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팀의 고유 색채가 비교적 뚜렷한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감독의 야구’가 트렌드인 KBO 리그에서 각 팀 사령탑들의 색채가 가장 진하게 묻어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떤 방정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느 방법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승리’라는 대명제를 위해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 김기태 KIA 감독의 올 시즌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한화와 KIA는 지난겨울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두 명의 거장(김응룡 감독, 선동렬 감독)이 물러났다. 그 후임자를 놓고 가장 큰 갑론을박이 오고 간 팀들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진통 속에 두 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는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이었다. 자연히 큰 관심이 몰렸다. 지난해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처진 두 팀이 새 감독과 함께 얼마나 큰 폭의 반등을 이뤄낼지 예상이 분분했다.
SK 시절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일궈낸 김성근 감독은 약체 팀을 상위권으로 도약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다. 그가 KBO 리그 역대 최고의 감독인지는 의견이 분분해도, 이런 측면에서 최고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크지 않다. 김기태 감독도 LG 시절 팀 분위기를 바꾸며 팀을 12년 만에 가을잔치로 이끌었다. 팀 구성원을 사로잡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강단 있는 지도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팀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원칙을 앞세운 팀 조련 방식은 비슷했으나 팀을 구성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났다. 김성근 감독은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전력을 수혈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사실상 직접 진두지휘했고 결국 투수 3명(권혁 송은범 배영수)을 영입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권용관 임경완 오윤 등 베테랑 선수들도 영입해 관심을 모았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안고 가려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났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넥센・KIA와 트레이드까지 단행하며 추가 수혈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비해 김기태 감독은 조용했다.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KIA 프런트에서 내야수 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김기태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키워서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간 팬들에게도 이름이 낯설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팀 체질을 바꾸는 쪽을 선택했다. 시즌 중 한화와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는 했지만, 한화가 상대적으로 ‘지금’에 초점을 맞췄다면 KIA는 ‘내일’을 바라본 선택을 했다. 야구계에서는 두 감독의 성향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트레이드였다고 평가한다.
방식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다. 승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결과는 양쪽 다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몇 년간 만년 하위팀이었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강력한 강공 드라이브 속에 점차 패배의식을 벗고 있다. 때로는 무리한 기용이라는 혹평도 받지만 그렇게 총력전을 다한 결과 선수들의 얼굴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전력 보강 이상의 밑천이다. KIA도 마찬가지다. 잔뜩 긴장한 듯 했던 신인급 선수들, 그리고 그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선수들의 얼굴에 조금씩 여유가 돌아오고 있다. 지금 신인급 선수들이 한 경기는, KIA의 장기 전력에 고스란히 플러스 요소가 된다.
20일까지 한화는 35승33패로 리그 5위, KIA는 32승32패로 리그 7위다. 두 팀 모두 지난해 보다 훨씬 높은 승률로 5할 이상을 기록 중이다. 한화는 “상위권 도약은 어렵겠지만 중위권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 이상의 임팩트를 내고 있다. “2년은 리빌딩을 해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IA는 성적만 놓고 보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한다고 볼 수 있다. 움츠렸던 팬들의 심장도 다시 뛴다.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두 감독의 서로 다른 리빌딩 방정식이 앞으로도 계속 주목을 받게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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