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실전 돌입, 공수에서 강한 인상
수비+투수 리드 고민, 실전서 실마리 찾는다
이재원(28, SK)은 올 시즌 팀의 주전 안방마님이다.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근 2년간 꾸준히 포수 경험을 쌓았다. 대타 요원이라는 ‘반쪽짜리 선수’ 오명에서도 사실상 벗어났다.

캠프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공·수 모두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손바닥에 다소간 통증이 있어 연습경기 초반에 뛰지 못했던 이재원은 21일부터 실전에 나섰다. 우려도 있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인상은 뚜렷했다. 21일 한화전에서는 3타수 3안타를 쳤다. 방망이가 날아다녔다. 선발 포수로 첫 출전한 22일 요코하마 2군전에서는 두 차례나 도루를 저지하며 어깨를 뽐냈다.
타격이야 워낙 좋은 선수다. 2006년 프로 1군에 데뷔한 뒤 통산 타율이 3할(.301)을 넘는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해는 부담이 덜한 타순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이재원도 2년째 이어진 후반기 부진을 털어낸다는 각오다. 주목할 만한 것은 수비다. 스스로 “수비가 부족하다”라는 생각에 플로리다 캠프부터 강훈련을 소화했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지만 성과도 보인다. 도루 저지는 대표적인 예다.
이재원의 지난해 도루 저지율은 3할이었다. 평균 이상이었다. 포수로 80경기 이상 나선 선수 중 5위였다. “도루 저지가 약하다”라는 선입견과는 다른 데이터다. 올해는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가 주위에서 나온다.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재원은 ‘아직’이라고 말한다.
이재원은 “공을 던지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훈련도 많이 했다. 동작을 좀 더 간결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하면서도 “주위에서의 평가가 그런 것이지 나는 특별히 나아진 것을 모르겠다. 박경완 코치님께서도 항상 ‘아직 모자란다’라고 강조하신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나마 첫 실전치고는 무난하게 했다는 정도다.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공·수에서 좋은 출발을 보인 이재원은 김용희 감독의 올 시즌 구상에 ‘주전 포수’로 포함되어 있다. 김 감독은 내심 포수로 120경기 이상을 나서주길 원하고 있다. 그래야 팀 라인업에 균형이 잡히기 때문이다. 잦은 부상의 터널에서 탈출한 이재원은 “내친 김에 144경기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은 잠이 잘 안 온다. 책임감 때문이다.
SK는 오키나와에서 가진 연습경기 초반 마운드가 썩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재원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투수들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한 포수들의 책임이 크다. 포수 세 명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자책한다. 요즘은 기본적인 수비 훈련 외에도 투수들을 어떻게 리드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크다. 숙소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기 일쑤다.
지난해까지는 정상호라는 경험 많은 포수가 있었다. 두 포수의 투수 리드 스타일은 다르지만, 승부처에서의 안정감은 정상호가 좀 더 낫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상호가 없다. 기대고 싶을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사라졌다. 난관을 홀로 이겨내야 한다. 이재원의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부쩍 늘었다.
22일까지 다섯 차례의 연습경기를 치르며 딱 절반을 소화한 SK다. 이제 남은 후반부에는 지난해 1군에서 뛰었던 투수들이 서서히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재원도 점차 소화 이닝을 늘려간다. 소중한 기회다. 1군 투수들의 장·단점을 더 철저하게 분석하며 정규시즌에 쓸 비장의 수를 만들어야 한다. 이재원은 “앞으로 분명 실수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되풀이하지는 않게끔 준비하겠다”라고 남은 연습경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이재원이 돌파구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