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은 아니다.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이별을 고려할만 하다. 하지만 이만한 투수를 찾는 게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9경기를 남겨둔 LG 트윈스가 헨리 소사(30)와 루카스 하렐(30)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LG는 지난겨울 소사와 루카스를 2015시즌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로 낙점했다. 베스트시나리오가 실행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첫 번째 목표였던 레다메스 리즈, 알프레도 피가로와 계약하지 못했다. 리즈는 LG와 메이저리그, 그리고 일본 무대까지 고민하다가 빅리그 도전을 택했다. 피가로를 놓고는 삼성과 영입경쟁이 붙었고, 피가로는 일찍이 삼성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몇 년 전부터 리스트에 올려뒀던 조쉬 린드블럼은 LG가 아닌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다급해진 LG는 2015년 11월 25일 3, 4번째 옵션이었던 루카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13일 후에 넥센과 재계약이 불발된 소사를 잡았다. 최선책은 아니었지만, 루카스와 소사도 충분히 KBO리그를 정복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고 봤다. 특히 소사는 2014시즌 후반기 11경기 70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 0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맹활약,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상태였다. 플라이볼 유도에 능한 투수인 만큼, 드넓은 잠실구장과의 궁합도 좋다고 판단했다.

2015시즌의 문이 열렸고, 소사와 루카스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소사는 4월까지 치른 6경기서 이미 40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3을 찍었다. 강속구 위주 투수에서 벗어나 슬라이더와 커브, 때로는 느린 패스트볼까지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한 층 더 노련해진 투구로 LG의 새로운 1선발 에이스로 올라서고 있었다.
반면 루카스는 고전했다. 4월까지 6경기에서 30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6.90에 달했다. 빼어난 구위를 지녔으나, 볼넷이 많았고, 마인드 컨트롤까지 되지 않으며 자멸하곤 했다. 이대로라면 시즌 중 LG 유니폼을 벗을 것 같았다.
그런데 6월부터 소사와 루카스의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소사가 극심한 기복에 시달린 반면, 루카스는 마음을 다잡고 마운드에 오르며 반등했다. 6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성적은 루카스가 18경기(3경기 불펜 등판) 91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3.96. 소사는 14경기(1경기 불펜 등판) 3승 5패 평균자책점 4.38이. 루카스가 소사보다 나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LG는 현재 시즌 전적 53승 70패 2무. 리그 9위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는 중이다. 앞으로 3, 4경기 선발 등판을 통해 소사와 루카스의 재계약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둘 다 LG를 떠나도 KBO리그에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수도권 A팀 감독은 루카스와 상대한 다음날 “저 정도의 구위를 지닌 투수를 한국에서 보기는 힘들다. LG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올 겨울 우리도 루카스를 주시하고 있어야 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B팀 감독도 “소사가 LG와 얼마에 계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탐이 난다. 경기 내내 150km 이상을 던지는 것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LG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소사와 루카스 모두 업앤다운이 심한 올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둘 다 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시즌이 끝나고 두 투수를 붙잡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으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지 모른다”고 전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소사와 루카스가 득점지원을 넉넉하게 받았다면, 이미 10승 투수 반열에 올라있을 것이다. 평균자책점 또한 3점대를 찍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두 투수 모두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한국에서 볼 확률은 높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LG는 2012시즌 이후 3년 동안 외국인선수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2013시즌에는 리즈 한 명으로 시즌을 치렀고, 작년에는 조쉬벨, 에버렛 티포드, 코리 리오단 중 가장 몸값이 쌌던 리오단 홀로 시즌을 완주했다. 2015시즌 역시 시작부터 잭 한나한이 부상으로 삐걱거렸고, 한나한 대신 데려온 루이스 히메네스도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다시 찾아보는 것보다, 한국무대에 익숙한 소사와 루카스에게 일 년 더 기회를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한편 LG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는 겨울에도 리즈와 접촉할 확률이 높다. 리즈는 2014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연속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해 1월 중순부터 시작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무릎통증을 느꼈고, 수술을 받게 되면서 LG와의 계약이 파기됐다. KBO는 지난 5월 27일 리즈와 LG의 상황에 대해 “2018년까지 LG에 임의탈퇴로 묶여있다. 임의탈퇴 기간이 2년으로 바뀐 것에 대한 적용은 2014년 1월 14일부터다. 리즈 선수는 2013년까지 LG에서 뛰었기 때문에 임의탈퇴 기간 5년이 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리즈가 한국무대 복귀를 원할 경우, LG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피츠버그와 1년 1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리즈는 올 시즌 빅리그에서 13경기 21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피츠버그로부터 지명할당됐고, 8월까지 마이너리그에 있다가 9월 확장엔트리를 통해 빅리그로 복귀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