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졌다. 그리고 따뜻해졌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사용자를 배려하는 감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 아이폰 6S 플러스를 써보면서 느낀 것이다.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는 지난달 23일 국내 출시됐다. 이제 2주가 지났다. 아이폰 6 플러스(128GB, 스페이스 그레이)를 1년 가까이 써봤기 때문인지 당연하게 아이폰 6S 플러스(128GB, 로즈 골드)에 손이 갔다.
새로운 컬러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동시에 작아지는 화면에 대한 부담도 함께 작용했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을 매일 백업할 자신이 없었기에 가장 큰 저장 공간이 필요했다.

"이게 바로 아이폰 6S"라고 시작하는 애플의 TV 광고를 보면 아이폰 6S 플러스의 기능적인 면을 다분히 공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강력한 '대사'를 통해 아주 솔직하게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사실은 보이는 건만 빼고 다 바뀐 것이 아이폰 6S 플러스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공감가는 광고였다.
▲ "별로 안바뀌었어요"
정말 그렇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사다. 아이폰 6S 플러스의 디자인은 전작 아이폰 6 플러스와 비교해 거의 그대로다. 눈으로 봐도 손으로 직접 만져봐도 구분이 힘들다. 처음 만져 본 느낌은 살짝 묵직하면서도 그립감이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별로'라고는 하지만 아이폰 6S 플러스가 77.9mm(가로)×158.2mm(세로)×7.3mm(두께)에 192g이고 아이폰 6 플러스는 77.8mm×158.1mm×7.1mm, 172g이다. 미세하게 넓어지고 길어지고 두꺼워지고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 실제 손으로 만져보면 아이폰 6 플러스와의 구분은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 또 지금까지 아이폰에 사용된 소재 중 가장 강력한 합금인 7000 시리즈 알루미늄 외관과 전 세계 현존 가장 강도가 뛰어난 커버 글래스로 만든 레티나(Retina) H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S시리즈의 경우 겉은 그대로 둔 채 속만 바꿔왔던 사례를 비교하면 강도와 경도가 다바뀐 전혀 새로운 제품이라 할 만하다. 이는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 출시 초기 논란이 됐던 '벤드게이트'를 다분히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살짝 묵직해지고 그립감이 나아졌다는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들일 수도 있겠다.

▲ "몇가지만 빼구요"
그야말로 바뀐 것은 '몇가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몇가지'가 대단히 혁신적인 것들이다. 기존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뒤엎을 수 있을 만한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몇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이자 혁신은 '3D 터치'다. "손끝의 힘에 반응한다"는 광고 속 말 그대로다. 사용자의 압력을 감지한다.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누르는 세기에 따라 앱이 반응을 한다.
이는 12인치 맥북이나 애플워치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화면을 눌렀을 때 손가락에 전달되는 그 '떨림'은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글이나 말, 동영상으로도 전달될 수 없다. 몸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3D 터치'는 12인치 맥북과 애플워치에 탑재돼 관심을 모았던 포스터치 기능과 비교되지만 전혀 다른 기술이라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포스터치는 누르기의 강약만 전달했다면 3D 터치는 강약은 물론 좀더 세부적인 사용자의 손가락 방향과 속도까지 관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발 더 발전된 기술이다.
3D 터치의 경험은 흥미로웠다. 탭, 스와이프, 꼬집고 밀어내는 멀티터치 방식에 '픽앤팝(Peek & Pop)' 기능과 퀵액션(Quick Action) 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평면에 '축'이 가미된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미리 살짝 들여다보고 또 열어볼 수도 있다."
3D 터치는 "문자 보는 것도, 이메일 보는 것도, 뉴스 보는 것도" 바꿔놓았다. 문자를 볼 경우 손가락에 살짝 압력을 가하면 팝업창이 뜨면서 내용을 보여준다. 실제로는 그 문자를 열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다. 더 세계 누르면 그 문자가 열리지만 손가락을 떼면 다시 문자 목록 화면으로 돌아간다.
이메일도 마찬가지. 목록을 일일이 하나씩 열어보지 않고 슬쩍슬쩍 볼 수 있다. 뉴스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아도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 미리 내용을 읽을 수 있다. 날짜나 시각에 링크가 걸렸을 경우 압력을 가하면 일정으로 바로 가서 입력이 가능하고 장소에 링크가 걸리면 지도가 곧바로 펼쳐진다.
퀵액션은 앱 실행 없이 다음 명령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즐겨찾기 혹은 빨리가기 기능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 앱 아이콘을 누르면 사진찍기, 슬로모션 녹화, 비디오 녹화, 셀카찍기 등의 목록이 나타난다. 종전에는 앱을 실행한 후에야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퀵액션을 통해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됐다.
▲ "로즈골드 끝내주네"
남자라면 망설여지는 색이 분홍이다. 핑크. 새롭게 추가된 '로즈골드' 색상도 이 핑크 계통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을 잠시했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면 전혀 핑크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옅은 분홍빛을 띠지만 골드가 살짝 가미된 느낌이다. 왜 '로즈골드'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이해가 됐다. 고급스런 이미지가 흐르는 색상이다.
이 로즈골드는 현재로는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만 가진 컬러다. 굳이 아이폰 6S 플러스라고 말하지 않고,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이들이 로즈골드 색상을 넘어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에 관심을 드러냈다. 로즈골드는 이제 한 번쯤 갖고 싶어하는 컬러가 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컬러의 이유가 설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 "사실 사진 자체가 달라졌다. 이제 움직이거든요"
3D 터치와 함께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혁신은 사진이다.
일단 카메라 스펙이 높아졌다. 아이폰 6 플러스의 경우 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20만 화소였다. 하지만 이번 아이폰 6S 플러스에서는 확 끌어올려 후면 카메라가 1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가 500만 화소다.
이런 높아진 사양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확실히 만족스럽다. 노이즈도 대폭 줄었고 디테일은 확실히 느껴진다. 피사체와 상관없이 원경, 근경 조절이 자동으로 된다. 동물 사진은 털이 한올한올 보일 정도다. 더 이상 카메라를 탓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사진의 품질은 찍는 사람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파노라마 사진은 6300만 화소까지 확보했다.
특히 '라이브 포토' 기능은 신기할 따름이다. 사진이 움직인다. 마치 동영상 같다. 찍는 방법은 평소와 같다. 다만 카메라 앱을 열면 노란 센터가 중간에 있는데 이것을 켜주면 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전 1.5초, 후 1.5초 사진들이 함께 담긴다. 결국 최대 3초짜리 동영상 느낌이 드는 사진이 탄생하는 셈이다. 이 사진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면 음성과 함께 재생되면서 움직인다. iOS 9을 작동하는 기기에서는 똑같이 작동한다. 아이폰 4S 이상부터 iOS 9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애플의 대부분 기기에서 움직이는 '라이브 포토'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목록에서 라이브 포토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을 넘기다 보면 '움찔움찔' 움직이는 사진이 있다. 그것이 바로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이다.
"이제 4K 동영상도" 가능하다. 아이폰 6S 플러스에는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손떨림 방지 기능인 OIS가 탑재됐다. 아이폰 6S에는 동영상 OIS가 없기에 아이폰 6S 플러스만의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다. 또 동영상이 작동되는 상태에서도 줌인이 가능하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더욱 디테일해졌다. 정확한 색감 표현이 가능하도록 들어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 "시리도 전보다 똘똘해졌어요"
그밖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업그레이드 됐다. 지능형 비서기능인 '시리(Siri)'는 한국어 인식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다소 답답했던 시리가 똑똑해졌다.
또 홈버튼 없이도 종전 사용 앱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왼쪽 가장자리를 세게 누르면 틈이 생기면서 홈버튼을 두 번 연속 누른 효과를 볼 수 있다. '홈버튼이 굳이 필요없는 날이 곧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능이었다.
셀카에도 플래시 기능이 탑재됐다. 이제 어두운 곳에서는 환하게 밝은 곳에서는 화사하게 자신의 얼굴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는 A9칩을 사용한다. 이 A9칩 속에는 모션을 담당하는 M9칩도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CPU는 전 세대에 비해 70%, GPU는 50% 더 향상됐다. 이는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모션 센서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 배터리 사용은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하드웨어적인 효율성과 iOS 9의 효율성이 잘 결합된 결과다. 사양보다는 최적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
아이폰 6S 플러스를 쓰면서 느낀 것은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3D 터치라는 기술에서 볼 수 있는 '픽앤팝'과 '퀵액션'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사용자가 할 수고나 과정을 2~3단계 정도 줄인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작업의 중단 없이 다른 작업을 한다는 것도 요즘 같은 멀티 세상이 뭐 그리 대단한 기능인가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자잘할 수 있는 디지털 스트레스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란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을 마니아층까지 끌어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항상 업계 판도를 이끌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용자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바뀐 건 뭐 이 정도"라는 마지막 광고 대사와 함께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라고 뜬 문구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능을 부각시키면서도 감성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3D 터치를 통해 기능적인 면도 깊어졌지만 사용자를 배려하는 따뜻함도 한껏 더해졌다. 아이폰 6S와 아이폰 6S 플러스는 기술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동영상] 아이폰 6 플러스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