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IA의 1군은 누구나 할 수 있다.
8월 12일 현재 올해 KIA의 1군 무대를 밟은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투수는 24명이 1군에서 기록을 남겼다. 대개 1군의 투수 엔트리가 12명임을 감안하면 두 배가 되는 인원을 가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다른 팀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
타자로 눈을 돌리면 확연히 다르다. 1군 기록을 남긴 타자는 모두 31명이다. 역시 1군 엔트리 15명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안정된 주전들이 포진한 삼성은 22명, 두산과 NC는 23명이다. 한화와 kt가 33명, 그리고 롯데도 31명으로 KIA와 함께 많은 편이다. KIA는 14명의 투수들이 개인타자 성적 기록에 올라있다. 이유는 가용 인원을 모두 활용하느라 막판 투수들이 라인업에 오르는 총력전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구단의 등록선수는 65명이다. 올해 KIA는 등록 선수 가운데 1군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55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9월이면 엔트리가 확대된다. 이러다 거의 대부분이 1군에서 뛸 것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올해 KIA 야구가 바뀐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참고로 한화는 62명(투수 29명)이 1군을 밟았으니 KIA보다 더 많다. 가용전력을 폭넓게 쓰는 것은 김기태 감독이 김성근 감독에서 배운 듯 하다.
김기태 야구의 핵심은 철밥통 주전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 곧바로 뺀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쉬도록 한다. 부진한 주전도 시간을 주고 기다리지만 데드라인을 넘으면 가차없다. 4번타자 나지완은 100타석을 기다렸지만 두 번이나 2군 쓴맛을 봤다. 대신 다른 선수들을 데려다 쓴다. 그 대체요원이 무명의 신고 선수 출신이어도 무방하다.
효과가 없다고? 아니다.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이은총이 1군에 올라와 강렬한 데뷔전을 썼듯이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 나온다. 볼 하나를 허투로 보내지 않는다. 살기 위해 악착같다. 실제로 그들 덕택에 승리하는 경기도 많다. 무명 선수들의 활약에 팬들은 많은 갈채를 보냈다. 이런 덕택에 1군의 기존 주전들은 경쟁심을 느끼고 2군 선수들은 희망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1군과 2군에는 활력이 생긴다.
개막전부터 2루수 최용규, 포수 이성우가 오랜 2군 생활을 딛고 1군에서 뛰었다. 중간 중간 이은총을 비롯해 이인행, 최병연, 이호신, 황수연, 고영우도 얼굴을 내밀었다. 문경찬, 박정수(이상 투수), 김호령, 황대인(이상 야수) 등 신인 4명도 1군에서 활약했다. 7월에 올라온 포수 백용환의 빅뱅은 이홍구의 불타는 경쟁심을 불러일으켰고 두 포수는 어느새 주전이 되었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 꼴찌번호 김호령은 주전으로 발돋음했다. 곱상한 외모와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투수 박정수도 후반기 주전이다.
자연스럽게 리빌딩 효과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고졸 2년차 유격수 박찬호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람이 불면 넘어질 것 같은 가녀린 몸에 경험도 일천했다. 그러나 강한울이 부진과 부상으로 빠지자 대신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미기상(ADT 캡스 플레이)을 받은 탄탄한 수비력과 겁없는 플레이로 공헌도를 높인다. 한화에서 영입한 외야수 오준혁과 노수광도 다시 불러 1군에서 쓰고 있다.
노장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34살의 김광수는 필승맨으로 변신해 이적신화를 만들고 있고 41살 최영필도 불혹의 필승 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민우는 36살의 멀티플레이어로 팀의 보배이다. 주장 이범호는 허벅지 문제 때문에 종종걸음 뜀박질을 하면서도 1군에서 빠지지 않고 팀을 이끌고 있다. 달콤한 실력이지만 부실한 몸 때문에 '쿠쿠다스'라는 별명이 생긴 김주찬도 몸이 문제일 뿐이지 엄살은 부리지 않는다. 그리 건강치 못한 김원섭도 열심히 뛰어 통산 1000경기를 돌파했다. 서재응과 김병현도 어떻게든 팀을 위하려고 애쓴다.
김기태 감독은 완전체 주전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토털야구로 메우고 있다. 그도 삼성이나 넥센처럼 일당백 주전야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가능한 모든 대체카드를 활용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 덕택에 KIA는 급추락하다 수직 상승해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다. KIA가 숨이 꼴까닥 넘어갈 듯 하다 회생하자 팬들도 대단히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