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한 건강식품 회사를 소문난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한 광고 카피다. 눈으로 보여줄 수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그 답답함을 숨기지 않고 호소했더니 소비자들이 반응했다.
자동차 제조사 중에도 비슷한 답답함을 호소한 브랜드가 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다. 이 업체 관계자들은 흔히 말한다. “볼보차를 타고 한번 사고를 겪고 나면 족히 3대는 볼보차를 타게 된다”고.
그랬던 볼보차가 이제는 답답함을 호소하지 않아도 진심이 통하게 됐다. ‘눈’으로 보기에도 ‘럭셔리’ 한 모습의 차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동안 ‘눈에는 보이지 않던’ 속 깊은 럭셔리(사고를 겪어 봐야만 아는)를 갖추고 있던 볼보자동차가 눈으로도 확인이 되는 럭셔리로 돌아왔다. 그 선봉이 ‘올뉴 XC90’이다.

볼보자동차가 ‘럭셔리’를 브랜드의 새로운 기치로 꺼내들었지만 ‘럭셔리’의 기초는 변함없이 ‘안전’이었다.
30일, ‘올뉴 XC90’에 대한 영종도 시승행사 현장에서 볼보자동차 코리아 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다. “흡족한 퍼포먼스도 있고, 고급스러운 외관과 화려한 실내도 확인했습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사운드 시스템도 있는데 이 중에서 볼보자동차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럭셔리’는 어떤 것입니까?” 대답이 나오는 데는 잠시의 고민도 없었다. “볼보차의 핵심 럭셔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안전입니다.”

이날의 시승 프로그램도 ‘눈에 보이지 않는 럭셔리’를 어떻게 보여줄 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모양이다. 사고 상황을 가정한 체험 이벤트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런데 볼보자동차는 이 같은 이벤트를 지난 2009년에 이미 다 해버렸다. 안전과 자율주행에 대한 개념도 안 서 있던 시절이다. 자율주행이 자동차업계의 핵심 키워드가 된 지금, “우리는 벌써 수 년 전부터 하고 있었네”라고 소리내기가 머쓱했다고 한다. ‘안전 외길’을 달려 온 볼보자동차답다.
볼보자동차 관계자가 말하는 ‘올뉴 XC90’은 한 마디로 볼보차가 갖추고 있는 안전 기술의 총아다. 여기에 더해 고급스러운 외관과 화려한 인테리어까지 갖췄다.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가슴 칠 일도 없어 보였다.
▲스웨디시 럭셔리, 그냥 럭셔리가 아니다
‘럭셔리’는 럭셔리인데, ‘스웨디시 럭셔리’다. 화려함이 강조 된 일반적인 럭셔리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볼보자동차는 북유럽 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합리적이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크다. 정열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을 중시하는 뿌리는 깊다.

볼보자동차는 ‘올뉴 XC90’을 두고 ‘스웨디시 럭셔리의 정수’라고 표현한다. 알록달록하게 치장 돼 있지는 않지만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자연과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그런 디자인이다. 한눈에 확 튀지는 않지만 안정적이다. 두 번 세 번만 보면, 진중한 신뢰감을 싹트게 하는 그런 요소가 있다.
‘올뉴 XC90’ 디자인의 기조는 균형미를 바탕으로 한 심플함이다. 그런데 위트도 있다. ‘토르의 망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풀 LED 램프가 대표적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는 힘과 신뢰를 상징하지만 만화적 친근감을 떠올리게 하는 반전의 아이콘이다.
그릴과 앞 범퍼를 총칭하는 프런트 노즈에는 세로모양의 수직 그릴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에도 ‘안전’과 관련 된 별도의 설명이 따른다. 그릴이 수직으로 서 있는 이유는 정면의 보행자와 충돌할 경우 보행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다. ‘올뉴 XC90’에 이르러 그릴에 세로줄이 새겨지기 시작했는데, 89년 볼보자동차 역사상 세로 그릴은 처음이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볼보차의 새로운 플래그십 S90의 디자인에도 세로형 그릴이 들어간다.

뒷 차체를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듯한 LED 리어 램프 디자인은 기존 볼보차에서도 자주 보던 모습이다.
▲태블릿PC 같은 센터페시아, 볼보라 더 놀라워
볼보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센터페시아는 인체 모양의 공조 스위치다.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고전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운전자를 향해 살짝 기운 패널 위에 0~9까지의 숫자버튼이 빼곡히 자리잡고 그 주위를 각종 조작 버튼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랬던 볼보자동차가 ‘올뉴 XC90’에서 버튼을 싹 버렸다. 음량 조절 다이얼과 비상등, 앞뒤 유리창 열풍작동 버튼 몇 개만 남겼다. 그것마저 없으면 심심할 뻔 했다. 나머지는 모두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 송풍구 가운데 세로로 자라잡은 이 디스플레이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태블릿PC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차의 여러 기능을 제어하는 설정 기능, 내비게이션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들이 이 디스플레이 안에 담겼다. 세상이 다 바뀌어도 아날로그를 고집할 것 같던 볼보차의 파격적인 시도는 “올뉴 XC90과 함께 다시 태어 난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헉’ 소리나는 럭셔리, ‘T8 엑설런스’
올뉴 XC90은 디젤 엔진을 단 D5 AWD(8,030~9,060만 원), 가솔린 엔진을 단 T6 AWD(9,390~9,550만 원), 플로그인 하이브리드인 T8의 3가지 모델을 갖추고 있다. 각 모델은 다시 2, 3가지 트림으로 분류 되는데 최상위 트림으로 분류 되는 T8 엑설런스(1억 3,780만 원)의 럭셔리가 놀라움을 준다.
‘T8 엑설런스’는 7인승을 4인승 바꾼 모델이다. 2열 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볼보차의 설명대로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에 앉은 기분을 들게 했다. 팔걸이에는 크리스탈 와인잔도 꽂혀 있었다. 잔은 차량용으로 특별히 만들어져 받침이 없고 구멍에 꽂을 수 있게 다리만 있다. 이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과 전동 쿠션도 있다. ‘눈으로도 보이는 럭셔리’는 ‘T8 엑설런스’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 가정용 220볼트 전기로 충전할 수 있고, 별도 판매 되는 가정용 월박스로 충전할 경우 완전 충전하는데 약 2시간 반이 걸린다.

엔진 유형으로 나눠진 각 모델의 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 트림’과 T8의 엑설런스 트림에는 영국의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인 바워스&윌킨스(B&W, Bowers&Wilkins) 제품이 설치 됐다. 무려 19개의 스피커가 차량 곳곳에 숨어 있는데, 놀라운 수준의 음질을 제공한다. 볼보차는 ‘콘서트 홀 수준의 음질’이라고 했는데, 주행 중에 볼륨을 살짝 높이면 달리는 공간 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정도다. 최상급이었다.
▲그럼 눈에 보이지 않는 럭셔리는?
볼보차의 자랑은 역시 안전이었다. 20개 이상의 안전 특허 기술은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 단계로 발전하고 있었다.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인천대교를 건너 송도 경원재를 왕복하는 시승구간에서 보여 준 볼보차의 반자율주행 기술은 존재감이 뚜렷했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지정 속도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자율 주행’을 이야기하는 차원이라면 이제 기초 기술이다. 올뉴 XC90은 앞 차가 앞에 없어도 지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까지 왔다. 기존의 ACC는 레이더로 앞 차의 존재를 감지해 앞 차가 간 길을 따라가도록 돼 있다.
올뉴 XC90의 ‘파일럿 어시스트2(Pilot Assist 2)’는 한층 정밀해진 카메라가 차선을 인식하고 차가 양차선의 중앙을 달리도록 조향장치를 조작한다. 조향장치에 가하는 토크값이 커져 곡선도로에서도 알아서 차선을 따라간다. 물론 인터체인지 같은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아직 위험하다. 이 시스템의 이름이 '2번째' 버전까지 향상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시스트(보조)’인 이유다.
이 장치를 켜고 달리니 기자가 평소 양 차선의 좌측 선에 붙어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일럿 어이시스트2’는 양 차선 사이의 공간을 50:50으로 나눈 뒤 길의 가운데를 달리게 한다. 그러나 이 기능도 차선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앞차를 따라가는 ‘거리 제어’ 기능만 유지하게 된다.

여전히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럭셔리는 ‘시티 세이프티’였다. 이 기능은 예기치 못한 충돌을 방지하는 긴급 제동 시스템이다.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와 자전거는 물론, 로드킬을 유발하는 동물도 형상을 인식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인지 기술이 한층 진화해 교차로 좌회전 진입시 반대편 차로에서 직진하는 차량과의 충돌 위험도 알아차린다.
물론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때 명령의 순위는 운전자가 최우선이다. 긴급제동을 실시하는 중이라 하더라도 운전자가 급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차는 운전자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시티 세이프티’도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자율 시스템이다.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이 운전자보다는 정확하다는 강점이 있다.
주차 지원 시스템으로는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데, 차량의 전면 후면에 설치 된 4개의 초음파 센서가 공간을 감지하고 주차를 유도한다. 상위트림에 장착 돼 있는 360도 카메라는 차의 사방에 설치 된 4대의 정밀 카메라가 전송한 영상을 하나로 조합해 보여준다. 후방 카메라에는 줌인 기능도 있다.
볼보자동차는 ‘안전’과 관련 된 사양들은 가장 낮은 트림부터 기본 적용했다. ‘속내가 럭셔리 한’ 볼보의 철학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코어를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같은
주행성능은 쫄깃했다. 팽팽하게 탄력적인 서스펜션이 도로환경과 승차 공간을 단절면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단단한 껍질이 코어를 보호하기 위해 바깥 세상을 꼼꼼히 차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디젤 가솔린 모델 모두 2.0리터 4기통 다운사이징 엔진이 얹혔는데 8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디젤 엔진은 압축공기를 따로 공급하는 ‘파워펄스’ 덕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최대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kg.m을 발휘하는 D5는 엔진음이 들리긴 했지만 귀에서 멀찍이 있었다.

T6의 가솔린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동시에 적용해 최대 출력 320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운전 모드를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로 선택해 특성을 달리 할 수 있는데, 가솔린 모델에서는 컴포트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와의 느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컴포트 모드가 경쟁차들에 비해 과하게 유하다는 기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본격 ‘럭셔리’를 표방한 XC90은 2달 동안 사전 계약이 500대가 이뤄졌다고 볼보자동차 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밝혔다. 디젤 모델이 65%, 가솔린 모델이 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15%다. ‘디젤 게이트’ 여파로 디젤 비중이 줄어들고 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로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윤모 대표는 “올뉴 XC90은 유럽차 대비 약 2,000만 원, 경쟁차 대비 약 1,000만 원이 싸게 책정 됐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국내 이상으로 뜨겁다. 올 하반기 1,000대 정도 판매를 예상하는데 내년부터 연간 2,000대를 팔면 프리미엄 수입 SUV 시장에서 선두권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