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운드, 자기반성 투영된 청사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1.30 05: 50

LG의 내부진단, “좋은 성적 위해 강한 마운드는 필수”
투수 육성·외인투수 영입, 과거 실패 거울삼아 변화 
21세기 들어 색이 많이 바랬지만, 예전에 LG 트윈스는 강한 마운드로 승리를 쌓는 팀이었다. 황금기였던 90년대만 해도 LG는 어느 팀 못지않게 안정된 마운드를 구축했다. 창단 첫 해인 1990년부터 2000년까지 7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 중 4번은 한국시리즈까지 밟았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분업화된 마운드 운용으로 명문구단의 길을 걸었다. 선발진에는 두 자릿수 승을 올릴 수 있는 투수가 가득했고, 승부에 마침표는 김용수가 찍곤 했다. 

2013시즌 10년 암흑기의 마침표를 찍은 원동력도 마운드였다. 외국인투수 주키치를 제외한 1선발부터 4선발까지 41승을 합작했고, 불펜진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3.72)을 찍었다. 2014시즌 ‘5할 -16’을 극복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도 마운드의 힘이 컸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안정된 선발진과 전원필승조를 이룬 불펜진은 선수단 전체에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2015시즌에는 믿었던 마운드가 흔들렸다. 팀 평균자책점 2위(4.62)로 시즌을 마무리했으나, 이는 허수에 가까웠다. 물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홈경기 평균자책점은 1위(3.38)이었으나 원정경기 평균자책점은 최하위(5.98)이었다. 
그만큼 시즌 내내 마운드의 기복이 심했다. 단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볼넷을 기록한 투수와 가장 많은 볼넷을 허용한 투수를 다 보유했다. 우규민의 한 시즌 17볼넷은 1990년대 이후 처음 나온 대기록이다. 21세기 들어 규정이닝을 소화한 어느 선발투수도 한 시즌 볼넷 20개 이하를 달성한 적이 없다. 반면 루카스의 108볼넷은 2009시즌 크루세타의 109볼넷 이후 최다다. 
불펜진도 불안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고전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불펜투수들이 부침을 겪었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치달았을 때는 시즌전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됐다. 선발투수 후보였던 임정우가 마무리투수가 됐고, 마무리투수였던 봉중근은 선발진에 자리했다. 그리고 이승현 김지용 최동환 등이 불펜진의 새얼굴로 떠올랐다. 
사실 LG는 약점으로 마운드보다는 타선이 지적되곤 한다. LG는 지난해 팀 득점(653점) 9위, 팀 타점(601점) 10위에 자리했다. 팀 OPS(0.738)도 9위였다. 그러나 홈런 5, 6개를 치던 타자가 갑자기 20개를 칠 수는 없다. 2할대 초반 타율을 기록했던 이가 3할 타자로 단숨에 올라서는 경우도 드물다. 현재 LG는 어느 때 보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신예선수 한 두 명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획기적으로 올라설 수는 없다. LG 타선의 세대교체는 욕심 없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린 타자들을 마구잡이로 1군 경기에 출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리빌딩을 늦추는 결과를 낳는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타선은 리그 중간급으로 올라서고, 마운드는 이전과 같은 단단함을 되찾는 것이다. 저득점 경기를 유도하고, 상대보다 적은 점수를 허용한다면, LG는 2013·2014시즌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2015시즌을 돌아보며 “지난해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는 선발투수였다. 당시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과 재활로 시즌 초반을 못 뛰게 되면서 선발투수 세 명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둘이 돌아오기 전까지 불펜진을 당겨쓰면서 5할 승부를 하는 게 목표였었다. 그래도 5할 비슷하게 맞춘 상황에서 제국이와 규민이가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시즌 초반부터 불펜진이 많이 던지다보니 탈이 났다. 제국이와 규민이가 돌아왔지만, 불펜진이 일찍 쳐지면서 팀도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코치는 “우리가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강한 마운드는 필수라고 본다. 때문에 올 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강한 마운드를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한다”며 다시 강한 마운드를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주목할 부분은 LG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반성을 통해 그동안 범했던 실수를 바로잡고, 뚜렷한 청사진을 그리려 한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변화는 투수육성이다. LG는 2014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임지섭을 2년 연속 개막전 시리즈에 등판시켰다. 선발투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는 했으나, 전혀 준비되지 않은 투수를 만원관중 속에 밀어 넣었다. 결과적으로 임지섭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단점으로 지적된 불안한 제구력을 개선하지 못했다. 매 경기 무수히 많은 볼넷을 범하며 자멸했다. 지난해 막바지 2군 경기에선 최고 구속도 140km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지난달 상무에 입대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LG는 신예투수에게 무리한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다. 올해 상위라운드 지명 신인투수 김대현과 유재유 모두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2군 대만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상훈 코치가 지도하는 피칭아카데미를 개설, 신인투수들에게 프로에 맞는 몸과 마음부터 준비시키고 있다. 
다른 20대 투수들도 비슷하다. 연투에 의한 혹사 가능성이 높은 불펜투수들은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지난해 이승현 김지용 최동환이 1·2군을 오간 것처럼, 올해 임찬규와 최성훈도 등판간격과 소화이닝에 선을 그었다. 양상문 감독은 “아무리 좋은 공을 지닌 투수라고 해도 갑자기 1군 무대에 적응할 수는 없다. 지난해가 승현이 지용이 동환이에겐 실질적인 1군 첫 시즌이었다. 이들은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찬규와 성훈도 올해는 절대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둘 다 향후 우리 팀의 주축이 될 수 있는 투수다. 올 시즌보다는 다음 시즌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전했다. 
현재 기량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는 불펜투수는 최동환이다. 강상수 코치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투수가 프로서 확실히 자리 잡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정우만 봐도 4년이 걸렸다. 동환이 승현이 지용이 모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두 번째 해를 맞이하는 만큼, 너무 큰 기대를 갖기 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중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래도 셋 중 한 명이 올해 필승조로 올라선다면 정말 좋기는 하다. 개인적으로는 동환이를 바라보고 있다. 동환이가 마무리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마무리캠프에서 기술적인 변화가 보였다. 동환이의 마음가짐이 굉장히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강 코치는 지난해 11윌 LG가 정상호 FA영입에 따른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강 코치는 “내가 회의에서 동환이를 꼭 넣어달라고 주장했다.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동환이가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봤다. 물론 불펜진 구성상 사이드암투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점을 제외하고도 동환이는 좋은 점을 워낙 많이 지녔다”고 최동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전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수 영입 역시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일단 이전보다 배팅 금액이 높아졌다. LG는 지난해 12월 빅리그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던 20대 좌투수와 계약에 근접했었다. 총액 15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는데, 이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2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으며 영입이 무산됐다. 
비록 아직도 외인투수 한 자리는 물음표지만, LG 리스트에는 현역 빅리그 투수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리스트에 올라 있는 투수들 모두 에버렛 티포드보다 수준이 높다고 한다. LG는 2014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막바지까지 고심하다가 티포드와 5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티포드는 20경기 99⅔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24로 부진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에는 부상으로 뛰지도 못했다.
외국인선수의 인성도 이전보다 철저하게 체크할 수 있게 됐다. LG는 올해부터 한나한을 외국인선수 전문 스카우트로 고용, 한나한이 쌓아둔 메이저리그 네트워크를 100% 활용하려 한다. LG 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팀의 네트워크는 한국에 파견되는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과 에이전트들이 다였다. 하지만 한나한이 우리 팀에 소속되면서 미국야구 전체의 판도는 물론, 영입후보 선수까지도 세밀하게 알 수 있다. 선수들의 인성은 물론, 밖에서는 알 수 없었던 선수와 구단의 감춰둔 계약조항까지도 파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계획만으로 모든 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2016시즌 LG는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새로운 마무리투수 찾기’라는 거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정찬헌과 임정우가 마무리투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둘 중 한 명은 세이브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야 한다. 선발투수로 돌아온 봉중근의 활약여부도 미지수다. 지난해 부진이 없었다면, 당초 LG는 올 시즌까지 봉중근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할 계획이었다. LG 마운드가 자기반성을 통한 변화로 재도약할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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