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선택 아쉬웠던 이대은, 역전으로 기사회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1.19 22: 51

 이대은(26)은 신중했다. 잠시 제구가 흔들렸을 때, 아쉬운 수비가 나왔을 때도 바로 본연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고비에서의 선택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팀이 이겨 괜찮다.
이대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3피안타 2탈삼진 3볼넷 3실점(1자책)했다.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일본 타선을 상대로 실점 없는 피칭을 지속한 이대은은 4회말 갑작스레 무너지며 강판당하고 말았다. 팀은 8회말까지 0-3으로 뒤졌지만, 9회초 기적 같은 역전극을 만들며 4-3로 승리했고 이대은의 패전 위기도 날아갔다.
3회말까지는 실점이 하나도 없었다. 1회말 볼넷 2개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나카타 쇼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 이닝을 끝낸 이대은은 2회말 1사에 나카무라 아키라를 좌전안타로 출루시키고도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3회말 역시 2사에 야마다 데쓰토의 몸의 맞는 볼이 나왔으나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3회까지 투구 수가 73개로 많기는 했지만 실점이 없었던 점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3회말에는 2사 1루에 쓰쓰고 요시토모의 평범한 내야 플라이를 아무도 잡지 못했지만, 이것이 파울라인 바깥으로 흘러나간 뒤 1루수 직선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때로는 불리한 카운트를 감수하면서까지 장타 발생 확률을 줄인 이대은의 경기 운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4회말에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실점했다. 나카타의 볼넷으로 처음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낸 이대은은 커터를 이용해 후속타자 마쓰다 노부히로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유격수 키를 넘기는 나카무라의 안타와 내야 좌측을 깔끔하게 뚫는 히라타의 좌전 적시타에 첫 실점했다. 이후 김재호의 실책과 구원투수 차우찬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허용으로 실점이 3점(1자책)으로 불어났다.
3회까지의 피칭과 비교해 4회말 가장 달라진 것은 구속이었다. 4회말에도 선두 나카타를 상대로만 150km대의 빠른 볼이 4개나 있을 정도로 구속은 줄지 않았지만 볼넷으로 내보낸 뒤 제구를 의식한 듯 구속이 줄었다. 나카타의 볼넷 후 이대은은 자신이 상대한 마지막 타자인 시마와 맞대결했을 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한 포심 패스트볼(150km) 이전까지 최고 구속이 146km에 불과했다.
볼넷 허용 후에 급격히 줄었던 구속이 안타를 맞은 뒤 다시 올라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볼넷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구속을 줄였다가 안타를 내주고 나서 다시 전력 피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구간의 선택이 선취점 헌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대표팀의 뒷심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9회초 한국은 선두 오재원의 좌전안타와 대타 손아섭의 중전안타, 좌측 파울라인 안쪽을 통과하는 정근우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만회한 한국은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를 맞아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 나온 마스이 히로토시는 이대호가 공략해 외야 좌측에 떨어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로 4-3을 만들었고, 정대현과 이현승이 9회말을 책임졌다. 또 한 번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nick@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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