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는 에이스의 책무를 다했다.
니퍼트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7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했다. 니퍼트는 시즌 2번째 퀄리티 스타트(QS)를 달성했다. 9회말 3-1로 앞서던 팀이 동점을 허용해 시즌 2승은 날아갔지만, 마운드에서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 1명을 꼽자면 역시 니퍼트였다.
첫 이닝에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하며 실점이 나왔다. 선두 이대형과 9구까지 간 니퍼트는 1사에 만난 김민혁을 상대로도 7구를 던졌고, 중전안타로 출루시켰다. 이후 박경수의 우전안타와 김상현의 2루 땅볼에 선취점을 내줬다. 1회초 투구 수는 24개였다.

하지만 2회초부터는 안타를 맞으면서도 실점하지 않았다. 2회초 송민섭을 중전안타로 내보낸 니퍼트는 박용근을 유격수 땅볼 유도해 병살로 엮으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3회초에는 1사에 이대형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으나 김민혁과 박경수를 맞아 연속해서 아웃카운트를 잡고 이닝을 끝냈다.
4회초에는 선두 김상현의 중전안타가 나왔다. 그러나 니퍼트는 윤요섭의 희생번트 후 송민섭을 좌익수 플라이로 요리했고, 박용근의 볼넷 뒤에 나온 용덕한을 유격수 땅볼 처리해 다음 이닝으로 넘어갔다. 5회초 들어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니퍼트는 6회초 선두 박경수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3루 땅볼로 김상현을 묶었고, 이 사이 3루로 뛰던 박경수까지 잡아내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그리고 윤요섭을 3구째에 루킹삼진으로 처리해 QS 요건을 완성했다.
6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진 니퍼트는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한 이닝을 더 삼자범퇴로 막았다. 그러나 진짜 하이라이트는 8회초였다. 2사까지 잘 잡은 니퍼트는 9구 승부까지 가며 김민혁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이때까지 던진 공이 114개에 달했다. 보통 투수라면 진작 교체됐을 상황. 하지만 포수 양의지가 잠시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였고, 니퍼트는 다시 공을 뿌렸다.
이후 박기혁에게까지 좌전안타를 내주자 이번에는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미 승리 요건은 마련되어 있어 교체도 예상됐지만 니퍼트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공 2개로 김상현을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처리했다. 초반 완벽한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지만 최고 구속 153km에 달하는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우타자 바깥쪽 낮은 곳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활용하며 단 1실점으로 호투했다.
9회초 윤명준 등판 후 내야수들의 실책 2개가 나와 동점을 허용했으나 긴 이닝 동안 실점을 최소화한 니퍼트의 피칭이 없었다면 10회말 끝내기로 만든 4-3 승리도 없었을 것이다. 개막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두산은 니퍼트 합류 후 더욱 힘을 내며 선두로 4월을 마감했다. 언제나 책임을 다하는 에이스 니퍼트가 있어 5월도 희망차게 시작할 수 있는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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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