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고마운' 청춘FC, 호의는 권리가 아니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10.02 05: 59

# 영화 부당거래에 류승범이 연기한 검사 주완은 극중에서 "내 이야기 똑바로 들어.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라고 외친다. 상대만 기분 맞추다 보면 모든 것을 다 내주고 할 일일 못한다는 말이다.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청춘FC가 10월 14일 오후 4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은 각 구단이 제출한 선수명단을 후보로, 각 포지션 등을 고려해 구단별 2~3명씩 총 22명으로 꾸려진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춘FC와 대결에 대해 "절망의 끝자락에 선 20대 청춘들의 도전을 그린 청춘FC 선수들을 응원하고자 K리그 챌린지 선수들도 팀을 꾸려 이번 경기를 함께 갖기로 결정했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선수들 역시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으로의 승격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춘FC의 미생들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조금 다르다. 우선 청춘FC는 일단 FC 서울과 맞대결을 펼친다. 이미 서울 이랜드, 성남 FC와 대결을 펼쳤던 청춘FC는 좀 더 수준 높은 팀과 대결을 원해 서울에 경기를 제의했다. 서울도 청춘FC의 의지에 동의했고 결정을 했다.
이처럼 K리그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이번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K리그 챌린지와 클래식팀들은 제의를 먼저 받았다. 방송국의 제의에 거절할 팀은 없다. 공중파에 구단이 노출되기 때문.
물론 긍정적이다. K리그 클래식의 경우 공중파 중계를 위해 돈까지 지불하는 마당에 방송국의 제의를 뿌리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어쨌든 이미 방송된 경기의 주인공은 역시 청춘FC였다. 당연하다. 그들을 위해 방송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프로축구연맹도 리그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일단 챌린지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챌린지 팀 사무국장 회의에서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갔고 경기를 펼치게 됐다"면서 "팀들간의 입장이 분명했기 때문에 결정했다. 청춘FC측에서 한 제의는 분명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선수들을 차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무국장 회의에서 긍정적인 입장이 나온 결과 각 팀들은 주전급 선수들을 내놓았다. 완벽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경기를 펼친 서울 이랜드는 주장 김재성과 골키퍼 김영광이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안산 경찰 축구단은 신형민과 신광훈 등 프로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나선다. 팀들은 대부분 2명의 선수들을 이번 경기에 내보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주전급 선수들을 내보내지만 상주 상무는 차출을 불허했다. 팀 사정상 청춘FC와 경기에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상주의 결정. 그 결과 경남과 안양은 3명의 선수를 보내야 한다. 상주에서 2명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이다.
구단들도 부담감은 당연히 가지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주전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결정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45분 정도 뛸 예정이다.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위해 내려진 결정이다. 따라서 선수들의 조직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꾸준히 발을 맞춘 청춘FC와 경기는 좋은 경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청춘FC 선수들은 높은 수준의 팀과 대결이기 때문에 치열하게 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챌린지 선수들의 부상도 염려된다. 상대와 접촉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 축구경기의 부상인데 치열하게 임한다면 더 큰 부상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챌린지 선수들이 조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청춘FC 선수들의 의지가 그라운드 안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부상 선수가 생기게 되면 승강경쟁을 벌이는 팀들은 일단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현재 1위 대구를 시작으로 상주, 수원, 서울 이랜드, 부천, 고양 등 많은 팀들이 승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선수를 차출했다가 부상이 생기면 모든 책임은 구단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챌린지팀들의 경우 클래식팀들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포지션 배분에도 문제가 있다. 몇 개팀의 경우 선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원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는 경우가 많은데 부상자가 생기면 더 뼈아프다.
만약 부상이라도 당해서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다른 미생이 생기게 된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선수들이 뛰고 있는 곳이 K리그 무대다. 그들은 청춘FC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많은 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이들은 그 경쟁서 승리를 하고 더욱 치열한 경쟁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부상이 생긴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물론 너무 많이 진도가 나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도 발생한다. 이미 서울 이랜드와 성남과 친선전에서 나타난 것처럼 청춘 FC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시청률로 나타낼 수 없는 관심이다. 그 결과 K리그 선수들이 오히려 악역의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청춘FC 선수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반대되는 선수들이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K리그를 알리는데 긍정적인 입장만 나온다고 보기는 힘들다. K리그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청춘FC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미 2차례의 경기서 증명된 결과다. 챌린지를 알리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것이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가장 크게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물론 프로축구연맹의 행보를 비난할 수 없다. K리그를 알리는 방법으로 청춘FC와 연관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춘FC는 시간이 지나면 해체된다. 종영이 얼마남지 않았다. 반면 K리그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이어진다.  단순히 쇼프로그램을 위해 리그 전체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러 의미를 통해 챌린지 선발팀과 청춘FC 경기는 K리그가 이득을 보는 것이 많지 않다. 오히려 부담이 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미 K리그는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지금의 무리한 행보는 청춘FC의 권리가 아니다. 챌린지 선발팀과 청춘FC의 경기를 반대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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