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굴기(崛起) 선언’, 메르세데스-벤츠가 새삼 일깨운 SUV의 정의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12.12 07: 40

‘SUV 라인업 강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2015년을 마무리 하며 새해 목표를 공개했다. 근래 세계 자동차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SUV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지난 8일까지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1주일 가량 진행 된 ‘메르세데스 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내년 말까지 한국 시장에서 벤츠 SUV 판매량을 2배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SUV 판매 비중은 약 7%다. 실라키스 사장의 말대로 SUV 시장이 확대 되면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로 새겨진 벤츠 브랜드의 이미지는 상당 수준 변화를 맞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잠재 구매자 1000명을 대상으로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기획하면서 장소를 무주 덕유산 리조트로 정한 데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SUV가 근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덕유산 자락의 전라북도 무주는 남부지방에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산세가 높아 겨울에는 강원도 못지않은 설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본격 스키시즌은 아직 열리지 않아야 하고, 인공 눈을 만들면 스키 시즌에 앞서 ‘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 고민을 해결할 최적의 장소가 바로 무주다. 강원도에 비해 스키 시즌이 늦게 열리지만 인공 눈으로 소기의 설경도 만들 수 있다. 실제 ‘SUV 체험 행사’가 열린 주간에 우리나라 전역에 폭설이 내렸다. 
눈 내린 무주. 이 곳에서 벤츠가 꼭 보여주고 싶었던 덕목이 있다. 눈밭에서도 기죽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 SUV의 위용이다. 
소비자 대상의 SUV 체험 행사에 앞서 자동차 담당 기자를 상대로 맛보기가 열렸다. 아쉽게도 이 날은 눈이 없었다. 대신 궂은 비가 내렸다. 기온이 높아 눈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행사장 환경은 벤츠코리아가 내심 기대했던(?) 만큼 열악했다. 자, 이제 ‘2016년 굴기(崛起)’ 벤츠 SUV 라인업이 할 일만 남았다. 
2016년 굴기를 명 받은 SUV 패밀리는 맏형 G-Class부터 SUV 세그먼트의 S-Class인 GLS, 프리미엄 SUV 세그먼트의 개척자 GLE, SUV에 쿠페의 스포티함을 결합한 럭셔리 SUV 쿠페 GLE-Coupé, 모던 럭셔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미드 사이즈 SUV GLC, 그리고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춘 콤팩트 SUV인 GLA 등이다. 
G-Class는 우리에게 ‘지바겐’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차다. 1979년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 차량으로 제작 돼 36년간 진화를 거듭해 왔다. 실용성에 중점을 둔 오프-로드 스페셜리스트에서 출발해 최고급 인테리어와 첨단 주행 성능을 갖춘 럭셔리 오프로더로 자리잡았다. 
The New GLE와 The New GLC는 내년 1월 우리나라 시장에 출시 될 차량이다. 두 차는 이번 SUV 체험행사를 통해 처음 소개 된 셈이다. 
The New GLE는 1997년 M-Class(W163 시리즈)로 처음 선보이며 모던 프리미엄 SUV(Sports Utility Vehicle)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조해낸 M-Class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동시에 GLE는 160만 대 이상 판매 된 M-Class의 새로운 이름이다. 
프리미엄 풀 사이즈 SUV The New GLE는 3가지 모델이 들어온다. 디젤 엔진에 자동 9단 변속기(9G-TRONIC),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4MATIC을 적용한 The New GLE 250d 4MATIC, The New GLE 350d 4MATIC 2개의 디젤 라인업과 고성능 AMG 가솔린 엔진에 AMG SPEEDSHIFT 멀티 클러치 7단 스포츠 변속기, 사륜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 고성능 모델 The New Mercedes-AMG GLE 63 4MATIC이 그것이다.  
The New GLC는 지난 6월 독일 메칭겐에서 첫 선을 보인, GLK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모던한 디자인, 업그레이드 된 인테리어,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이 적용 된 럭셔리 미드 사이즈 SUV다. 기존 GLK에서 GLC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내에는 디젤 엔진에 자동 9단 변속기(9G-TRONIC)와 새롭게 향상된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 4MATIC을 적용한 The New GLC 220 d 4MATIC, The New GLC 220 d 4MATIC Premium 등 2개 모델이 들어 온다. 
GLA는 다재다능한 매력을 갖춘 프리미엄 콤팩트 SUV다. 2014년 9월 우리나라에 출시된 GLA는 진보적인 디자인과 스포티한 감성이 돋보여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래그십 SUV 모델 GLS와 럭셔리 SUV 쿠페 The New GLE Coupé는 내년 4분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새롭게 적용 되는 작명법은 메르세데스-벤츠 SUV 라인업을 한층 명확하게 해 준다. 최상위에 있는 G-클래스를 시작으로 GLS, GLE, GLE 쿠페, GLC, GLA로 이어지는 체급별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이번 무주 체험 행사에 동원 된 차량은 G클래스를 비롯해 GLE, GLC, GLA 등인데, 체험 프로그램은 각 차량이 갖고 있는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구성 됐다. 
G클래스는 오프로드의 제왕답게 산악 험로 주행을 모형화한 코스에 자리를 잡았다. 50cm 이상 깊이로 파인 구덩이가 지그재그로 배열 된 구간을 이동하는가 하면 5미터 높이의 흙더미를 쌓아 급경사를 만든 인공 험로를 오르내렸다. 
전장 4,725mm, 전고 1,970mm의 대형 SUV가 5미터 높이의 흙더미를 올라간다는 건 생각보다 아찔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순간적으로 시야가 차단 되기 때문에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동승한 독일인 인스트럭터는 “나를 믿고 또 G클래스를 믿으라”며 웃었지만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같은 환경을 육중한 몸매의 G클래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뚫고 간다는 것. 절벽 같은 경사로를 내려 올 때는 차가 알아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줬고 앞뒤의 대각선 방향 두 바퀴가 구덩이에 빠진 상황에서도 차는 꿈틀거리며 몸체를 빼냈다. G-Class에 적용 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네 바퀴에 각기 다른 구동력을 전달하고 있었다. 공회전을 하는 바퀴에는 제동을 가하고, 대신 최고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퀴에 구동 토크를 집중적으로 이동 배분한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GLC는 평지에서 40도 이상의 철제 경사로를 진입하는 코스에서 한쪽 바퀴가 공중에 뜬 상태였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차체를 움직였다. 기본으로 탑재 된 첨단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은 세 바퀴만으로도 극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철판과 H빔으로 가설한 경사로를 슬금슬금 오르내리며 “나 이런 차량이야”를 되뇌고 있었다. 
대형급에 속하는 GLE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자랑하는 임무를 맡았다. 덕유산 자락의 고불고불한 산길을 우리 동네 골목길처럼 내달렸다. G클래스보다 긴 전장 4,830mm의 차체로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 반듯하다. 무겁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가볍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평지에서는 민첩하다가도 코너에서는 신중한, 그런 모습이었다. 
SUV와 세단의 경계에 있는 GLA는 ‘눈길 슬라럼’ 체험을 준비했다. 원래 계획은 무주리조트 내 비포장 주차장 공간에 인공 눈을 뿌려 눈밭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이 체험에 나선 날은 비가 내려 눈이 버텨내지를 못했다. 대신 빗물 고인 자갈밭을 차제 자세제어장치(ESC)를 끄고 달리게 했다. 슬라럼이기 때문에 고무고깔(라바콘)로 고불고불한 가상 도로를 만들었다. 
천천히 달리면 슬라럼의 맛이 안난다. 정해진 코스를 고깔을 치지 않고 가장 빨리 들어오도록 기록을 쟀다. 참가자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자갈을 튀기면서 치고 나간 GLA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급회전과 급가속을 반복했다. 간간이 제동이 늦어 고깔을 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난이도 높은 코스를 GLA는 잘도 헤쳐 나갔다. 눈밭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ESC를 끈 상태에서도 그 정도의 움직임이면 눈밭이라고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았다.  
흥미로운 체험 코스는 해가 저물도록 이어졌다. 사실 모든 SUV가 메르세데스 벤츠 라인업만큼 기능을 갖출 필요는 없다. 벤츠 라인업이 이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1억 4,000만 원짜리 G클래스를 끌고 굳이 산속 언덕길을 오를 일도 없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일깨워줬다. SUV는 차의 생김새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는 것. 눈밭을 달리고, 산길을 오르고, 물길을 건너고, 그리고 무거운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는 그런 차가 SUV라는 사실이다. 벤츠의 ‘SUV 굴기’가 기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0c@osen.co.kr 
[사진] 위에서부터 눈밭을 헤치며 임팩트 있게 등장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SUV GL 클래스와 GLE, SUV 익스피리언스 데이의 시작을 알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실라키스 사장, 경사로를 가뿐하게 오르는 G 클래스, 눈 내리는 도로도 마다않는 GLC, 강한 듯 부드러운 대형 SUV GLE, 빗길에서도 고깔을 피해 재주 부리는 G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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