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 켈리, 45일 만에 불운 떼어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9 20: 48

비교적 잘 던지고도 승리와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던 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가 드디어 불운과 작별을 고했다. 비교적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쳤고 이번에는 동료들까지 도와주며 45일 만에 승리를 거뒀다.
켈리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8승(10패)째를 기록했다. 몇 차례 위기는 있었으나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하며 팀의 초반 리드를 지켜냈다.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사실 성적이나 투구내용에 비해 승운이 잘 따르지 않았던 켈리였다. 실제 켈리는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가장 충격적인 날은 직전 등판이었던 9월 13일 마산 NC전이었다. 켈리는 6이닝 동안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도 11-4까지 앞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불펜이 이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11-12의 대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승리가 날아갔다.

그러나 평소 항상 밝은 켈리답게 충격을 잊는 것도 빨랐다. 이날 등판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1회 고비를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1사 후 김원섭 김주찬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필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은 다음 이범호를 삼진 처리하고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에는 김민우 김다원 이홍구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기세를 올렸다.
그런 켈리를 타선이 지원했다. 2회 이명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SK 타선은 3회에는 4점을 내며 단번에 5-0까지 앞서 나갔다. 켈리는 5회 김주찬의 희생플라이 때 1점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타선은 5회 반격에서 박재상의 2점 홈런으로 다시 점수차를 벌리며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켈리는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도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하며 깔끔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켈리의 등판일답게(?) 위기도 있었다. 7회 불펜이 흔들리고 실책까지 겹치며 3점을 내주며 팀이 7-4까지 쫓긴 것이었다. 그러나 SK 불펜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번에는 켈리의 승리를 지켜줬다. SK는 켈리의 호투를 발판 삼아 KIA와의 순위를 바꾸며 6위로 올라섰다.
켈리는 경기 후 “오늘은 야수들의 수비와 활발한 득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면서 “내가 승운이 없는 투수라고 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최근에 의욕이 넘쳐 템포가 너무 빨라 1구 1구 좀 더 신중하게 투구한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남은 경기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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