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를 끊어내는 길은 쉽지 않았다. 평탄한 도로가 보이는 듯 하다 다시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그 때 SK를 힘껏 뒤에서 민 선수는 문광은(28)이었다. 위기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SK 연패 탈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SK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터진 타선 덕에 경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갔고 상대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며 9-6으로 이겼다. 이로써 SK는 지난 주말 대전 한화전 싹쓸이 패배부터 이어온 4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5이닝을 3실점으로 막은 선발 윤희상, 그리고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을 터뜨린 중심타자들의 공이 컸지만 7회 문광은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승리였다. SK는 9-3으로 앞선 7회 가장 큰 고비를 맞이했다. 윤희상을 구원해 6회 마운드에 오른 전유수가 7회 선두타자인 김종호에게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SK는 상대 좌타자를 막기 위해 좌완 진해수를 올렸으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진해수는 나성범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고 테임즈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무사 만루. 6점차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대량득점을 허용하기라도 하면 경기는 알 수 없는 양상으로 흐를 수 있었다. 여기서 SK는 주로 7회 마운드에 오르는 필승 셋업맨 문광은을 올렸다. 실점을 최소화시켜달라는 주문이었다.
문광은은 첫 타자인 이호준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1점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병살, 혹은 최소한 아웃카운트 하나는 잡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김성현이 공을 뒤로 흘리며 오히려 2명의 주자가 홈을 밟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마운드의 투수로서는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아웃카운트는 없었고 주자는 1,3루에 있었다.
그러나 문광은은 동요하지 않았다. 침착했다. 이종욱을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박윤이 강한 타구를 잘 잡아냈다. 1점을 더 주긴 했지만 차선은 됐다. 문광은은 이어 지석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31㎞짜리 슬라이더가 지석훈의 방망이를 유혹했다. NC는 대타 모창민 카드를 내세웠지만 문광은은 흔들리지 않고 모창민도 삼진으로 요리했다. 역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가 결정구 몫을 했다.
SK는 문광은의 활약 덕에 추가 실점을 면하고 8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8회 정우람, 9회 윤길현이 대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3점은 그렇게 빡빡한 점수가 아니었다. 기록상 1홀드 이상의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투구였던 셈이다.
문광은은 지난해 제대 이후 후반기부터는 선발로 뛰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SK의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희 감독은 빠른 공과 좋은 커브의 조합이 있고 배짱이 있는 문광은을 7회를 막을 적임자로 낙점하고 전지훈련부터 공을 들였다. 문광은도 선발에 대한 아쉬움을 잠시 뒤로 하고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9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고 있다. 최정상급 성적이다.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SK 불펜이 문광은이라는 또 하나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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