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한봉 감독의 체력 훈련이 한국 레슬링을 부흥으로 이끌었다.
한국 레슬링이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 이어 활짝 웃었다.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종합순위 공동 4위에 올랐다. 1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신고한 한국은 1999년 3위(금3, 은2)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는 런던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김현우(25, 삼성생명)가 출전했지만 금메달은 예상하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을 따냈던 김현우는 74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다. 김현우는 "금메달보다는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금메달을 따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큰 욕심은 없었던 셈이다.

류한수(25, 상무)의 금메달도 의외였다. 깜짝 스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오른 류한수는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60㎏급이었던 체급을 66kg급으로 올리고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두 선수의 활약은 강인한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림픽에서 퇴출이 되지 않기 위해 레슬링은 최근 3분 2회전의 총점제로 규정을 개정했다. 종전의 2분 3회전 세트제와 총 시간은 6분으로 같지만, 1회전에 3분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체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한국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한국은 안한봉 감독의 지도 하에 강한 체력을 키워왔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김현우는 안한봉 감독의 체력 훈련을 받은 뒤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그만큼 한국으로서는 이익이 아닐 수 없었다.
안한봉 감독의 체력훈련은 선수들에게 지옥과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결과도 따라왔다. 김현우는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을 해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며 "하늘이 노랗게 될 정도로 힘들게 훈련을 했다. 훈련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0-3으로 지고 있다가 5-3으로 역전한 류한수는 "상대가 체격이 좋지만 우리보다 체력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1회전에서 지고 있더라도 2회전이 되면 이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선수들조차 버거워 할 정도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한 레슬링 관계자는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너무 힘들어 했다. 그만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안한봉 감독이 '조금만 버티자'라며 읍소에 가깝게 선수들을 다독였다. 안한봉 감독의 그런 모습에 선수들도 감동해 버텨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한봉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레슬링 스타가 탄생하게 됐다. 그들의 장점을 뽑아 훈련을 시켰을 뿐이다"면서 "체력 훈련을 3~4단계까지 준비했지만, 아직 2단계까지만 소화했다. 그럼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며 선수들의 체력이 아직도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암시했다. 내년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다짐하고 있는 레슬링으로서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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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와 안한봉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