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버린 SK의 ‘멘붕’ 최정 관리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5.28 06: 01

시간만 버렸다. SK 간판타자 최정(28)의 이야기다. 선수는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했고 이를 관리해야 하는 벤치는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하다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SK의 3번 타순은 기약 없는 기다림만 남아있다. 최악의 상황이 됐다.
SK는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정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왼 어깨 통증으로 인한 타격 부진이 원인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최정이 다시 2군으로 가게 됐다. 통증이 여전히 있다. 계속 (1군에서) 경기를 하며 경기감각을 찾도록 했는데 너무 감이 떨어져 있다. 투수를 상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어이없는 공에 스윙을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정은 5월 초 이후 왼 어깨에 약간의 통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뛰지 못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16일 잠실 LG전서 타격을 하다 부상 정도가 커져 교체됐다. 그 후 6경기에 연속 결장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복귀했으나 5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26일 인천 롯데전에서도 5타수 1안타 3삼진으로 물러났다.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가 헛돌았다. 누가 봐도 최정의 제 모습은 아니었다.

최정의 몸 상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SK 벤치도 판단 착오를 일으켰다. 사실 프로 선수들은 어느 정도의 통증은 감내하고 경기에 나선다. 100%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건 한 시즌에 몇 되지 않는다. 몸에 맞는 공이 속출한 SK는 그 시점만 해도 최정보다 근육이 더 욱신거리는 선수들이 있었다. SK 벤치는 이런 선수들에 휴식을 줬다. 최정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쉬면서 1군에서 서서히 경기 감각을 만들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왼 어깨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선수는 이 수렁을 헤어 나오지 못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정의 최근 상태에 대해 “야구가 안 돼서 멘붕이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FA에 대한 부담감은 차지하더라도 타율이 2할5푼9리까지 떨어졌다. 통증이 있다 보니 정상적인 타격이 안 됐고 타격이 안 되다보니 선수의 심리 상태까지 크게 흔들렸다. 올 시즌만 해도 최정은 시범경기를 포함해 세 번이나 볼넷 상황서 볼카운트를 착각하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꼬여 있다. 타격, 뛰는 모습 등 겉보기만 놓고 보면 태업 의혹만 키우기 딱 좋았다.
26일까지만 해도 2군행에 대한 조짐은 없었지만 27일 김 감독과 최정이 면담을 했고 2군행이 결정됐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SK 벤치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처음으로 어깨 부상이 발견됐을 때 “3~4경기 정도 쉬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경기 컨디션을 만들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경기에 내보냈다. 물론 그 시점에서는 그렇게 판단했을 수도 있다. 몸 컨디션과 경기 컨디션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는 최정의 몸을 돌볼 시간인 열흘을 버렸다. 그리고 최정은 그 열흘 동안 2경기에 나가 10타수 1안타 6삼진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SK는 쓰지도 못할 선수에 엔트리 한 자리를 내줬다. 차라리 재활군에 갔다면 열흘 동안 몸이라도 만들 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최정 대신 다른 선수를 뛰게 했다면 1할보다는 나은 성적이 나왔을 수도 있다. 실리도 명분도 모두 놓쳤다. 최정의 2군행이 뒤늦은 감이 있는 이유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최근 2년간 ‘부상병동’이 된 최정이다. 지난해 허리와 목 부상으로 한 달 넘게 2군에 가 있었던 최정은 올해 부상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지훈련부터 몸을 다시 만들었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치 않다. 올해 들어서만 허리, 손목, 종아리, 팔꿈치, 그리고 어깨까지 모두 부상이 왔다. 벤치는 그 때마다 최정을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 부위가 회복되면 다른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현실을 인정할 때가 됐다. 최정은 더 이상 철인처럼 뛰지 못한다.
이렇게 부상이 잦은 선수의 전례를 살펴보면, 한창 좋을 때의 몸으로도 돌아가기는 힘들다. 거의 예외가 없다. 관리가 없으면 몸은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 SK는 최정에 4년간 86억 원을 투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가야 한다. 김 감독은 “2군에 가서 따로 경기에 나갈 건 아니다. 열흘 만에 올린다는 기약도 없다. 시간제한은 없다. 몸을 만들어져야 1군에 부를 것”이라고 했다. 최정은 지난해 허리와 어깨 부상이 겹쳐 51일 동안 말소됐다. 작년보다는 빠른 복귀를 기대할 수밖에 초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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