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2015시즌은 악몽이었다. 시즌 첫 한 달까지만 해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기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무엇보다 우규민과 류제국의 공백에도 5할 승률 유지에 성공했다. 헨리 소사가 에이스다운 호투를 펼쳤고, 정성훈과 이병규(9번)는 여전히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강렬한 한 방을 터뜨렸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악몽 같은 4월을 보냈고, 4번 타자 이병규(7번)가 부상으로 고전했음에도 LG는 무너지지 않았다. 100% 전력이 가동되는 5월 대반격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집단부상으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5월 들어 선수들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일주일 사이에 야수진 주축 선수 대부분이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병규(9번)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이탈한 것을 시작으로 손주인이 손등 부상을 당했고, 정성훈은 1루 베이스를 밟다가 발목이 돌아갔다. 박용택도 경기에 앞서 허리 통증으로 부산 원정 3연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진영은 당시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갔다. 한 달 후에는 4번 타자 이병규(7번)가 만루홈런을 터뜨린 후 옆구리 통증으로 시즌아웃됐다.
마운드도 계획대로 운용되지 않았다. 우규민과 류제국이 돌아왔지만,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4월 한 달 동안 불펜진 소모가 극심했다. 누가 나와도 철벽이었던 전원필승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소사는 5월부터 기복에 시달렸고, 루카스는 볼넷은 남발하며 자멸했다. 다섯 번째 선발투수로 임정우 장진용 임지섭 등을 기용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렇게 한 순간에 동력을 잃은 LG는 반전 없이 9위로 2015시즌을 마쳤다. 2013시즌과 2014시즌 초반 부진을 극적으로 극복하며 드라마를 썼지만, 다시 한 번 기적을 재현하기에는 전력누수가 너무 심했다. 선수들의 부상은 천재지변일지도 모르나, 선수들의 컨디션은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즌 전 세운 계획부터 잘못됐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144경기 체제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2015시즌이 끝난 후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냉정하게 각자를 돌아봤다. 그리고 새로운 청사진을 그렸다. 양 감독은 2016시즌에 앞서 “개인적으로 엔트리에 자주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선발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긴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해선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며 “지난해에도 막을 수 있는 부상을 막지 못한 경우가 꽤 있었다. 병규(7번)가 개막전에 앞서 담이 왔을 때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했어야 했다. 올해는 절대 무리시키지 않을 것이다”고 다짐했다.
이어 양 감독은 “올해 선수층이 전보다 두터워졌다고 본다. 지난해처럼 한 순간 부상으로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습은 없을 것이다”며 “불펜진을 비롯해 시즌 내내 엔트리에 변화를 줄 생각이다. 수시로 2군을 체크하고 2군에서 좋은 선수가 있다면 콜업할 것이다. 1군 엔트리 인원은 27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나, 한 시즌 전체 가용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참가했던 선수들 모두 1군 전력이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LG는 3년 전부터 스프링캠프 이원화를 실시했다. 유망주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선수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 2군도 따뜻한 대만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양석환 안익훈 서상우 등이 대만 캠프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1군 선수로 올라섰다. 올해에는 황목치승과 윤진호의 기량이 향상됐고, 베테랑 신승현도 1군 불펜 필승조에 합류했다. 양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2군 대만 캠프 멤버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이들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약 47명의 선수들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1군 엔트리 27명 외에 20명을 1군 전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LG가 4월 안전운행을 하는 것도 최대한 부상을 피하고 시즌 마지막까지 두터운 선수층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양 감독은 이병규(7번)를 비롯해 관리가 필요한 선수들에게 꾸준히 휴식을 주고 있다. 체력이 강한 오지환도 기복 없는 활약을 펼치도록 이따금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허벅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임훈 또한 몸 상태가 100%가 됐을 때 1군에 올린다. 평균자책점 0.00을 찍고 있는 신승현을 2군으로 내린 것도 애초에 계획했다. 신승현은 열흘 휴식 후 kt전에 맞춰 1군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친 임찬규와 최성훈에게는 올해 이닝제한을 걸었다. 양 감독은 “결국 승부는 시즌 후반에 난다고 본다. 그만큼 시즌 전체를 보고 선수단을 운용하겠다. 선수에게 아주 작은 문제가 생기면, 완전히 낫게 한 다음 출장시킬 것이다”고 전했다.
2016시즌 LG의 운명은 백업, 혹은 2군에서 활약하고 선수들이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LG 2군은 지난주까지 퓨처스리그 시즌 전적 9승 6패 1무를 기록, 북부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병규(9번)와 손주인이 야수진을 이끌고 있고, 강승호 김용의 문선재 장준원도 꾸준히 활약 중이다. 투수진에선 김광삼과 장진용이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다. 모든 팀들은 한 시즌 동안 최소 세 번의 위기와 마주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LG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들이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2군에 있는 선수들은 마음이 조급하다. 2군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1군에서 호출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콜업 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2군에서 보여준 상승세를 1군 무대서도 이어가야 팀 전체가 강해진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병규(9번)의 기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어느 시점이 되면 이병규를 1군에 올릴 계획이다. LG는 지난해 지방 A팀으로부터 이병규 트레이드 제안을 들었다. 이에 양 감독은 “무조건 우리가 쓸 선수고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며 단칼에 트레이드를 거절한 바 있다.
LG는 2차 드래프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다. 지난 두 번의 2차 드래프트에서 5명의 선수가 타 팀으로부터 지명 받았다. 특히 작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선 2라운드에서 이미 5명이 지명됐다. 2차 드래프트 규정상 한 팀에서 5명까지만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시즌 중 트레이드 요청도 꾸준하다. 그만큼 LG에는 유망주도, 1군 전력감도 많다. LG의 2016시즌 청사진도 여기에 있다. 이천에서 잠실로 올라온 선수들이 반전을 이룰 때, LG의 가을야구 도전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