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리 신분논란, 엄청난 후폭풍 올 수 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27 06: 37

마무리 된 것으로 보였던 첼시 리(27, KEB하나)의 신분논란이 핵폭탄이 돼 돌아왔다.
첼시 리의 특별귀화를 심사하던 법무부 국제심의위원회는 첼시 리 측이 제출한 출생증명서, 할머니의 사망증명서 등이 조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서 26일 첼시 리 사건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첼시 리 문제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았다.
▲ 처벌 관건은 서류위조여부 

특별귀화제도는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귀화를 하려면 3년의 거주기간이 필요하고 귀화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귀화는 짧은 시간 안에 곧바로 국적을 부여한다. 첼시 리는 당장 6월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시킬 목적으로 특별귀화를 신청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회기간 안에 그녀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별귀화를 위해서는 귀화허가 신청서, 국적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관련서류가 필요하다. 꼭 한국계 혼혈선수여야만 특별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하키 등에서 한국인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외국국적 운동특기자들이 특별귀화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례가 있다.
첼시 리가 굳이 한국계임을 증명하려고 한 이유는 국민정서상 혼혈임을 밝혔을 때 귀화에 당위성이 부여돼 절차심사에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첼시 리가 제출한 서류에 위조가 있었다면, 이는 위법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가 성립된다.
법무부는 의혹이 발견되자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만약 첼시 리가 한국계가 아닌데 이를 거짓으로 증명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녀와 관련기관 모두 처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위조일 경우 KEB하나은행과 WKBL 1차적 책임 
만에 하나 첼시 리의 서류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소속팀 KEB하나은행과 WKBL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WKBL 규정상 조부모 중 한 쪽이 한국인이면 해당선수를 혼혈선수로 인정해 국내선수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첼시 리의 에이전트는 본래 KEB하나보다 타 구단들과 먼저 접촉했다. 하지만 타 구단들은 그녀가 한국계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입에서 손을 뗐다. 첼시 리의 에이전트 역시 당초 ‘아버지가 한국인이었다’고 했다가 ‘조부모가 한국인이다’고 말을 바꾸는 등 신뢰도가 떨어지는 행동을 했다. 첼시 리를 외국선수로 데려오려는 시도는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KEB하나가 첼시 리를 혼혈선수로 영입했을 때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KEB하나는 첼시 리의 할머니 사망증명서 등 관련서류를 WKBL에 제출해 승인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WKBL 개막 후 첼시 리가 외국선수급 활약을 펼치자 타 구단의 불만이 높아졌다. 언론의 의혹도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이에 WKBL은 취재진을 모아 놓고 미국 주정부가 발행한 첼시 리의 출생증명서를 통해 조부모의 국적이 한국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첼시 리 조모의 국적은 그의 사망확인서를 통해서도 확인이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첼시 리의 혼혈선수 신분을 둘러싼 논란은 종결된 것으로 보였다.
만약 검찰의 수사를 통해 첼시 리가 한국계가 아닌 것이 드러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첼시 리를 영입한 KEB하나 구단과 그의 신분을 승인해준 WKBL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신뢰가 최우선인 금융기관을 모기업으로 하는 KEB하나는 이미지에 치명타를 맞게 된다. 지난 시즌 KEB하나의 창단 첫 준우승에 첼시 리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첼시 리가 혼혈선수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는 부정선수가 된다. 여자프로농구 전체가 ‘희대의 코미디’를 한 셈이 된다. WKBL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KEB하나와 WKBL은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석연치 않은 첼시 리의 태도 
첼시 리는 조모가 한국국적자로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조모의 국적을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첼시 리의 친부모는 모두 첼시 리가 아주 어릴 때 사망했다. 첼시 리의 친부는 미국·남아공 이중국적자였다. 키워줄 부모가 없어진 첼시 리는 어릴 때 미국가정에 입양이 됐다. 그들이 현재 첼시 리의 법적인 부모다. 첼시 리의 성(LEE)도 한국과 관련이 없다. 첼시 리 조모의 신분을 밝혀줄 친척 등 증인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라 관련서류를 증빙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태다. 그래서 더욱 서류의 진위여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첼시 리는 국내 첫 연습을 마친 뒤 자신의 한국계 배경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자신도 대학생 때 여권을 만들다 우연히 알았다는 것. 그는 할머니는 고사하고 친부모에 대한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 한국말도 전혀 모르고, 한국음식을 먹어본 경험도 거의 없는 외국인이나 마찬가지 상태였다.
첼시 리는 지난 시즌 평균 15.2점(5위), 10.4리바운드(1위)로 KEB하나를 창단 첫 준우승에 올려놨다. 시상식에서 첼시 리는 득점상, 2점 야투상, 리바운드상, 윤덕주상, 신인상, 베스트5까지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이는 대한농구협회가 특별귀화를 신청하는 객관적 자료가 됐다.
수상소감에서 첼시 리는 한국말로 “대한민국 여자농구 파이팅”을 또박또박 발음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첼시 리는 기자회견서 “시즌이 끝나면 국가대표로 뛸 기회를 보고 싶다. 기대가 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첼시 리는 비시즌 WNBA 워싱턴 미스틱스와 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오는 5월 개막하는 WNBA 시즌은 국가대표팀 일정과 겹친다. 첼시 리가 정규로스터에 들지 못하더라도 국가대표 출전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첼시 리가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국적을 취득한다면 혼혈신분논란은 종식된다. 첼시 리가 한국에서 계속 뛰기 위해 국가대표를 이용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성을 갖고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 최악의 경우 농구협회·대한체육회 연대 책임  
첼시 리의 서류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를 특별귀화선수로 추천한 대한민국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도 연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검찰수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농구협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법무부 심사가 늦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검찰수사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 첼시 리가 여자프로농구에서 좋은 기량을 증명했고, 관련영문서류도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류조작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고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농구계에서 이미 김한별이 특별귀화를 했다가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던 전례가 있다. 가뜩이나 대한체육회가 농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를 무릎 쓰고 첼시 리에게 태극마크를 달려고 노력했던 농구협회다. 하지만 첼시 리의 서류조작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아울러 두 단체 모두 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농구계를 보는 국민적 신뢰 또한 땅으로 떨어질 수 있다.
첼시 리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관계자들은 ‘제발 아니길’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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