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27)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 출발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김현수는 29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이달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한 그는 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김현수와의 일문일답.

- 계약 후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홈 구장의 느낌과 25번을 선택한 이유는?
▲ 야구장이 좋다는 것만 느꼈다. 50번은 이미 달고 있는 선수가 있어서 다른 번호 중에서 골랐다. 27번과 25번 중 27번을 하고 싶었는데, 에이전시에서 강정호를 따라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고, 배리 본즈가 달았던 번호이기도 해서 25번을 골랐다.

- 캠든야즈(홈 구장)에 다녀온 소감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 아직 뛰지 않아서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계단식 불펜을 마련한 구장이라는 설명도 들었고, 거기에 바가 있어서 가봤는데 베이브 루스의 아버지가 운영했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직 뛰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고, 좋다는 느낌만 받았다. 펜스가 조금 가깝게 느껴지기는 했다. 뒤에 건물도 있어서 작아보이기도 했는데, 투수들의 공이 더 빠르기 때문에 잘 될지는 모르겠다. 잠실보다는 가까운 느낌이 있다.
- 만나보고 싶은 투수는?
▲ 메이저리그의 모든 선수와 붙어보고 싶다. 1선발급 선수들을 다 만나보고 싶은데, 한 명을 꼽자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프라이스와 만나보고 싶다. 한국에서도 많이 봤던 투수고, 좋은 투수로 알고 있다. 꼭 붙어보고 싶다.
- 2016 시즌 목표 성적은?
▲ 아직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주전 경쟁부터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크게 뛰어난 장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커트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게 헛스윙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삼진보다 볼넷이 많은 점이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비결은?
▲ 초구부터 치는 경향이 있어서 삼진이 적은 것 같다. 그래서 볼넷도 나오게 되는 것 같은데, 비결은 빠른 승부인 것 같다.
- 메이저리그행을 결심한 계기는? 그리고 누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
▲ 리코 스포츠 에이전시와 WM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한국시리즈 우승한 뒤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갈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가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일이 잘 돼서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 한국에서 은퇴할 생각은 있나?
▲ 미국에서 잘 해서 미국에서 은퇴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 신고선수로 입단해 입지전적 인물이 됐는데,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좋은 지도자들을 만나 쉽게 기회를 얻었다. 타격 소질도 많이 늘었다.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퓨처스리그에 있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1군에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
- 프라이스와 맞붙고 싶은 이유는? 패스트볼 대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 프라이스는 공격적이고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 투수라 맞붙고 싶다고 생각했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는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봐야 알 수 있다. 시범경기부터 많이 나가면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 좋은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헀는데, 기억나는 지도자는?
▲ 1군에서 뛰게 해주신 김경문 감독님이 가장 큰 은사님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 김광림 코치님도 1년 내내 붙잡고 연습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송재박 감독님, 김민호 코치님도 기억에 남는다. 김광림 코치님이 타격을 만들어주셨다면, 김민호 코치님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게 수비를 가르쳐주셨다.
- 볼티모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어도 되는 게 좋았다. 한국식당에 들어갔을 때 식당 사장님이 '이민 오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 덕아웃에서 수다를 떨지 못할 것 같은데?
▲ 조용히 있을 것이다. 통역 옆에 붙어서 조용히 있겠다.(웃음)
- 영어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류)현진이에게 물어보고 싸게 배울 수 있으면 배우겠다.
- 세부 계약조건을 공개할 수 있나?
▲ 계약은 전적으로 에이전트에 맡겼다. 비밀이 많은 것 같다. 몰라도 된다고 하는 게 너무 많다. 볼티모어와 계약하는 것은 나도 가는 날에 알았다. 비행기가 워싱턴으로 가길래 워싱턴으로 가는 줄 알았다.(웃음)
- 박병호,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 한국에 늦게 들어와서 따로 만나지는 못했는데, 나가기 전에 현진이에게 연락은 많이 했다. 병호 형은 (김)민성이 결혼식에서 봤다. 서로 안타 하나씩만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귀국하면서도 얘기했듯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 낮선 환경에 익숙한 편인가?
▲ 익숙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응은 해야만 한다. 먹는 것을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나는 알러지만 없으면 다 먹는다. 그런 부분은 걱정 없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 다음 시즌 KBO리그는 어떤 팀이 강할까?
▲ 두산이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NC가 제일 강한 것 같다. 한화나 롯데도 좋아졌기 때문에 어느 팀이 우승할지 모르겠다. 10개 팀 모두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
- 2년 계약은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다시 FA가 되어 2년 뒤쯤엔 어느 정도의 성적을 생각하고 있나? 류현진과 강정호가 첫 해에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적응을 잘 했는데, 동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FA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당장 다음 시즌 성적도 알 수 없는데 그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성적보다는 팀에 잘 융화되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선수가 있다면 통역을 통해서 대화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 잘 노는 성격이다. 적응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
- 한국으로 오면 실패라고 했는데, 각오는?
▲ 돌아오게 된다면 미국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뜻이니 실패라 생각한다. 계약할 때 (강)정호 생각이 많이 났다. 정호가 다진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 특출나진 않더라도 기본은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 결혼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혼 후 생활은?
▲ 결혼할 여자친구가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신문에 김 모 양이라고 보도가 됐는데, 김 모 양이 아니라 박 모 양이다. 6년 열애 후 결혼하게 됐는데, 큰 계획은 없고 잘 살겠다.(웃음)
- 구단 관계자 중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나?
▲ 댄 듀켓 단장을 만났고, 계속 함께 다닌 분도 있었는데 영어를 잘 듣지 못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후 에이전트 설명) 성격이 좋아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덤 존스와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 존의 차이가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
▲ 바깥쪽 공에 후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몸쪽 공에 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에는 적응해야 한다. 말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심판이 콜을 하면 비슷한 코스는 치겠다.
- 앞으로 계획은?
▲ 운동은 어제부터 시작했다. 조금 떨어져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자가 나오면 시차적응도 할 수 있게 바로 미국에 건너가 운동할 계획이다.
- 선호하는 타순은?
▲ 없다.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시즌 전 공약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많은 응원 해주셔서 감사하다. 준우승을 3번 하면서 역적이 됐는데 끝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하고 가게 되어 좋다. 이 기운을 담아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nick@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