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작년 어느해보다 많은 2군 선수들 1군으로 콜업
김동수 감독, “최신·최고 시설 살리는 시스템 구축할 것”
LG 트윈스 김동수(48) 2군 감독이 부임 첫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그 어느 때보다 2군 어린선수들이 1군에 많이 올라간 만큼, 이 기세를 꾸준히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덧붙여 이천 챔피언스파크 최신 시설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도 약속했다. 올해 신인들의 경우, 단순히 빨리 키우는 것이 아닌, 시간을 두고 한 단계씩 성장시키는 체계적 육성을 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사실 2군 지도자를 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현역은퇴 후 대부분의 시간을 1군에서 보냈다. 2군 감독이 됐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일단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선수들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제는 2군 감독이 무엇인지 좀 알겠다. 2군에서 선수들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어린선수들이 성장하는 맛은 2군 감독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고 웃었다.
이천 트윈스의 대반란, “2군 전체에 용기됐다”
지난해 LG 2군은 일 년 내내 1군에 젊은 선수들을 보급했다. 시범경기부터 양석환과 안익훈이 1군으로 올라갔고, 시즌 중에는 서상우 이민재 나성용 양원혁 장준원 박성준 등이 콜업됐다. 이들 모두 작년 이맘 때에는 2군 대만 캠프에 참가했다. 대만에서 흘린 굵은 땀방울이 1군 콜업이라는 보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2015년 5월 22일 사직 롯데전이었다. LG는 전날 목동 넥센전에서 정성훈과 손주인이 부상을 당해 엔트리서 제외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용택도 이날 경기에 앞서 허리통증을 느껴 라인업에서 빠졌다. 하루 사이에 주전 세 자리가 뽑혀나갔다.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는 서둘러 2군에 지원을 요청했고, 양석환 이민재 나성용이 곧바로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결과는 20-12 LG의 대승. LG는 나성용의 1회 만루포를 시작으로 쉬지 않고 타선이 폭발했다. 2군 젊은 선수들의 불붙은 방망이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로 이어졌다.
“지금도 그때가 생생히 생각난다. 당시 우리 2군도 문경 원정경기가 잡혀있었다. 갑자기 1군에서 전화가 왔고, 누가 괜찮은지 물어보더라. 급히 추천을 해서 1군에 보냈다. 심지어 성용이는 당일 택시를 타고 부산까지 갔었다. 그런데 성용이가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더라. 성용이 외에 민재와 (양)원혁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게 큰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군에서 아무리 많은 경기에 나가도 1군 경기에 나가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심장이 약한 선수는 2군에서 잘 하다가도 1군가서는 전혀 기량이 안 나온다. 결국 1군에서 뛰고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 그 때 2군 선수들이 1군에서 활약한 게 여기 남아있었던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용기가 됐다.”
“양석환 서상우 안익훈, 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지난해 LG 2군의 최고 작품은 양석환 서상우 안익훈이었다. 양석환은 1군에서 대부분의 시즌을 소화했고, 서상우와 안익훈은 1군 무대서 각각 타율 3할4푼, 3할3푼9리로 맹활약했다. 현재 셋 모두 1군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 중이다. 일 년 사이에 2군에서 1군으로 신분이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대만 캠프에서 눈에 띄었던 선수가 양석환 서상우 안익훈이었다. 셋은 확실히 기존 선수들과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셋 다 시즌 중 충분히 1군에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우는 배트가 정말 좋았다. 문제는 수비였다. 수비가 안 되는 게 고민이었다. 상우가 2군에서 3할7푼 이상을 치고 타격 1위를 했었다. 그런데 포지션이 없으니까 1군에 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우가 석환이와 익훈이 보다 늦게 1군에 올라간 것이다. 석환이는 캠프부터 수비가 됐고, 익훈이는 이미 수비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니었다. 수비만 보면 익훈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두 단계는 위었다. 우리처럼 넓은 구장을 쓰는 팀은 익훈이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 이병규 신인시절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도 병규는 모든 타구를 다 잡아냈다. 익훈이에 대한 1군 보고서를 느낀 그대로 썼다. ‘배트는 더 발전해야 하지만 수비는 1군 경기에 나서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쓴 게 기억이 난다.”
“강점을 더 강하게” LG 2군 육성모토
LG 2군은 지난해부터 ‘특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수비가 좋은 선수들끼리 같은 조를 이뤄 더 많은 수비 훈련을 한다. 마찬가지로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끼리도 따로 모아서 남들 보다 많은 공을 친다. 어린선수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색깔을 입히고, 자신감을 심는다.
“2군 감독 부임 후 첫 번째 시도가 ‘선수들의 강점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선수가 잘 치고, 빠르고, 수비도 잘 하면 좋다. 그런데 사실 그런 선수는 거의 없다. 그렇게 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수비가 좋은 선수는 수비를 더 좋게, 배트가 좋은 선수는 배트를 더 좋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수비와 주루는 하나로 묶어보려고 했다. 수비와 주루가 된다면, 1군에 올라가서도 대주자와 대수비를 같이 할 수 있다. 선수는 ‘내가 이거 하나는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자신감이 생긴다. 상우와 익훈이도 이러한 케이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올해 신인들, 서두르지 않을 것. 몸과 마음부터 프로 돼야”
올해 신인들에게는 새로운 시스템이 가동된다. 당장 경기에 나서는 것이 아닌,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훈련, 그리고 담당 코치와 상담을 통해 몸과 마음부터 만든다. 김동수 감독은 프로선수로서 적합한 몸과 마음이 갖춰졌을 때, 성장도 이뤄진다고 판단했다.
“올해 신인들은 마무리캠프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신인들이 11월에 이천에 들어왔는데, 와서 기술훈련도 시키지 않았다. 이들 모두 자신들이 야구 잘하는 거 보여줘서, 코치들에게 눈도장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에 앞서 몸부터 프로가 돼야 한다고 봤다. 올해 신인들은 한 달이 넘게 트레이너가 붙어서 체력과 체격을 키우고 부상당한 부위를 보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야구는 롱토스와 티배팅 정도만 조금 시켰다. 당장 코칭스태프가 신인선수들에게 타격폼이나 투구폼에 대한 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선수들이 몸과 마음부터 만들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느끼게 유도하려고 한다. 이전까지는 지도자들이 너무 서둘렀다. 코치 입장에서도 기술 훈련을 안 시키면 할 일도 적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너무 빨리빨리 하려다가 안 되면 실망도 크다. 최악에는 성장이 멈춰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요즘은 고졸 신인 기준으로 프로생활을 15년, 20년도 한다. 2, 3개월 빨리하려다가 몇 년을 지체할 수도 있다. 육성시스템을 완성해 나가겠다.”
“이천 최신최고 시설, 자율 시스템 더하겠다”
김동수 감독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육성 시스템 확립이다. 최신최고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김 감독은 자율훈련이 이천 챔피언스파크의 기본 시스템이라고 했다. 프로선수라면, 누가 시켜서 훈련하는 게 아닌,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스스로 채워야 한다.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선 언제든 훈련할 수 있다. 선수들이 챔피언스파크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천 시설이 생긴 지 이제 2년째다. 여름이 되면 만으로 2년째가 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구리에 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올해는 선수들이 훈련 시작일에 앞서 몸을 다 만들어서 왔다. 추운 겨울에 비활동기간임에도 2군 선수들이 다 알아서 훈련을 한 거다. 그만큼 우리 2군도 인식이 달라졌다. 여기선 365일 언제든지 자율훈련을 할 수 있다. 코치들도 작년부터 선수들에게 자율훈련 의식을 심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 선수들 모두가 절박함 심정으로 야구하기를 바랐다. 이천에서 매일매일 후회 없이 훈련하면, 1군에 올라가고, 1군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기를 원했다.
“올해 첫 날 여기 선수들에게 파부침주(밥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 즉,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작년에 6, 7명이 방출됐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못 느끼고 그냥 하루하루 보내면 안 된다. 2군 선수는 반드시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1군에 도전할 수 있다. 선수들 모두 절박함을 가슴에 심고, 후회 없이 훈련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올해 대만캠프, 1군 베테랑 선수들 도움될 것”
LG 2군은 오는 2월 2일부터 2월 29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명단에 1군용 베테랑선수들이 대거 들어간 것. 이병규(9번)를 비롯해 김광삼 김용의 신승현 장진용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대만으로 가는 베테랑 선수들 모두 생각이 있을 것이다. 분명 오키나와든 시범경기든 1군 콜업을 목표로 대만에서 열심히 훈련하리라 본다. 병규와 용의, 광삼이, 진용이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확실하다. 이런 베테랑 선수들이 있는 게 팀 전체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들 모두 1군에 돌아가기 위해 이전보다 더 충실하게 훈련할 것이고, 어린선수들도 이를 보고 많이 보고 배울 것이다.”
“콜업도 좋지만, 남은 선수들도 책임져야...2군 업무는 끝이 없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2군 감독은 양 쪽을 다 봐야한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성장시켜 1군에 올려야하지만, 2군에 있는 모든 선수가 1군이 될 수는 없다. 김 감독은 2군 선수들을 지도하며 성장의 기쁨과 실패의 쓴 맛을 모두 느끼고 있다.
“작년에 2군에 있던 많은 선수들이 1군으로 올라갔다. 올해 1군 캠프도 예상했던 것보다 여기 있던 선수들이 많이 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난 여기에 남은 선수들도 지도하고 책임을 져야한다. 어찌 보면 2군 업무는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양상문 감독님이 우리의 의견을 잘 들어주신다. 우리가 쓴 보고서를 면밀히 보고 믿어주셨다. 그래서 작년에 이천에 있던 어린선수들이 1군에서 역할을 해낸 것 같다. 올해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는 선수든, 2군에 남는 선수든, 이천에선 항상 즐겁고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