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가 국내에 공식 출시된지 한달 보름이 지났다. 주변에서는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애플워치를 알아 본 사람들은 저마다 "이게 애플워치야?"라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한 번씩 만져도 보고 손목에 둘러보며 "쓸 만해?", "어때?"라며 질문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애플워치를 보기 위해 손목을 올려 돌릴 때마다 켜지는 화면만으로도 상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견물생심 부르는 디자인
"갖고 싶게 만들었다." 사실 애플 제품은 비싸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 가장 비싼 모델이 1900만 원에 달할 정도다. 애플워치는 크게 '워치스포츠', '워치', '워치 에디션' 3종류가 있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워치스포츠'지만 이마저도 43만대에서 시작한다.

기자가 착용한 제품은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링크 브레이슬릿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가 120만원대에 달해 '워치' 제품군 중에서도 비싼 모델에 속한다. 밴드 가격만 56만원대다.(참고로 25~30g인 워치스포츠보다 15~20g 더 무게가 나가 묵직한 느낌이다.) 사실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는 가격이다. 아무리 스마트워치가 유행이라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TV CF를 통해 봐왔고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제품 사진과 동영상을 접했지만 그 실제와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애플홈페이지에 가면 엄청난 고화질에 다양한 스킬을 이용한 상품소개를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감히 직접 매장에 가서 보고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링크 브레이슬릿 밴드의 경우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자신의 손목에 맞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사가 절로 난다. 조각조각마다 버튼이 달려 있고 조금씩 크기가 다르지만 간단한 조작만으로 사이즈가 조정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밴드 전체 교체도 버튼 하나면 어린 아이도 교체할 수 있을 정도다.
'사지 않겠다', '살 필요 없다', '그냥 구경만 하겠다'고 마음 먹고 애플워치 매장을 시험삼아 가보자. 당연히 예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애플워치를 직접 맞닥뜨리는 순간 사든 사지 않든 '견물생심'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혹'하는 패션을 포함한 애플워치라는 점은 철저히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조차 디자인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 세게 누르거나 혹은 톡톡 다정하게
"신기하네." 애플워치는 다양한 첨단 기술에서 비롯된 스마트 기능들이 모아진 집약체다.
당장 포스터치(Force Touch) 기능이 가미된 초기 화면이 그렇다. 12인치 신형 맥북에 처음 탑재된 포스터치 기능은 이제 애플의 상징 기술이 됐다. 여전히 직접 경험하고 느껴보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압력 정도를 인지하는 포스터치를 통해 시계 페이스라 할 수 있는 첫 화면을 바꿀 수 있다. 그날의 기분, 개인의 취향, 옷차림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된 시계 화면을 접할 수 있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동 기능도 애플워치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목에 차는 애플워치는 12가지 다른 떨림으로 사용자에게 알림을 전달한다. 살포시 누르는가 하면, 간격을 두고 톡톡 두드리기도 한다. 살짝 놀랄 정도로 울릴 때도 있다. 알람이나 메시지 종류에 따라 강약, 간격을 이용해 다른 떨림으로 반응한다. 촉감 피드백을 제공하는 '탭틱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지털 터치' 기능도 있다. 애플워치 사용자끼리만 가능한 일종의 '마음 전달' 방식이다. 손가락으로 간단한 그림이나 글자를 그리면 그것이 애니메이션 패턴으로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달된다. 단순하게 글자를 전달하는 문자메시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만으로 자신의 심박수를 상대 손목으로 전달, 글자 이상의 각별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단순히 톡톡 '탭' 하는 것으로 상대에게 항상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 만보기? 심장측정기? 그 이상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최고의 기능은 뭐니뭐니 해도 헬스 및 피트니스 관련 기능이다. 자신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어느 정도 활동을 하겠다고 설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이 기능을 활용할 준비가 90% 이상 된 셈이다.
실시간으로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는지, 운동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어느 정도 움직였는지 동그라미 그래프를 통해 한눈에 알 수 있다. 목표 수치는 스스로 정하지 않더라도 일주일 동안의 활동 패턴을 보고 애플워치가 알아서 목표를 정해주기도 한다. 잘하면 배지가 적립돼 마치 게임하듯 격려을 받기도 한다.
실내걷기, 실외걷기, 실외 달리기 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이 가능한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도 되지만 '엔도몬도', '런키퍼', '나이키 러닝' 등의 써드파티 앱을 곁들이면 더욱 훌륭한 피트니스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아이폰을 들고 나가지 않더라도 헬스 및 피트니스 관련 기능은 자동으로 저장되고 추후 아이폰과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동기화된다.
애플워치를 통해 얻어진 다양한 헬스 관련 수치는 아이폰에 깔려 있는 '건강' 앱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예를 들어 칼로리 소모량이나 운동 회수, 자신의 심박수가 일정 간격으로 계속 누적돼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훌륭한 단서로 남기도 한다. 한시간에 한 번 일어나라고 알려주는 알람 기능은 신기하다. 서 있는 것과 앉아 있는 것을 애플워치가 구분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사용자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물론 애플워치를 '값비싼 만보기'라고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느 만보기와는 확실히 달리 똑똑하다. 달리는 척만 해서는 걸음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말 한걸음을 떼야 수치가 올라가는 등 정확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값비싼 만보기'로만 활용한다 해도 지금까지 출시된 만보기 중 가장 정확한 제품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정말 필요한가? 초점 맞추기 나름
"정말 필요해?" 굳이 답변을 한다면 "없어도 된다." 하지만 "있어서 편리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반드시 사족을 붙이고 싶다.
애플워치의 선택 여부는 철저하게 개인 취향에 달려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틀을 쓰기에는 부족해 반드시 충전이 필요한 배터리 문제를 비롯해, 미국에서만 가능한 '애플페이' 기능, 아이폰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 등 온전하게 애플워치 기능을 활용할 수 없는 부분은 정말 아쉽다.
하지만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기능만으로도 현존 가장 유용하고 정확한 스마트워치는 애플워치라는 평가는 적절해 보인다.
애플워치는 패션 아이템으로 가치가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다양한 애플워치 시계밴드를 준비했다. 스포츠밴드(6종), 밀레니즈 루프, 클래식 버클, 가죽 루프(4종), 모던 버클(4종), 링크 브레이슬릿 등 총 17종류가 있다. 이 밴드와 워치 본체를 결합하면 매일이 아니라 매 순간 다양한 컬러와 분위기를 내는 시계로 변신이 가능하다.
기자처럼 패션에 무덤덤하고 튀는 스타일이 싫은 경우는 본연의 스마트워치의 기능적인 면에 집중해도 된다. 굳이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도 통화할 수 있고, 사진을 보고 메일이나 메시지를 읽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시리(Siri)를 이용할 수도 있다. 확실히 애플워치를 차고 나서 휴대폰을 꺼내보는 일이 줄었다. 손목에서 끝낼 수 있는 일들이 많아 마치 양손에 자유를 부여한 느낌이다. 여기에 자신의 건강을 눈으로 챙길 여지가 생겼으며 미리미리 체크해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렇듯 애플워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있어서 도움이 되고 편리한 것은 분명하다.

▲ 애플워치, 알아두면 편리한 기능들
애플워치는 알아두면 편리한 기능들이 제법 있다.
기본 화면에서 하면을 위로 쓸어올려 가장 왼쪽으로 가보자. '핑' 기능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아이폰에서 소리가 난다. 자신의 아이폰이 어디있는지 찾을 수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는 대부분 왼쪽에 시계를 찬다. 하지만 왼손잡이를 포함해 기자처럼 오른손에 차는 사람을 위해 배려했다. 애플워치 앱의 '일반'에 보면 '시계방향'이란 항목이 있다. 어느쪽 손목에 찰 것인지 정할 수 있고 디지털 크라운의 방향까지 조절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긴 하지만 기자 역시 오른쪽에 시계를 차던 버릇이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초기 화면에서 쓸어내리면 쌓여 있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게 된다. 이럴 때는 포스터치를 사용하면 모두 깔끔하게 지워진다.
화면을 찍어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다. 사이드의 두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스크린샷이 가능하다. 또 디지털 크라운을 두 번 누르면 현재 쓰던 앱과 바로 전 사용했던 앱을 오갈 수 있다. 또 영화관이나 회의 중 깜빡하고 진동모드로 바꾸지 않았다면 화면 전체를 잠시 가리면 3초 후 진동모드로 변신한다.
애플워치는 아주 정확한 시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빨리 가도록 세팅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을 때 아이폰의 리모트 컨트롤 역할이 가능하다. 메시지를 보낼 때 포스터치를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아이폰이 없어도 시계, 스톱워치 알람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애플워치에서 사용하던 기능을 아이폰에서 계속 이어 사용하고 싶다면 핸드오프 기능을 쓰면 된다. 아이폰 초기화면 왼쪽 아래에 보면 바로 애플워치에서 쓰던 앱 모양이 있고 이를 쓸어 올리면 된다.
지도앱은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운전 중 내비게이션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롭다. /letmeout@osen.co.kr
애플 공식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