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이닝 마무리’ 권혁, 한화 고민도 드러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21 21: 37

다시 끝내기의 희생양이 됐던 권혁(32, 한화)이 하루 만에 다시 일어섰다. 권혁으로서는 만족스러운 한 판이었지만 그만큼 믿을 만한 투수가 부족하다는 한화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한 판이기도 했다.
한화는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미치 탈보트의 5⅓이닝 1실점 호투와 2회까지만 7점을 낸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7-1로 이겼다. 21승21패를 기록한 한화는 하루 만에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근래 들어 가장 여유있는(?) 경기를 한 한화였다. 1회부터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6점을 냈고 2회에도 1점을 뽑아 7-0까지 달아났다. 여기에 1군 복귀전을 가진 미치 탈보트는 5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버티며 한화는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뒤진 상황에서 SK는 필승조를 동원하기 어려웠고 선발 자원 두 명(윤희상, 켈리)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롱릴리프 자원을 모두 소모한 나머지 적극적인 초반 투수 교체도 어려웠다.

이에 한화는 연패를 끊고 5할에 복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6회 1사 2루가 되자 박정권을 상대하기 위해 왼손 김기현을 올렸다. 김기현이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주자 지체 없는 투수교체가 이뤄졌다. 김성현을 상대하기 위해 언더핸드 정대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대훈이 김성현을 잡아내자 이번에는 전날 40개의 공을 던진 박정진이 등판했다. SK는 대타 정상호를 내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박정진이 안정광을 잘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벤치의 적극적인 투수교체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셈이 됐다. 박정진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무난히 잡아내고 승리의 8부 능선을 밟았다. 문제는 8회부터였다. 이미 전날 많은 공을 던진 박정진을 더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7-1로 앞선 8회 투수교체가 관심을 모은 이유다. 전날 58개를 던진 송창식, 투구수는 적었지만(28개) 선발로 나섰던 송은범의 등판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불펜에는 이동걸과 권혁뿐이었다.
6점차의 리드라 8회를 이동걸이 책임지고 상황에 따라 9회 권혁이 마운드에 오르는 방안, 혹은 이동걸이 경기를 책임지는 방안도 생각할 만했다. 여기서 한화 벤치의 선택은 권혁이었다. 전날 6-6으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제구난 속에 이재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권혁은 이날 2이닝을 잘 막아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동걸의 상태에 알려지지 않은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이동걸이 추격점을 허용하면 한화 타선도 추가점을 계속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김성근 감독이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결과론적으로는 권혁을 소모함으로써 주말 kt와의 3연전 불펜 운영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 들었다. 윤규진의 합류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아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송은범은 다음주 등판에 대기해야 한다. 송창식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연패를 끊었지만 깊지 않은 한화 마운드의 고민도 느낄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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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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