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신은 너에게 무엇을 주었느냐"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4.24 10: 18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저는 그냥 쉬어가는 아웃카운트에요” - 롯데 손아섭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손아섭은 “이제 비더레전드(한국야구위원회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서 실시하고 있는 50경기 연속 안타를 칠 선수를 맞히는 게임)에서 인기가 없다. 저는 그냥 쉬어가는 아웃카운트다”라고 말했다. 이는 매 시즌 리그 수위 타자 자리를 다투던 손아섭이 20경기서 타율 2할3푼7리로 부진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 손아섭은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해 야구 용품은 물론, 폼까지 10번이 넘게 바꾸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 “‘잘 한다, 잘 한다’ 해주고 있어요” - KIA 김기태 감독
22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김기태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나지완의 불안한 수비를 감수하고 외야수로 출전시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캠프 때부터 ‘잘 한다, 잘 한다’라고 격려를 해주면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KIA는 외야수 신종길, 김주찬 등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있다. 그리고 최희섭도 몸 상태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출전한다. 따라서 나지완이 외야 수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끔씩 쉬워 보이는 뜬공에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다. 그럼에도 KIA에는 나지완이 필요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공격에서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나지완이 23일 롯데전에서 6경기 만에 안타와 함께 멀티히트를 가동한 것이다. 과연 나지완이 김 감독의 격려 속에 살아날 수 있을까.
▲ "신은 너에게 무엇을 주었느냐?" - 두산 홍성흔
지난 17일 송승준의 공에 손등을 맞고도 홍성흔은 얼마 지나지 않은 21일 목동 넥센전부터 정상 출전했다. 놀라운 회복력에 놀란 취재진들이 21일 경기를 앞두고 자신을 둘러싸자 홍성흔은 "역시 신은 다 주지 않는다. 수비능력은 빼앗았지만 좋은 파이팅과 튼튼한 뼈를 주셨다"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그리고 지나가던 민병헌에게 "신은 너에게 무엇을 주었느냐?"라고 물었다. 민병헌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재능을 주셨습니다"라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재미가 없었는지 이번에는 민병헌 옆에 있던 정수빈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정수빈은 "귀여움?"이라고 짧게 답했고, 홍성흔은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 최근 분위기가 좋은 두산 덕아웃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 "병호가 부러워하더라. 역시 선발을 해야" - 넥센 송신영
19일 광주 KIA전에서 6⅔이닝 1실점 호투하고 3200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송신영은 21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 팬들이 승리 축하 현수막과 함께 먹거리를 선수단에 전달한 것. 조금은 쑥스러워하기도 했던 송신영은 "(박)병호가 부럽다고 하더라. 자긴 50홈런을 쳐도 이런 거 없다고. 역시 야구는 선발투수를 해야 한다"고 농담도 던졌다. 프로 경력의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낸 송신영에게 이번 선발승은 특별했다. 9년 만에 맛본 기쁨인 만큼 스스로 뿌듯하게 여길 자격도 충분했다. 팬들이 준비한 음식에 힘을 얻은 넥센은 이 경기에서 두산을 12-0으로 대파했다.
▲ “키순서대로 가야지” - 한화 김성근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22일 정근우 복귀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근우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오랜만에 8번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정근우가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들어 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라인업에 넣기 위해 1군에 올렸다. 우리 라인업은 키순서대로 가야지”라며 마침내 이용규와 정근우가 테이블세터진을 이룬 것을 재치 있게 답했다.
▲ “하루만 더 좋게 해주세요” - LG 양상문 감독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양상문 감독은 한화 김성근 감독을 향해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김 감독도 웃으면서 양 감독을 향해 “얼굴색이 하루 만에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날 LG가 한화에 10-0으로 크게 이긴 것을 의미하는 한 마디. 그러자 양 감독은 “하루만 더 좋게 해주세요”라며 재치 있게 2연승을 부탁(?)했다. 하지만 이날 양 감독의 바람을 LG가 한화에 2-5로 패하며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LG는 23일 경기서 승리하며 주중 3연전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 "60년 썼더니 망가져…" - 김용희 SK 감독
김용희 SK 감독은 최근 계단을 올라가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선수가 아닌 감독이 부상을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정도가 예상보다 심해서 주위에서 걱정이 모이고 있다. 현재는 부기가 아래로 내려와 종아리에 시퍼런 멍이 든 상황. 앞으로 3~4주 정도는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다. 이에 김 감독은 “60년 정도 쓰니 망가진다”라고 농담을 하며 애써 아픔을 참아내는 모습. 김 감독은 올해 환갑을 맞는다. 그런데 김 감독의 부상 소식을 들은 반대편 덕아웃의 조범현 kt 감독은 걱정을 하면서도 이내 “수원 오시면 다 나아서 가시더라”라고 껄껄 웃었다. 실제 kt는 올 시즌 홈구장인 수원에서 딱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 "우리 애들도 빵빵 맞히는 데 뭐" - 조범현 kt 감독
kt는 22일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신예 투수인 안상빈을 1군에 올렸다. 안상빈은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는 자원. 한 관계자는 “2군에서 157㎞까지 던졌다고 하더라”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만약 그 구속을 1군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KBO 리그 역사상 공식 최고 구속에도 도전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제구가 문제다. 조범현 kt 감독은 “우리 애들도 빵빵 맞히는데 불안하다”라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전지훈련 당시 강속구를 던지다 선배들을 몇 번 맞힌 적이 있는데 그 때부터 부담이 돼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는 것. 조 감독은 “한 번 맞히면 바로 내려야겠다”라는 농담과 함께 안상빈의 데뷔전을 궁금해했다.
▲ "이제 약발이 다 됐다" - 류중일 삼성 감독
구자욱은 올 시즌 삼성의 히트상품 후보 0순위.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는 타율 4할7푼4리(38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11득점 4도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2할9푼3리(41타수 12안타) 2홈런 7타점 8득점 2도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자욱은 최근 페이스가 주춤하다. 22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을 향해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제 약발이 다 됐다". 그는 "방망이라는 게 잘칠때도 있고 못칠때도 있다. 방망이는 못쳐도 수비는 잘 해줘 한다"고 지적했다. 류중일 감독의 일침이 통했을까. 구자욱은 23일 경기에서 5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이는 삼성의 사상 첫 팀 19000타점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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