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SK 야수 세대교체, 인내와 전략 필요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5.04 06: 10

5월 3일 현재, SK는 총 14명의 야수를 운영 중이다. 이중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굴렁쇠가 굴러갈 당시 이 세상에 없었던 1989년 이후 출생자는 단 2명이다. 포수 김민식과 내야수 최정민이 1989년생이다. 1990년대 출생자는 하나도 없다.
타 팀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넥센은 3일 야수 엔트리에 무려 8명의 1989년생 이후 출생자가 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KIA는 7명, 두산·삼성·NC·LG는 6명, 롯데는 5명, kt는 4명이다. SK와 한화(외국인 제외)가 2명으로 가장 적다. 뜯어보자. 정상호(LG)의 이적으로 SK는 포수 한 자리가 젊은 선수들에게 강제적으로 배분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상호가 남았다면, 현재 SK의 이 수치는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야기해 둘 것이 있다. 역전의 베테랑들을 물러나야 할 존재로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힌다. 오히려 그들의 필사적인 땀을 존중한다. 1990년대 생이 많다고 해서 좋은 팀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제 한국 나이로 30대 이상의 야수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은, 팀의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럴수록 팀의 노쇠화는 급격하게 진행된다. 

“무조건 젊은 선수들을 써야해”라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1군은 결과로 말해야 하는 곳이지 선수를 키우는 곳이 아니다. 실력 우선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간부들이 신참에게 구급법을 가르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적어도 신진급 선수들이 계급장을 떼고 ‘같은 값’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원칙을 어겼을 때 팀 케미스트리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은 많은 이들이 간과한다.
그런 측면에서 SK의 세대교체는 기대 이하다. 결과는 물론 방법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신진 세력 육성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런 기조는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이어졌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한 몇몇 신예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그 기세는 철저하게 사라졌다. 물론 “스프링캠프 스타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라는 말은 오랜 기간 통용된 격언이다. 그러나 SK는 솔로로 지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엔트리에 포함된 몇몇 선수들에게 기회가 너무 적었다”라는 말은 일견 동의한다. 그러나 100% 동의할 수는 없다. 단순히 경기 출전 기록이 다는 아니다. 팬들이나 언론은 경기에서의 모습에 주목한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경기 전 훈련에서의 모습까지 면밀히 살펴본다. 똑같은 아웃이라도 과정까지 파고 든다. 전문 야구인들의 시선이 기자나 팬들보다 못할 리 없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선수가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구단도, 김용희 감독도 육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신진 선수들의 대거 2군행은 당장은 아프다. '실패'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은 아직 승부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엔트리 구색을 위해 앉혀 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경기력 유지와 향후 레이스를 위한 포석임을 분명히 했다. 더 키워 나중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SK의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프런트와 현장 모두 방법론의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취된 SK는 타 팀에 비해 육성에 눈길을 준 시간이 적었다. 이른바 왕조 시절에는 현장의 욕심 탓에 선수들의 군 입대 관리부터가 다 꼬였다. 강화 퓨처스파크도 개장한 지 이제 1년이다. 지난해에는 2군 선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몸부터 만들어야 할 루키군 선수들을 당겨썼다. 올해를 앞두고는 새 부대를 만들기 위해 기존 몇몇 선수들을 더 정리했다. 넘칠 만큼 물을 채워 넣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과실을 욕심 내기는 이른 시간이다.
물론 SK도 최근 몇몇 방법을 통해 다른 팀에서 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좋은 방향이다. 그러나 성적에 대한 인내심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지금 전력에서 두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어느 한손은 힘을 조금 풀어야 한다. 육성을 택한다면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접어드는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처한 처지는 다르나 넥센이 그런 길을 훌륭히 밟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장도 방법론적인 고민이 더 필요하다. 앞서 “기회가 부족했다”라는 말에 일견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표면적인 몇 타석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같은 숫자의 타석에 들어선다고 해도, ‘어떤 상황’이냐의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1군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경험’보다 결코 우선시될 수는 없다. 과연 제한된 기회에서 그 성공의 경험을 쌓게 하는 방법론이 정교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벤치의 능력이다.
SK의 유망주들은 실패의 확률이 높은 상황과 유의미하지 않은 상황에 대거 나선 감이 있다. 이를 스포트라이트로 뒤바꿔 놓을 때 스타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확률은 떨어진다. 성적이 나지 않으니 출전 기회는 줄어든다. 벤치에만 앉아 있으면 경기력이 떨어지니 2군에 보낸다. 감각은 감각대로, 사기는 사기대로 떨어진다. 반면 적은 기회에도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용이한 베테랑 선수들은 이럴 때 빛난다. 다시 비중이 늘어난다. 지난 몇 년간 SK는 이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SK는 3일 현재 리그 2위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구단은 비교적 그림을 잘 그렸다. 코칭스태프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달라진 점도 느끼고 기대할 만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이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서 괜히 토를 다는 이유는, 이 이슈가 시즌 내내 SK를 관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육성과 새 얼굴에 대한 구단의 욕심은 계속 커질 것이다. 중간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재 가진 전력에 만족하기 어려운 현장의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새 활력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1-2군간 이동은 계속될 것이며 최근 며칠처럼 신진급 야수들이 다시 엔트리에서 비중을 높일 시기가 분명히 몇 차례 더 온다는 뜻이다. 상품의 질이 좋아지고, 포장하는 손길의 기교가 좋아져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때도 똑같아서는 곤란하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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