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을야구 첫 페이지의 끝내기 영웅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끝내기 실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윤석민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경기를 끝냈다. 결승타는 아니었지만 SK의 실책에 연장 11회말까지 지속됐던 혈투는 마무리됐고, 5-4로 이긴 넥센은 10일부터 열릴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만나게 됐다.
SK가 5회초 3득점하며 유리하게 전개해 나가던 경기는 2점 뒤지던 넥센이 7회말 2점을 쫓아오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넥센은 선발 앤디 밴헤켄 이후 손승락-조상우가 이어 던지며 접전 흐름을 이어갔고, SK는 김광현의 뒤를 받친 메릴 켈리가 3이닝 2실점하기는 했지만 역전은 허용하지 않아 3-3 동점으로 8회말까지 끝냈다.

양 팀의 혈투는 연장전까지 불렀다. 조상우가 계속 마운드에 머문 넥센, 9회말 전유수와 정우람을 투입해 삼자범퇴로 끝낸 SK의 불펜싸움은 정규이닝 이후까지 지속됐다. 조상우가 49구로 3이닝을 틀어막은 넥센은 한현희를 올렸고, SK는 정우람 카드를 고수했다.
흐름이 갈린 것은 11회였다. 바뀐 투수 한현희를 맞아 무사 2루에 나온 나주환의 유격수 땅볼 때 박계현이 3루로 가다 아웃됐지만, 1사 1루에 이명기가 중전안타로 1, 2루 찬스를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박재상의 2루 땅볼 때 유격수 김하성의 1루 송구가 좋지 않아 병살 플레이가 완성되지 못하고 상황은 2사 1, 3루. 이어진 최정 타석에서 볼카운트 1S에 한현희가 던진 2구째에 최정이 헛스윙했지만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지 못하고 빠뜨려 3루 주자 나주환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11회말 1사에 김민성이 좌측 파울라인 안쪽을 빠르게 통과하는 2루타를 치고 나갔고, 브래드 스나이더가 외야 우측으로 흐르는 적시 2루타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SK가 김하성을 거른 뒤 박동원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바뀐 투수 신재웅을 상대로 서건창이 볼넷으로 나가고 다시 바뀐 박정배를 맞아 윤석민이 내야 가운데로 플라이를 쳤다. 하지만 유격수 김성현이 이 타구를 잡지 못해 경기가 끝났다. 넥센은 극적으로 경기를 끝냈다.
2차전까지 갔다면 자칫 SK에 밀려 뜻밖의 조기 탈락을 당할 수도 있었던 넥센은 벼랑 끝에서 지옥이 아닌 천당으로 갔다. 반면 승리를 앞두고 있던 SK는 앞선 상황에서 최후의 아웃카운트 2개를 끝내 채우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nick@osen.co.kr
[사진] 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