웃까지 0-7, 무득점으로 끌려가다가 8회에 두 점을 뽑고 9회에 7회 말 대수비로 들어선 최재훈이 윤길현을 상대로 3점포를 쏘아 올리고, 9회초 2사 후 김현수-정수빈을 대신해 타석에 나선 신인 우타자 김동한(프로 3년차, 종전까지 14게임 5안타, 타율 4할1푼7리, 5도루)이 일급투수 박희수를 상대로 좌월 역전 3점포를 터트린 것입니다.

또 두산은 지난 5월 8일 문학원정에서 4회까지 11-1, 10점 차로 리드하다가 12-13으로 역전패한 아픔을 갚은 셈입니다.
LG와 두산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함께 사용하는 양팀은 예전 MBC 청룡-OB 베어스 시절부터 치열하게 경쟁해 왔습니다.
9월 12일 현재 LG는 1위, 두산은 3위로 양팀의 승차는 두 게임 반차이고 두산이 2위 삼성과 승차는 한 게임 차로 좁혀졌습니다. 올해 두산과 LG, 양팀의 맞대결은 LG가 7승6패로 약간 앞서 있고 세 경기가 남았습니다. 남은 경기는 9월 20일(금), 9월 30일(월)에 벌어지고 한경기는 아직 편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LG(MBC 포함)가 지난 해까지 31시즌동안 ‘가을 야구’에 참여한 적은 9차례였고 두산(OB 포함)은 16번이나 됩니다. 두 팀이 나란히 함께 ‘가을 야구’에 진출한 경우는 4번밖에 없었고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한 경우는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한 지붕 라이벌 팀으로써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다 상대방을 아슬아슬하게 탈락시킨 일도 있었는데 1986년 4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된 해가 그렇습니다.
당시 경기를 회고하면~~~
1986년 9월 17일 '한가위 이브'였는데 정규시즌의 마지막날 OB는 잠실에서 롯데와 운명의 마지막 게임을 치르는 중이었습니다. OB선발 최일언(현 NC 투수코치)은 1회초 조성옥에게 좌월2루타, 김용철에게 중전적시타, 그리고 유두열에게는 우전적시타 등 4안타를 두들겨맞고 2실점. OB는 1회말 김형석의 희생플라이로 안타없이 1점을 따라붙었으나 역전의 실마리를 도무지 잡지 못한 채 이닝만 흘려보내다가 8회초 또다시 실점했습니다.
바로 그 시각 전주. 서울로 시외전화를 걸어 OB-롯데의 경기진행 상황을 알아본 MBC는"이제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훈련계획이나 짜야겠군"이라며 기뻐했습니다. MBC는 이날 전주 방문경기에서 해태를 9-4로 꺾고 후기리그 31승19패4무, 승률 6할2푼(86년까지는 무승부를 승률계산에서 제외시켰었다)으로 시즌을 끝냈습니다. OB가 롯데에 진다면 32승20패2무로 승률 6할1푼5리, MBC가 후기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게 됩니다.
최일언은 1-3, 9회1사에서 마운드를 물러났습니다. 릴리프는 박노준. 입단동기생 MBC 김건우는 바로 그날 해태전 승리로 18승째를 올려 '신인최다승' 신기록을 세우며 신인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박노준은 전날까지 겨우 4승6패7세이브에 머물고 있었고 패전처리와 같은 처지에서 마운드에 오른 두 타자를 잡아 3-1스코어를 지켰습니다.
롯데는 최고투수 최동원. 이날따라 유별난 호투였습니다. 롯데는 이미 5위가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게임의 승부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최동원은 이 게임을 이기면 누구도 달성해보지 못한 3년연속 20승투수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최일언도 최동원과 마찬가지로 19승을 따놓고 이 게임에서 프로 첫 20승에 도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느냐 못나가느냐에 더 큰 비중이 걸렸습니다.
최동원은 8회말을 3자범퇴로 처리해 이제 최동원의 20승 도달과 롯데의 승리이자 MBC의 승리이기도 한 결승점까지는 불과 3아웃만 남았습니다.
이날 OB의 정진구 운영부차장는 관중석에서 관전했는데 사실 정 차장은 전날 잘 알고 지내던 3년 선배 강병철 롯데감독을 부산으로 찾아가 "제발 최동원만은 투입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부러 져달라는 말은 아니지만 최동원만 등판하지 않는다면 해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감독은 에이스의 20승 영광을 위해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었고 MBC로부터도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어 예정대로 최동원을 투입했습니다.
8회까지 산발 4안타로 최동원에게 눌린 OB는 비기기만 해도 처음으로 실시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최동원으로부터 9회말에 한꺼번에 2점을 뽑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9회말 선두타자 김광수의 첫 안타가 터졌습니다. 기대가 부푸는 순간 다음 타자 김형석은 크게 헛스윙을 하는 통에 투스트라이크 노볼로 몰려 기회는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3구삼진을 노린 최동원의 배짱직구는 김형석이 휘두른 배트에 오른쪽 스탠드 중단에 맞는 투런 동점홈런이 됐습니다. 최동원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김형석의 홈런이 터진 것은 하오 2시 48분. 일몰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해 연장전은 15회까지라도 벌일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으나 허탈감에 빠진 그를 다음 타자 ‘학다리’신경식(현 LG 퓨처스 타격코치)은 좌중월3루타를 다시 두들겼습니다.
중견수 홍문종이 황급히 볼을 주워 정영기를 거쳐 3루수 김용철에게 릴레이했으나 볼이 악송구가 되면서 3루쪽 펜스로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커버해야 할 최동원은 허탈감으로 그냥 마운드에 그대로 서 있어 신경식은 3루타에 이어 그대로 홈까지 질주, 극적으로 OB가 4-3으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최동원의 112구째를 노려 뽑은 김형석의 시즌8호 투런동점홈런은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OB는 33승19패2무로 MBC를 1게임차로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MBC 선수단은 낭패감에 젖었습니다.
▲최동원은 3년연속 20승이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다가 떨구었으며
▲최일언은 비록 20승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으나 19승4패를 유지함으로써 승률 8할2푼6리로 승률왕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이 바람에 24승6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의 호성적을 마크한 선동렬(해태)이 다승과 평균자책점 2관왕에 그치고 승률(.800)에서 뒤지는 바람에 자신의 첫 투수3관왕을 차지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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