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5강 도전에 실패했다.
KIA는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마운드가 흔들리고 타선도 침묵을 지키면서 0-9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KIA는 남은 2경기와 관계없이 5강 진입이 좌절됐다. KIA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한 시즌은 아니었다. 개막을 앞두고 신생팀 kt를 제외하고는 가장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민이 가세했지만 마운드, 타선, 수비 모두 최약체 였다. 그러나 한때 5할 승률을 넘으며 5위에 오르기도 했고 시즌 끝까지 5강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야구를 했다.
▲지키는 야구로 버텼다

리그 5위의 팀 방어율로 버텼다. 양현종이 에이스로 선발진을 이끌었다. 고비마다 활약을 하면서 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윤석민은 30세이브 소방수로 불펜의 기둥이 되었다. 임준혁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으며 큰 힘이 되었고 스틴슨도 11승을 따냈다. 불펜에서는 최영필과 김광수가 기둥노릇을 했다. 한승혁과 심동섭도 필승맨으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한 시즌 불펜에서 힘을 보탰다. 박정수, 문경찬, 홍건희도 가능성을 보였다.
또 하는 수비의 힘이었다. 팀 최소실책으로 최하위 득점력을 상쇄시켰다. 외야는 신인 김호령의 수비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타율은 2할이지만 수비는 4할대 타격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한울 박찬호의 유격수 수비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김민우도 2루수로 투혼을 발휘하며 공백을 메웠다. 고영우도 포수를 제외하고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물론 기록되지 않는 수비에서의 실수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수비력은 대반전의 모습이었다.
▲팀 문화 혁신 "하면된다"
김기태 감독의 소통과 리더십을 통해 선수단의 문화가 바뀌었다. 선수들 스스로 함께 해보자는 일체감은 시즌 내내 큰 힘으로 작용했다. 선수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끝까지 5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원동력이었다. 역전패는 줄어들었고 역전승과 끝내기 승부 등 극적인 승부가 많아졌다. '하면 된다'는 생각과 함께 패배 의식도 희석이 됐다. 그래서 팬들도 KIA 야구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해주었다.
김기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대폭 활용하며 기회를 주었고 1군과 2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2군에서 잘하면 1군이 부른다는 신호를 주었다. 이홍구와 백용환 포수 2명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경쟁적으로 두 자릿 수 홈런을 때리며 기염을 토했다. 신인 중견수 김호령은 남다른 수비력과 주력으로 타력을 보강한다면 주전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힘을 보였다. 투수진에서는 확실한 선발투수로 성장한 임준혁과 신인투수 박정수도 가능성을 보였다.
▲공격력에 발목 잡히다
결정적으로 공격력이 문제였다. 강팀에는 강한 홈런타자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KIA는 브렛 필과 이범호를 제외하고 타자들이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다. 확실한 한방잡이가 없었다. 필이 3할 타율과 100타점을 올렸지만 30홈런을 때려내지 못했다. 물론 이범호가 남은 2경기에서 2개를 추가하면 가능하지만 홈런포로 무장한 강력한 4번타자가 부재했다. 부활을 자신했던 최희섭은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마감했고 나지완은 7홈런, 30타점, 타율 2할5푼4리에 그칠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성적은 10월 4일 현재)
주포 김주찬은 잦은 부상으로 경기수가 적었고 수비도 제대로 나서지 못해 전력운용에 주름살을 안겼다. 3할 타율을 목표로 삼았던 신종길도 부진했다. 김원섭과 김민우도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우등성적을 내지 못했고 김주형, 김다원, 강한울도 타격에서 성장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리그 최저타율과 리그 최소득점으로 나타났다. 타선의 부재는 시즌 내내 KIA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안치홍과 김선빈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한계와 과제…도전은 계속된다
김기태 감독은 워낙 약한 전력을 물려받았다. 선수들의 투혼을 이끌어내고 전력을 이리저리 변통해 싸움을 해왔다. 그러나 시즌 막판 결정적으로 힘의 부족을 절감했다. 공격에서는 확고한 주전타선이 없다는 점이 커다란 한계였다. 공수를 완벽하게 갖춘 타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타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매경기 타순을 짜느라 고민을 거듭했다.
마운드도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는 두 번의 부상으로 제몫을 못하고 퇴출됐다. 대체 선수 에반 믹도 인상적인 활약을 못했고 팔꿈치 통증까지 겹치며 부진했다. 스틴슨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해 순위경쟁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5강은 가능했다. 아울러 김병현은 괌 재활캠프 막판에 맹장염 수술을 받은 것이 치명타였다. 서재응은 구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김진우도 팔꿈치 수술대에 올라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이적생 유창식도 전혀 달라지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다. 또 곽정철, 차명진 등 재활투수들도 전력화에 실패했다.
결국 내년 시즌 KIA의 최대 과제는 주전의 확보이다. 유격수와 2루수가 여전히 주전이 없다. 확고한 테이블세터진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고 튼튼한 외야진과 중심타선 구축도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이 선발투수로 복귀하면 필승조와 소방수 등 불펜을 재구성해야 한다. FA 시장,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시장에서 전력보강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숙제이다. 올해 선전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토브리그와 내년 전지훈련까지 결과물이 있어야 KIA 야구의 도전은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