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어느덧 정규시즌 144경기 레이스의 절반을 소화했다. 부상 악재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사고까지 터지면서 시즌 전적 32승 39패 1무. 지난달 3일부터 약 두 달 동안 9위에 머물러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까지 겨우 2승이 모자랐던 팀의 성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을 돌아보면, LG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강했다. 올해도 6월 들어 11승 9패, 5할 승률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상자들의 대안이 나오고, 공격과 수비의 균형도 맞아가고 있다. 남은 72경기에서 LG가 기적의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짚어본다.
▲ ‘에너자이저’ 히메네스, LG 반등의 중심

이제 겨우 7경기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강렬함’ 그 자체다. 외국인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27)가 LG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특급 외국인 선수다운 활약이다. 지난 17일 KBO리그 데뷔전부터 4번 타순에 배치된 히메네스는 25일 수원 kt전까지 타율 3할2푼3리 1홈런 4타점 OPS 0.839를 기록 중이다. 출장한 모든 경기서 안타를 날리며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하고 있다.
3루 수비 또한 대단하다.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를 증명하며 자신을 향하는 모든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특유의 맨손 캐치로 내야안타를 범타로 만들고, 때로는 유격수의 수비 영역까지 침범하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 수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르다는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유격수 오지환은 히메네스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게 수비범위가 넓은 3루수와는 뛰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지금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내가 잡았으면 아웃과 세이프의 경계에 있을 만한 타구들을 히메네스가 앞에서 처리해줬다. 히메네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수비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웃었다.
현재 양 감독은 히메네스와 오지환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수비 포메이션을 고안 중이다. 양 감독은 “2·3루 사이를 향하는 타구에는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히메네스의 좌우 수비 범위가 넓은 만큼, 지환이의 위치를 한 걸음, 혹은 반 걸음 정도 2루 쪽에 놓으려고 한다”며 무주공산이었던 핫코너를 메운 것을 반겼다.
물론 증명해야할 부분도 있다. 히메네스는 KBO리그에서 31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단 하나의 볼넷도 얻어내지 못했다. 변화구에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높은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으며 범타나 파울, 헛스윙 삼진을 당하곤 한다. 히메네스는 메이저리그서도 총 68경기 168타석을 소화하면서 볼넷은 단 3개에 그쳤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서도 301경기 1293타석 동안 볼넷은 55개였다. 상대팀의 전력분석이 본격적으로 가동됐을 때,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서용빈 매직? 마침내 불붙은 타선과 다가오는 베테랑 복귀
분위기 쇄신에 중점을 둔 코칭스태프 교체였지만, 어쨌든 효과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용빈 코치가 1군 타격코치를 맡고 난 이후 LG는 8경기에서 팀 타율 2할8푼9리, 팀 OPS 0.834, 경기당 평균 5.0점을 기록 중이다. 이전까지 LG는 64경기에서 팀 타율 2할5푼8리, 팀 OPS 0.727, 경기당 평균 4.64점을 올렸다. 표본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그동안 고전했던 젊은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서용빈 타격코치는 1군에 올라오자마자 “작은 것부터 하나씩 고쳐가겠다”고 다짐했고, 오지환 채은성 문선재 유강남 백창수 등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kt와 주중 3연전에선 채은성을 가장 먼저 배팅 케이지에 세우며 타격을 지도했고, 그 전에는 문선재의 하체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서 코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결과를 내고 있다. 5번 타자로 타순을 바꾼 오지환은 8경기 35타석 타율 2할9푼 OPS 0.887 4타점. 채은성은 6경기 12타석 타율 4할5푼5리 OPS 1.318 3타점. 문선재는 8경기 25타석 타율 3할6푼4리 OPS 1.076 3타점. 유강남은 8경기 32타석 타율 3할6푼7리 OPS 1.006 4타점. 백창수는 7경기 11타석 타율 5할5푼6리 OPS 1.267을 찍고 있다.
덧붙여 박용택이 1번 타자로 복귀, 타순에 맞게 타격밸런스를 조절하면서 쉬지 않고 안타를 뽑아낸다. 1번 타자로 출장한 7경기서 타율 3할6푼7리 출루율 4할1푼2리로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출루귀신 다운 모습이다. 장타력 또한 동반 상승, 1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서 장타율 0.700, 홈런 2개를 기록했다. 정성훈은 3번 타순에 배치, 4번 타자 히메네스와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젊은 타자들이 상승세를 타고 박용택까지 부활하면서 LG 타선은 하향곡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병규(7번)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이진영 이병규(9번) 손주인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득점을 올리는 능력은 최근이 더 낫다.
무엇보다 호재는 중심선수들의 복귀로 두꺼워지는 선수층이다. 이병규(9번)를 제외한 모든 부상자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장 중인 가운데, 이들이 돌아오는 올스타브레이크 전후로 LG는 베스트 전력을 구축한다. 다른 팀 주축 선수들은 무더위로 페이스가 떨어지는 반면, LG 주축 선수들은 비축한 체력을 통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여름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안정된 선발진, 매 경기 계산이 선다
예상했던 것처럼, 류제국과 우규민의 복귀는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 됐다. LG 선발진은 류제국이 선발진에 투입되기 전인 개막전부터 5월 8일까지 33경기에서 선발진 평균자책점 5.19 경기당 평균 5이닝을 기록했다. 그러나 류제국이 투입되기 시작한 5월 9일부터 지난 25일까지 38경기에선 평균자책점 4.43 경기당 평균 5⅓이닝을 기록 중이다. 소사 우규민 류제국이 상위 선발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임정우가 선발진 복귀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루카스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지만, 장마철인 것을 감안하면 색다른 운용법을 내놓을 수 있다.
양 감독은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이 비로 취소되자 루카스의 선발 등판을 취소시켰다. 그리고 루카스를 다음날인 21일 불펜투수로 투입했다. 당시 6회말 마운드에 오른 루카스는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불펜투수로서 가능성을 비췄다. 실제로 루카스는 2013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투수로 14경기, 2014시즌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불펜투수로 2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앞으로도 루카스 선발 등판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루카스는 다음 선발 등판 경기까지는 불펜진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정규시즌은 선발진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터운 선발진을 구축한 팀은 안정적으로 장기 레이스를 치를 수 있다. LG 또한 토종원투 펀치가 합류하면서 초반부터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경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매 경기 계산이 서고, 접전이 펼쳐진다.
▲ 불펜진에 붙은 물음표, 느낌표로 바꿀 주인공 절실
지금 시점에서 LG에 가장 큰 과제는 불펜진이다. 사고로 빠진 정찬헌의 역할을 누군가는 해줘야 한다. 정찬헌은 지난 22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되기 전까지 LG 불펜 투수 중 가장 강한 구위를 자랑했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일단 정찬헌 없이 임한 kt와 3연전에선 신승현이 돋보였다. 신승현은 3경기 모두 등판, 총 3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3시즌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후 보여줬던 안정감을 재현한 것이다. 신승현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LG는 불펜진에 사이드암 투수를 보강하는 것과 동시에, 이동현 앞에 자리할 필승카드를 추가하게 된다.
신승현 외에도 카드는 많다. 신재웅은 140km 중반대까지 구속을 올렸고, 최동환도 1군 무대에 재도전 중이다. 이승현은 25일 1군 무대 데뷔전을 무실점으로 장식했다. 윤지웅도 꾸준히 활약,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많은 이닝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윤지웅 신승현 신재웅 최동환 이승현 중 누군가는 치고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현과 봉중근이 투입되기 전 다리를 놓을 불펜투수가 있어야 LG 마운드는 새로운 필승공식을 세울 수 있다.
▲ AGAIN 2014, 불가능하지 않다
LG는 2014년 6월 7일 시즌 전적 17승 33패 1무로 승패 마진 ‘마이너스 16’을 찍었었다. 당시 순위는 9위로 최하위였다. 정규시즌 일정의 절반인 64경기를 치른 시점은 6월 24일. 시즌 전적은 25승 38패 1무. 승률 3할9푼7리로 역시 8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LG는 6월 25일부터 남은 64경기에서 37승 26패 1무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고, 정규 시즌 마지막날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냈다.
흥미롭게도 지난해와 올해 반환점을 찍은 날짜가 비슷하다. LG 선수들 또한 지난해 이뤘던 기적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한 단계씩 올라가려고 한다. 양 감독의 1차 목표는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승패마진 ‘-5’를 찍는 것. 전반기 마지막 날인 7월 16일까지 18경기가 남은 가운데, 목표 달성을 위해선 10승 8패를 하면 된다.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 지난해처럼 선수단 전체가 독하게 매 경기를 치른다면,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
LG는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과 23일 수원 kt전에서 연달아 악몽 같은 역전패를 당했지만, 곧바로 2연승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2연패 악몽을 깨끗하게 지웠다. 이러한 저력을 꾸준히 발휘할 경우, 'AGAIN 2014'도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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