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을 자랑했던 동부산성에 새로운 기둥이 필요하다.
원주 동부는 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67-79로 패했다. 내리 3연패를 당한 동부는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2,3쿼터에 걸쳐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출전한 올 시즌 제도변화에도 동부는 굳건했다. 기둥 김주성과 윤호영이 건재했고, 로드 벤슨이 돌아왔다. 허웅, 두경민의 백코트는 더욱 경험이 쌓였다. 동부는 특유의 제공권 장악을 통해 상위권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 맥키네스 영입으로 날개 달았다
초반 변수는 외국선수였다. 동부는 단신외국선수 다 터커를 지명했지만, 그가 KBL행을 거부하면서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라샤드 제임스로 첫 15경기를 치렀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동부는 첫 15경기서 5승 10패로 부진했다.
6강 PO탈락으로 시즌을 마친 김영만 감독은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선발한 외국선수가 안 와서 계획이 꼬였다. 다른 선수로 대체하다보니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윤호영의 시즌아웃 등 부상자 많아 힘든 시즌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3라운드 팀이 5연패에 빠지자 김영만 감독은 외국선수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언더사이즈 빅맨 웬델 맥키네스를 데려온 것.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 였다. 그는 평균 29분이란 짧은 출전시간에도 불구 20.5점, 8.6리바운드로 대활약했다. 맥키네스 영입 후 동부는 16승 4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9위까지 떨어졌던 팀이 어느새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 윤호영 시즌아웃과 김주성의 부상
승승장구하던 동부는 부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이스 윤호영은 12월 2일 모비스전에서 허리통증을 호소한 뒤 전열에서 이탈했다. 수술을 받은 윤호영은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 윤호영이 빠졌지만 맥키네스가 대활약했다. 동부는 윤호영이 빠진 뒤 치른 12월 10경기서 8승 2패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기둥 김주성의 무릎부상은 결정타였다. 김주성은 삼성과의 병신년 첫 경기서 두경민과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김주성은 2월 18일 오리오전에서 복귀하기까지 한 달 반 이상을 결장했다. 김주성이 없는 동안 동부는 4승 13패를 기록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순위도 6위까지 떨어져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 2월 초에는 두경민까지 허리를 다쳤다. 기존 선수들까지 과부하가 걸려 부상자가 속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상여파가 악재로 작용했다. 김주성은 2차전서 원래 좋지 못했던 무릎을 또 다쳤다. 무릎에 물이 차는 와중에도 3차전 출전을 감행한 그다. 김주성은 15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오리온의 기세를 막기는 버거웠다. 발부상이 심한 로드 벤슨은 제대로 점프도 못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이승현의 3점슛을 보고도 막을 수 없었다. 벤슨은 3차전서 5반칙 퇴장까지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올 시즌 활약상을 놓고 봤을 때 맥키네스와의 재계약은 확정적이다. 다만 벤슨은 의문부호가 붙는다. 노장인 벤슨은 부상회복이 어렵다면 KBL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영만 감독은 “맥키네스가 더 영리하게 해야 한다. 리바운드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벤슨의 몸 상태도 체크해봐야 한다. 벤슨이 오리온 국내센터도 압도를 못하니 리바운드와 득점이 밀렸다. 몸 상태를 체크해서 재계약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 동부산성 시즌3, 김주성 대체자 필요하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데이빗 로빈슨이 허리부상을 당한 1996-97시즌 20승 62패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전화위복이었다. 샌안토니오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1997년 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로 팀 덩컨을 지명했다. 덩컨은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뛰며 팀에 5개의 반지를 선사했다. 특히 1999년 파이널에서 로빈슨은 덩컨에게 에이스를 내주고 조력자에 충실했다. 그 결과 ‘트윈타워’는 우승을 달성했다. 로빈슨은 명예롭게 은퇴했다.
동부가 다음 시즌 바라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롤모델이 샌안토니오다. 4강 진출 실패 후 김영만 감독은 이례적으로 김주성의 은퇴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김주성이 1년 남았다. 주성이가 무릎에 물이 찼는데 고참으로 뛰어줘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팀은 세대교체 과도기다. 김주성이 1년 남았는데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김주성의 은퇴시기를 언급했다.
동부는 ‘포스트 김주성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두경민과 허웅의 백코트라인은 자리를 잡았다. 골밑에서 김주성의 대를 이을 빅맨이 절실하다. 타 팀이 보기에 ‘너무하다’할지 몰라도 동부는 절박하다. 마침 올해 신인드래프트서 이종현(22, 고려대), 최준용(22, 연세대), 강상재(22, 고려대) 세 명이 나온다. 동부가 셋 중 한 명을 잡을 확률은 3/8, 37.5%에 이른다.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김영만 감독은 “드래프트 순위에 따라 (뽑을 선수가) 달라질 것이다. 괜찮은 선수들이 나온다. 즉시 전력감이다. 우리 팀에 어떤 선수가 맞는지 고민해보겠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동부의 리빌딩 계획의 성패는 드래프트 순위에 달려 있다. 김주성의 후계자를 영입할 수 있다면, ‘동부산성 시즌3’ 재건축도 꿈이 아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원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