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종목인 LOL e스포츠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지난 3년간 e스포츠의 발전은 눈부시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2004년과 2005년 부산 광안리 백사장을 가득 메웠던 10만 관중의 신화를 이어나가면서 e스포츠의 제 2 전성기를 일궈냈다.
하지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보다 더 미래를 바라봐고 정진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e스포츠의 가장 최우선 지상과제라고 할수 있는 정식 스포츠 입문. 특정 종목이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종목의 국제연맹이 스포츠어코드에 정회원으로 가맹되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준가맹 단체지만 스포츠로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e스포츠 현주소를 바로 IeSF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2월초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2015 IeSF 월드챔피언십'이 열렸다. 7번째 열린 이번 대회서 28개국 190명의 선수가 참가해 나흘간 열전 속에서 세르비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외적으로, IeSF는 세계 최초로 국제 스포츠사회의 인사와 e스포츠 인사가 모여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를 다루는 e스포츠 서밋을 개최했다.

2008년 설립된 IeSF는 대한민국에 소재해 있지만, WCG와 같은 국가대항전 모델의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것 외에는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 e스포츠 단체들은 IeSF를 중요한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으며, 특히 공식 스포츠계에서는 IeSF가 e스포츠를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IeSF는 2008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e스포츠협회의 주도로 설립된 국제 기구이다. 당시 양 기관은 가장 발전되어 있던 한국 e스포츠의 모델과 타 스포츠의 조직구조를 결합해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를 목표로 IeSF를 설립했다. 현재 IeSF는 42개 국가 내 e스포츠협회의 연합이며, 모든 협회들은 KeSPA와 마찬가지로 자국 국가 정부의 인가 단체이다.
현재 e스포츠 업계는 게임사 주도의 연간 글로벌 리그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단발성 대회가 될 수 밖에 없는 e스포츠 국가대항전은 그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그 동안 국가대항전을 추구했던 WCG, WECG 등의 대회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 와중에 IeSF는 국가대항전 모델을 고집하는 유일한 단체로 남아있다. 이제는 메타가 지났다고 보는 연 1회 단발성 국가대항전을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IeSF의 목표인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와 관련이 있다.
모든 스포츠의 발전에는 “국가”의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 특정 종목이 산업적으로 발전하고 스포츠화에 성공하게 되면, 해당 종목과 선수들은 국가의 지원 하에 안정화 단계에 정착한다. 정식 스포츠 선수가 받는 혜택은 해당 종목의 협회와, 그 협회의 소관 주무관청 (정부)로부터 나오며, 이는 선수 및 종목에 대한 복지와 위상 확립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IeSF가 주최하는 국가대항전은 각 국 정부와 체육회를 연계함으로써 모든 국가로부터 e스포츠 지원을 유도하기 위함이며, 이러한 공공성이 WCG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를 주창하지만, e스포츠는 신체활동이 적다는 이유를 들며 그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 가능성은 오히려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국제 스포츠사회는 젊은 세대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에 우려를 하고 있다. 젊은 세댸의 무관심은 선수 저변의 축소와 함께 잠재적인 스폰서의 감소를 야기한다. 한편, 반드시 대근육 사용을 하는 것이 스포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역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바둑이나 사격 등,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종목이 점차 증가하고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의 스포츠화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국제 스포츠사회는 e스포츠의 빠른 성장을 주목하고 있으며,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서 국제 스포츠대회에 도입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식 스포츠로서의 인정은 전 세계 국제 스포츠연맹의 연합인 스포츠어코드 정회원 가맹으로 완료되며, 정회원 등록은 40개 이상의 e스포츠 협회가 자국으로부터 스포츠단체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3년 IeSF 회장으로 취임한 전병헌 회장은 회원국의 정식 스포츠단체 인정을 지원하기 위해 각 국 체육부처 및 올림픽위원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점차 승인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IeSF는 스포츠어코드 가맹과 함께 다수의 국제 스포츠대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 스포츠대회 진출을 통해 e스포츠 선수들이 스포츠선수로서의 위상과 혜택을 부여받고, 게임을 스포츠 종목으로 격상시킴으로써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지난 9월 전병헌 회장은 인도네시아 올림픽위원회를 방문해 당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이었던 리타 스보우 회장과 회담을 가졌으며,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2017 아시안 유스 게임즈와 2018 아시안 게임 내 e스포츠 진입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리타 스보우 회장은 OCA 상임위에서 e스포츠의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 중에 있다.
IeSF 전병헌 회장은 지난 12월 3일 개최된 e스포츠 서밋 기조연설에서, 모든 e스포츠 주체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e스포츠 아젠다 2020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동안 전통 스포츠가 구축해온 여러 가지 제도들을 e스포츠에 도입해 e스포츠와 연관된 종목사, 방송사, 협단체와 함께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의지였다. IeSF는 게임업계와 스포츠계를 잇는 허브 기관으로서, 지속적인 국가대항전 개최와 함께 국제 스포츠사회의 진입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