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현종 전 CJ 감독(35)이 자신의 전부와 다름없었던 CJ LOL 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국 LOL 서버가 열리기 전부터 CJ LOL팀의 전신인 MiG를 통해서 한국 LOL 초창기를 닦아놓은 입지적인 인물이 강현종 감독이다.
CJ 스포츠단 사무국은 지난 17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강현종 감독을 포함한 손대영 코치, 정제승 코치와 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그들의 앞길을 축복했지만 분명한 건 코칭스태프 3인방과 CJ의 3년 인연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2012시즌 한국 리그가 시작하면서부터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형제팀을 운영한 강현종 감독은 2012시즌 한국 리그를 모조리 평정하면서 한국 LOL의 발전 속도를 한 단계 이상 끌려올렸다. '롤드컵'으로 불리는 'LOL 월드챔피언십'에서 첫 참가임에도 프로스트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전세계 LOL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2013시즌을 앞두고 CJ에 합류했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강현종 감독에게 지난 3년은 좌불안석이었다. 2013시즌은 프로스트와 블레이즈가 준우승을 한 차례씩 차지했지만 롤드컵 진출에 좌절하면서 결론은 실패한 시즌이었다. 성적을 내지 못했던 2014시즌은 더욱 더 그를 편하게 만들지 못했다. SK텔레콤을 상대로도 대등한 성적을 냈던 2015시즌은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국 롤드컵과 인연을 맺는데는 실패했다.
다가오는 2016시즌 방향성으로 대규모 리빌딩을 제시하면서 다시 한 번 롤드컵 진출을 노렸지만 갑작스럽게 리빌딩 중단을 지시받았고, 결국 그에게 돌아간 것은 계약 종료 통보였다. 그 역시 스스로 짐을 내려 놓듯 CJ와 인연이 끝났음을 인정했다. 17일 저녁 서울의 한 식당에서 OSEN과 만난 강현종 감독과 정제승 코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강현종 감독과 정제승 코치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 강현종 감독
- 계약 종료가 발표되고 나서 팬들을 포함한 e스포츠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CJ 사무국에서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발표했지만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 CJ에서 3시즌을 포함해 이 팀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을 대 복잡하지 않고 어렵지 않는 선택이라면 거짓말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서로 좋게 발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서 회사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코칭스태프의 계약 종료로 CJ의 리빌딩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이제부터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자신에게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정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번 팬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평소 선수들이 말하던 팬 여러분들께 좋은 이야기를 듣고 힘을 낸다는 이야기가 이해됐다. 오늘 많은 분들이 응원과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걸 보면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정제승 코치가 팀이 잡았음에도 나와 함께 움직이기로 해 미안하면서 고맙다.
- 언제 계약 종료쪽으로 마음을 굳혔는지 궁금하다.
▲ 지난 9월 말 대규모로 공개모집을 진행하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케스파컵 개막을 보름 남짓 남겨뒀을 무렵이었다. 리빌딩 작업 중단 지침이 내려왔다. 트릭 헬퍼 맥스 등 신예 3인방을 포함해 새롭게 선발했던 연습생 모두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도 이 상황을 알게됐고,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기존 준비했던 스케줄을 소화하지 못했다. 리빌딩이 중단되면서 이제는 팀에서 떠나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케스파컵에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지난 3년간 팬들에게 '리빌딩'에 대한 비난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감독님이 팀 분위기가 '가족 같다'는 말 중 '가족'이라는 단어를 꺼내서 꼬집은 이들도 있는데. CJ의 리빌딩이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해 주실수 있는지.
▲ 우리 팀의 시작은 힘들었다. 힘든 상황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다 보니 '가족'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웠다. '클템' 이현우 '빠른별' 정민성 등 먼저 팀을 떠나면서 시작된 '리빌딩' 작업이 순조롭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기존 팀 색깔의 강한 이미지로 인해 새롭게 합류하는 인원들이 녹아들지 못했다. 아마 팀 분위기에 어우러진 친구는 '코코' 신진영과 '스페이스' 선호산 뿐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전 포지션에 걸쳐 팬 분들의 기대감 '팬덤'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상황에서도 항상 열심히 해준 친구가 스페이스였다. 힘든 상황이 많았음에도 '가족'이라는 단어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감독으로서 최고의 순간과 힘든 순간을 동시에 겪었다.
▲ 2012시즌 때는 몰랐던 느낌을 2013 부터는 느끼기 시작했다. 최다연승, 형제팀 우승 등 우리만이 가졌던 기록이 하나씩 깨지면서 처음에는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선수들의 노력을 보면서 욕심을 버리고 응원하자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는 이번 시즌만 하더라도 다그치기 보다는 응원하는 시즌이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리빌딩에 대한 고민은 항상 많았다. 비난과 비판 보다는 격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만족 못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새롭게 나오는 선수들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 안타깝고 아쉽고 하다. 매 경기 그랬지만 상대가 잘했다고 생각한다. 패배에 승복한다. 드라마처럼 마지막 경기 우승하고 떠났으면 좋았겠지만 부족해서 패한 것 같다. 케스파컵 결승에서도 에버가 잘한 건 맞다. 에버는 시작하는 팀이다. 안타까운 마음도 컸지만 에버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감정도 생겼다. 우리도 시작할 때가 제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앞으로 어떻게 지낼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 손대영 코치하고는 따로 길을 잡을 것 같다. 사이가 나빠진게 아니냐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지만 우리 사이가 멀어진 건 아니다. 정제승 코치와 우선 함께 하려 해 모색할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해외 팀이든 국내 팀이든 기회가 생긴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시작하려 한다.

- CJ 팬들과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CJ 팬분들은 한국 롤이 들어오기 전부터 여기까지 함께 오신 분들이다. 팬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쓴소리도 약이었다.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없던 건 안다. 그 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선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하던 응원을 부탁드린다. 그동안 너무 닫고 살아왔던 건 아쉬우면서 죄송스럽다. 겁이 났던 점도 있었지만 SNS를 포함해서 적극적으로 팬분들과 소통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격려하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다시 한번 너무 죄송스럽다.
선수들에게는 지금까지 고생했다는 이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니간 어느 자리에 있던 선수로 있을때 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감독님이 다른 감독님도 엄하게 한 부분도 있었던 걸 알고 있다. 꼭 응원한다. 너희들을 믿는다.
◆ 정제승 코치
감독님과 인연은 과거 MiG시절 연습생을 지원하면서 시작했다. LOL을 접고 다른 일을 도전하고 있을 때도 꾸준히 연락은 하고 있었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당했는데 감독님께서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면서 CJ와 인연이 시작됐다.

이번에 CJ를 나온 걸 무모한 선택이 아니냐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감독님 곁에서 보필하면서 배울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아주 오랜시간 가까이 있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이라는 창을 통해서 넓은 세상을 본 것 같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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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CJ 엔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