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번째 꼴찌 루키' 김호령의 기막힌 반전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5.19 06: 00

꼴찌의 반전이다.
KIA 대졸 신인 외야수 김호령(23)은 현재 KIA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다. 5월 18일 현재 19경기에서 50타수 15안타, 4타점, 3도루, 8득점.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가는 겁없는 루키이다. 최근 KIA에서 보기 힘들었던 공격, 수비, 주루 삼박자를 갖춘 외야수의 자질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김기태 감독의 히트상품 가능성도 보인다. 여기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호령은 작년 12월 마산구장에서 열린 야구대제전에서 모교 군산상고 대표로 출전해 후크뼈(유구골) 골절상을 입었다. 소식을 들은 김기태 감독은 화가 잔뜩 났다. 미야자키 휴가 마무리 훈련에서 콕  찍은 외야 유망주였다. 빠른 발, 강한 어깨를 갖췄고 혹독했던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강철 체력에 매료돼 내심 주전까지 생각했다. 기대를 갖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 집어넣었는데 덜컥 부상을 당해버렸다.

결국 김호령은 대만 2군 캠프도 가지 못했고 함평에 남아 재활을 하며 겨울을 보냈다. 김 감독은 결코 그를 잊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도 몸상태를 매일 체크했다. 재활을 마치고 2군에 합류하자 타격을 못하더라도 연습경기에서 매일 대주자와 대수비를 시키도록 주문했다. 4월 11일에야 퓨처스 실전에 나서 정상적인 타격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견실한 외야수와 대주자가 절실했던 김 감독은 드디어 4월 22일 1군 콜업을 알리는 전화 버튼을 눌렀다.  6경기 3할3푼3리의 2군 성적을 남기고 1군에 승격했다.
김 감독은 곧바로 롯데와의 광주 홈경기에  7회 대타로 투입했다. 데뷔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터트리며 신고식을 했다. 다음날(23일) 경기에서는 아예 1번타자로 선발출전시키자 2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후 10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쳤다. 대학교와 2군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마구같은 변화구가 영 낯설었다. 손목 통증도 그를 괴롭혔다.  다시 대주자와 대수비로 투입되었다.
그러다 5월 10일 넥센 목동경기에서 8-6으로 앞선 9회 달아나는 1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지난 주에는 5경기 모두 선발출전해 17타수 8안타에 3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번트 등 작전수행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주루까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노스텝 타격으로 적시타도 쳐내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중견수 수비는 발군의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KIA는 지난 주 김호령의 공수 활약, 베테랑 트리오 김주찬 김민우 김원섭의 맹타가 어우러져 4승1패를 했다.
사실 김호령의 활약은 기막힌 반전이다. 그는 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꼴찌로 낙점받아 어렵게 프로에 입문했다. KIA의 10번째 지명을 받았다. 신인 10명 가운데 마지막 순번이다. 10개 구단 전체로 확대하면 103명의 지명 선수 가운데 102번째이다. 그런데 103번째 한화의 지명을 받은 서울고 투수 박윤철이 연세대 진학을 택하는 바람에 김호령은 전체 신인 가운데 꼴찌 순번이다. 대학 4년 통산 2할6푼8리의 성적을 가진 외야수에 9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작년 스카우트 팀장을 지낸 정회열 현 2군 감독만이 관심을 보였다. KIA 현안 가운데 하나인 발빠르고 어깨좋은 외야수를 찾았고 마침 해태시절 선배였던 이건열 동국대 감독의 추천이 있었다. 정 감독은 "직접 플레이를 지켜보고 '수비와 발은 수준급이고 방망이도 체계적인 조련을 받으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타격 성적표가 부진해 상위 순번으로 뽑지 않았지만 팀에게는 필요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물건을 건진 것이다.
동국대 스승 이건열 감독은 "수비는 일품이었다.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넓고 스타트와 마지막 스퍼트까지 좋아 어려운 타구를 쉽게 잡았다. 어깨도 강해 수비는 프로에 가면 몇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았다. 다만 훈련할 때 스윙이 좋은데 막상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데 프로에서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고 매일 경기에 뛰어서인지 타격도 좋아지고 있어 아주 흐뭇했다"며 칭찬했다.
어찌보면 김호령의 등장은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시절 낙제성 타격 성적 때문에 다른 팀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이건열 감독의 추천과 정회열 스카우트의 선택, 그리고 발빠르고 어깨강한 외야수를 갈망한 김기태 감독의 발탁을 받아 꼴찌 신인의 반란을 펼치고 있다.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약한 KIA라는 환경도 그에게는 성장의 토양이다.  김호령의 활약은 기존 주전들에게는 커다란 자극제가 되면서 선순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김호령은 외야수로 대성할 수 있을까? 그는 갓 발아한 씨앗이다. 결국 답은 안정된 타격에 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안타도 잘 때리지만 쉽게 죽기도 한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타석에서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키우라는 것이다. 이를 갖추려면 수읽기, 변화구 대응력을 포함해 야구를 읽는 능력과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 물론 스스로 성장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작년 마무리 훈련에서 처음 봤는데 움직임이 좋아 단번의 감독의 눈길을 받았다. 공수주를 갖춰 백업은 물론 주전까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스윙궤도가 좋고 짧고 빠른 스윙으로 어떤 볼도 컨택하는 능력이 있다. 처음에는 프로의 볼에 힘들었는데 적응을 하고 있다. 신인이 이 정도면 대단한 것이다. 앞으로 도루도 30개 이상하면서 3할 타자로 진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성격이 내성적인데다 신인이어서 그런지 밝은 얼굴은 아니다. 야구가 생각대로 안될 때 위축되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김감독에게서 "얼굴을 (활짝) 펴고 다니라"는 말도 들었다. 많이 웃으면서 밝은 생각을 하라는 주문이다. 그래야  좋은 기운을 받고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호령은 과연 외야를 호령할까? 앞으로 '드래프트 102번'의 도전과 성장을 보는 일도 꽤나 흥미로울 듯 하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