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비록 이들의 호투가 승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불펜 과부하를 막으며 팀에 희망을 안겼다. 이대로라면 목표로 삼은 ‘4월 버티기’도 가능하다.
LG 트윈스는 현재 차포마상이 없는 상태로 전쟁 중이다. 토종 원투펀치 우규민과 류제국이 이천에서 재활 중이고, 외국인 내야수 잭 한나한도 이천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박용택까지 독감으로 인해 지난 1일 엔트리서 제외됐다. 박용택은 오는 11일 1군에 합류할 예정. 한나한의 3루 공백은 정성훈의 공수 맹활약을 통해 메우고 있다. 결국 관건은 선발진. 5월에 돌아올 우규민과 류제국 대신 누군가가 마운드를 지켜야만 한다.
LG의 스프링캠프 1순위 과제 역시 선발투수 발굴이었다. 6명의 투수가 선발진 세 자리를 놓고 경쟁했고, 임지섭과 임정우가 경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LG는 정상적으로 2015시즌을 맞이할 것 같았던 우규민의 이탈을 장진용으로 메우기로 했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모두 선발투수로서 1군 풀타임 경험이 전무하다. 게다가 시범경기 모습도 좋지 않았다. 이래저래 선발진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임정우가 지난 1일 잠실 롯데전에서 4⅓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임지섭이 4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노히트 선발승을 거뒀다. 이어 임정우가 7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2실점, 장진용이 9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 조건을 충족시킨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비록 선발승은 임지섭 밖에 없지만, 세 투수 모두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장점은 100% 발휘했다.
일단 임정우는 지난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9⅔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3개만을 내줬다. 2014시즌 선발 등판시 임정우는 경기당 3.49개의 볼넷을 허용한 반면, 불펜 등판시에는 2.86개를 기록한 바 있다. 올 시즌 표본이 2경기 밖에 되지 않지만, 경기당 2.76개 볼넷으로 지난해 불펜투수 모습에 가까워졌다. 양상문 감독 또한 임정우를 두고 “선발로 나와서 좋은 공을 던지다보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임정우는 불펜 등판시 평균자책점 1.56으로 맹활약한 바 있다.
장진용도 장기인 정교한 제구력을 통해 마운드를 지켰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42km였으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통해 절묘하게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74개의 공을 던지며 스트라이크 52개, 볼 22개, 볼넷은 하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양상문 감독은 장진용을 두고 ‘우완 유희관’이라 칭했고, 장진용은 일년 뒤 핀포인트 제구력으로 양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2년차 임지섭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을 상대로 피안타 없이 탈삼진 9개를 기록하며 시즌 첫 선발승에 성공했다. 보다 나은 제구력을 위해 투구폼에 변화를 줬고, 볼넷을 내준 후 다음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했다. 상황에 맞게 패스트볼 구속을 조절하는 한편, 포크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으며 삼성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여전히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앞으로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LG의 4월 목표는 ‘버티기’다. 한 달 동안 5할 승률 근처에서 버티고 100% 전력이 가동되는 5월부터 올라가려고 한다. 실제로 LG는 지난 2년 동안 시즌 중반부터 무섭게 승리를 쌓으며 상위권 도약에 성공,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때문에 LG 선수들은 하위권에 있어도 얼마든지 올라간다는 자신감이 있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이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침묵 중인 클린업트리오가 페이스를 회복한다면, LG는 4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한편 임지섭은 10일 두산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임정우는 오는 12일 두산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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