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38, LA 레이커스)가 농구와 영원히 작별을 고했다.
LA 레이커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2015-2016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코비의 맹활약을 앞세워 유타 재즈에게 101-9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4쿼터에만 23점을 몰아친 코비는 무려 60점을 폭발시키며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두 팀의 대결이었다. 승패보다 코비의 은퇴경기라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20년 동안 NBA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한 코비가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활약을 하는 역사적 경기였다. 생생한 현장을 OSEN이 카메라에 담았다.
▲ ‘코비 한 번 보자’ 경기장 주변 교통마비
LA 시내에 위치한 스테이플스 센터는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코비의 은퇴경기가 더해져 수많은 팬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경기장 주변은 경기시작 세 시간 전부터 이미 마비상태였다. 경찰은 스테이플스 센터 일대의 교통을 아예 통제했다. 온통 노란 물결을 이룬 레이커스 팬들이 거리를 점령했다. 코비의 고교시절 유니폼부터 국가대표 저지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스테이플스 센터 앞 LA LIVE 플라자는 수많은 관중들로 붐볐다. 입장권이 비싸 구하지 못해도 현장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온 팬들이 많았다. 레이커스 구단과 스폰서 대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형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 근처 스포츠바에서라도 코비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이 어림잡아 5만 명 정도는 됐다. 경기장 근처에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LA 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지역 또는 이탈리아, 태국 등 전세계에서 모인 팬들이 많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광화문 야외응원을 연상시켰다.
코비의 대형사진이 스테이플스 센터를 장식했다. 레이커스는 #ThankYouKobe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천 명의 팬들이 코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DJ가 무대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었다. 대형스크린에서 쉴 새 없이 코비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다. 경기장 옆 광장이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 됐다. 대형 보드판에 코비를 위한 메시지를 적는 팬들도 있었다. 코비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 코비를 주제로 한 한 편의 드라마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코비를 주제로 한 수많은 동영상이 상영돼 팬들의 분위기를 돋웠다. 코비가 17세의 나이에 드래프트돼 소감을 말하는 장면부터 한 경기 81점, 우승 5회, 올스타 MVP 4회, 올림픽 금메달 2회, MVP 1회 등 주옥같은 장면들이 지나갔다. 팬들은 저마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며 장면을 기념하기 바빴다.
레이커스 전설 매직 존슨은 직접 코트에 나와 축사를 했다. 존슨은 “코비를 트레이드 해 온 제리 웨스트 전 단장에게 감사한다. 코비를 지난 20년 동안 활약하게 해준 제리 버스와 지니 버스 구단주에게 고맙다. 오늘은 코비의 날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다. 수고했다”며 후배의 마지막 경기를 빛냈다.
레이커스 전성기를 함께 보낸 파우 가솔이 등장하자 팬들이 열광했다. 코비와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던 라이벌들도 한마디씩 했다. 르브론 제임스, 폴 피어스가 등장하자 레이커스 팬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제임스 하든, 데릭 로즈 등 코비를 보면서 올스타로 성장한 선수들도 저마다 “코비는 내 영웅이다. 코비처럼 되고 싶어서 농구를 시작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이 커리어를 끝낸다니 아쉽다”며 한마디씩 했다.
농구 뿐 아니라 데이빗 베컴, 클레이튼 커쇼, 오델 베컴 주니어, 노박 조코비치 등 다른 종목의 슈퍼스타들도 코비를 응원했다.
할리우드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답게 수많은 연예인들도 코비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레이커스 골수팬 잭 니콜슨을 비롯해 저스틴 팀버레이크,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스눕독, 저스틴 비버 등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코비에게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스포츠계를 초월한 코비의 엄청난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레이커스 슈퍼스타, 마지막까지 빛나다
NBA에서도 선배에 대한 존중이 있다. 코비를 보면서 자라난 레이커스 젊은 선수들 대부분 대선배를 위한 경기를 만들겠다는 각오였다. 초반부터 코비에게 공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코비는 첫 5개의 슛을 모두 놓치며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유타 재즈는 아쉽게 서부 9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코비의 마지막 게임에 들러리가 될 수는 없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서부 최약체 레이커스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코비는 1쿼터 종료 5분 12초를 남기고 점프슛을 넣어 첫 득점을 올렸다. 감을 잡은 코비는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바스켓카운트까지 얻었다. 2만명에 가까운 팬들이 일제히 ‘코비’를 연호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모든 팬들이 코비를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코비가 공을 잡을 때마다 팬들은 “MVP”를 연호했다. 코비는 1쿼터에 13개의 슛을 던져 5개를 성공, 15점을 넣었다.
레이커스 팬들은 팀의 모든 슛을 코비가 쏘길 원할 정도였다. 슛률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코비의 플레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엄청난 입장권을 지불한 팬들이었다. 그리스, 스페인, 태국 등 전세계에서 모인 팬들도 많았다.
1쿼터 후반 코비가 휴식을 취하러 벤치로 들어갔다. 팬들은 계속해서 ‘We want KOBE’를 연호했다. 경기의 승패보다 코비가 마지막 경기서 몇 득점을 할지가 훨씬 큰 관심사였다. 코비가 3쿼터 연속득점을 올리자 팬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코비’를 불렀다.
레이커스는 3쿼터 초반까지 14점 이상 뒤지며 승리에 대한 희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코비가 있었다. 바이런 스캇 감독은 7분을 남기고 코비를 제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비가 “유타를 잡겠어요. 날 뛰게 해줘요”라며 졸랐다고.
종료 3분을 남기고 ‘코비쇼’가 시작됐다. 86-94로 뒤진 레이커스는 코비의 연속 15득점쇼에 힘입어 99-9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스테이플스 센터는 그야말로 농구의 신이 강림한 분위기였다. 2만여 관중들이 일제히 ‘코비’를 연호했다. 기자들까지 본분을 잊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눌 정도였다.
코비는 4쿼터에만 23점을 폭격하며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은퇴하는 경기에서 60점을 쏟아낸 코비는 전세계 농구팬들이 기억하는 슈퍼스타의 모습 그대로였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코비’를 연호했다. 마이크를 잡은 코비는 “20년 동안 한결같은 성원을 보내주신 레이커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이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격했다.
코비는 샤킬 오닐 등 지인들과 포옹을 하며 한 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팬들도 코비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래도록 가슴에 담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로스앤젤레스=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