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앞두고 저명언론인들 투표사실 공개
이전엔 30%대 득표 약물악령 떨치나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약물 악령을 벗고 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야구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발표가 다가오는 가운데 본즈와 클레멘스에게 처음으로 투표했다는 저명한 기자들의 ‘고백’이 이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FOX SPORTS의 켄 로젠탈 기자가 ‘이번에 처음으로 본즈와 클레멘스에게 투표했다’고 자신의 칼럼을 통해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ESPN의 제리 크래스닉 기자 역시 이 둘에 투표했다면서 그 이유를 밝히는 칼럼을 실은 바 있다.
확실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본즈와 클레멘스가 금지약물 스캔달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기사 정도는 있었어도 이렇게 당당하게 투표사실을 밝히면서 관련 칼럼까지 게재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더구나 FOX SPORTS의 메이저리그 간판기자인 로젠탈 뿐만 아니라 크래스닉 역시 ESPN의 선임기자로 명성이 있는 언론인이다.
본즈는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최다 홈런(762개)뿐 아니라 7차례 MVP에 선정됐고 골드글러브상 8회, 실버슬러거상 12회 수상했으며 올스타에 13차례 선정 됐다. 클레멘스 역시 4차례 다승왕에 오르면서 메이저리그 24년 동안 354승 184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사이영상 7회수상에 MVP도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둘은 PED를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명예의 전당 입성이 3년 연속 좌절됐다. 본즈는 2013년부터 36.2%-34.7%-36.8% 득표에 그쳤다. 클레멘스 역시 37.6%-35.4%-37.5%다. 명예의 전당 헌액에 필요한 75% 득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고 매년 득표율 역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로젠탈은 자신이 마음을 바꿔먹은 이유로 마이크 피아자를 들었다. 피아자는 지난 1월 투표결과 발표에서 69.9% 득표로 아쉽게 헌액대상자가 되지 못했지만 올해는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불리는 피아자가 3년 연속 75% 득표에 실패한 이유는 피아자 역시 금지약물 사용에 대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문제가 거론된 적은 없지만 투표권을 가진 미국야구기자회 회원들이 이런 의심 때문에 피아자에게 표를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피아자는 2016년 투표에서는 75%벽을 통과할 확률이 높다. 제프 배그웰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로젠탈은 이 둘이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결정 될 경우 본즈와 클레멘스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다고 보고 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정부기구가 공식조사에 나선 적이 있고 금지약물사용과 관련한 폭로들이 있었지만 한 번도 스스로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조사를 통해서도 금지약물 사용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았다(이런 점에서 로젠탈은 금지약물사용사실이 확정된 마크 맥과이어나 새미 소사에 대해서는 투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크래스닉은 이들의 성적에 주목했다. 본즈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시기 이전인 1998년까지 봐도 이미 리그 MVP를 3차례 차지했고 WAR 역시 94.6으로 조 디마지오, 재키 로빈슨을 뛰어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레멘스는 1996년까지 192승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이영상도 3차레 수상했다.
물론 본즈와 클레멘스가 당장 이번 투표에서 75% 이상의 득표로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여전히 이들의 약물사용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기자들 역시 많기 때문이다. 당장 로젠탈의 논리는 ‘그렇다면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한 사람만 손해 보라는 거냐’는 반론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은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앞으로 남은 기회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명예의 전당 투표결과는 내년 1월 7일 발표된다. /nangap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