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2016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힘든 훈련을 소화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두산 선수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식사 시간.
음식 맛은 그냥 한국 그 자체다. 주로 나오는 메뉴는 늘 다르지만 선수들이 선호하는 메뉴로 구성된다. 이를테면 카레라이스, 제육볶음, 매운 갈비찜, 불고기, 계란말이, 오징어 볶음 등이다.
식사할 때 모든 선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너무 맛있다”고 외친다.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으면서 음식을 준비해준 어머님들에게 "제육볶음도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등 희망 메뉴도 이야기한다. 그러면 요구했던 메뉴가 다음날 바로 나온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어머님 손맛이 아주 좋으신 것 같다. 또 항상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하고, 그냥 한국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지 않나 싶다"라며 음식에 대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수빈 역시 "음식맛이 좋아 밥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타지에 와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는데 음식을 잘 먹으니 덜 지치고 체력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맛있는 음식을 항상 준비해 주시는 어머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한국 음식이 낯선 마이클 보우덴 역시 식사 때마다 기본 두 접시를 비우면서 '맛있다'는 말을 연발한다. 보우덴은 매운 갈비나 제육볶음 등 고추장 양념 메뉴가 나오면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는다.
비행기로 10시간 거리인 호주 땅에서도 선수들이 음식 걱정을 하지 않고 맛있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호주 현지 '엄마손' 식당의 사장인 박지숙 씨(60)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씨에게 음식점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묻자, "호주에는 2004년에 왔다. 처음부터 음식 장사를 했던 것은 아니고 집에서 음식을 해서 이웃들에게 나눠줬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음식 장사를 하라고 권하더라. 그래서 음식점을 시작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선수들의 훈련지인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 근처에 살고 있는 박 씨는 현재 닭요리 전문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출장 뷔페 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박 씨는 "음식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계속 바쁘다. 그래도 두산 선수들의 캠프 기간 동안은 어떤 주문도 받지 않고 여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날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선 박 씨는 선수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은데 음식 준비에 항상 바쁘다 보니 화장을 할 시간이 없어 아직까지 사진 한 장 못 찍었다고. 하지만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계속 바쁠텐데 그냥 오늘 선수들과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선수들과의 추억을 사진에 담느라 분주했다.
다음은 박 씨와의 대화.
- 많은 양의 음식을 매일 준비해야 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다면?
▲ 출장 뷔페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다. 많게는 500~600인분까지 한 번에 준비한 적도 있다. 그보다 한 달 동안 선수들의 점심과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메뉴가 겹치지 않게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직접 원하는 메뉴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가장 좋고 또 고맙다.
-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지?
▲ 유희관 선수가 늘 재미있게 말도 걸어주고, 정수빈, 최주환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기억에 남는 선수는 지금까지는 성영훈 선수다. 아주 얌전하고 착하다. 아들 같다는 느낌이랄까?
- 음식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 모든 음식은 내가 직접 간을 보고 준비한다. 물론 다른 어머님들이 도와주지만 맛을 내는 것만큼은 내가 직접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맛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바로 알아듣고 조치할 수 있다.
- 가장 보람찰 때는?
▲ 선수들이 내가 준비한 음식을 싹 다 비울 때가 가장 보람된다. 음식이 모자라지 않게 넉넉히 준비하는 편인데, 선수들이 어쩔 땐 음식을 많이 안 먹어 남는 경우도 있고 또 어쩔 땐 음식이 부족할 때가 있어서 그 양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