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FC 서울이 좀 더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도록 만들겠다".
황선홍 감독이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황선홍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현역 은퇴 이후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지도자의 길을 걸은 황선홍 감독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은 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포항 스틸러스의 사령탑으로 활동했다.

길지 않은 감독 생활이었지만 황선홍 감독은 적지 않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포항 시절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FA컵 정상에 올랐고, 2013년에는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수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황선홍 감독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포항에 정착시켜 명성을 키웠다.
지난해 11월 포항과 계약 만료 이후 잠시 축구계를 떠났던 황선홍 감독은 약 7개월여 만에 축구계에 복귀, 오는 29일 성남 FC와 홈경기에서 서울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치른다.
다음은 황선홍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일문일답
▲ 서울의 11대 감독으로 선임됐는데?
- 오랜만에 많은 기자들 앞에 서서 떨리는 마음이 있다. 축구 인생을 시작하면서 커다란 꿈을 가졌다. 코치 때부터 한발씩 그 꿈을 위해 전진했다. 이번 결정도 내 꿈 안에 포함돼 있다. 최용수 감독이 잘 만든 팀을 시즌 중반에 맡는 건 부담도 된다. 그러나 노력을 한다면 부담을 없애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선수들을 믿고 당당하게 해내겠다.
▲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황선홍의 서울 축구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3개 대회에서의 우승 가능성이 있는데 어떤 대회 욕심이 나는가?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는다. 최용수 감독이 서울이라는 팀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축구가 있는 만큼 잘 유지하고 싶다. 섬세하고 빠른 축구가 내 축구 철학이다. 지금보다 서울이 좀 더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도록 만들겠다.
▲ 유럽에서 축구를 보면서 내 팀 사정에 접목하기 어렵다고 했었는데?
- 유럽에 가서도 보고 구경을 했지만 모든 것이 그쪽에 맞다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선수 구성을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우리 선수들에게 안 어울리면 맞지 않은 것이다. 내가 유럽에서 축구를 보고 왔어도 축구 철학을 버릴 수는 없다. 한국 축구를 아시아를 떠나 세계적인 축구와 비교해 경쟁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생각했다. 템포가 빨라야 한다고 유럽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서울에서 템포가 빠른 축구를 하고 싶다.
▲ 최용수의 서울은 스리백 시스템이었는데?
- 완전히 상반된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최용수 감독과 적을 만났을 때는 서울이 좋은 축구를 한다고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서울이 세밀한 축구를 하는 만큼 내가 포항에서 한 축구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적으로는 스리백과 포백의 차이가 있지만 많은 차이는 나지 않는다. 선수들과 소통을 하면 내가 원하는 조직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용수 감독이 중간에 떠났다. 3개 대회 가운데 하나에서든 성적을 내면 절반의 성공이고,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데?
- 우승을 한다면 최용수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즌 중반 좋은 상황에서 팀을 맡는 건 부담이다. 그러나 감독이라는 직업이 안전하고 순탄하게 가는 직업이 아니다. 이것도 도전이다. 좋지 않은 성적을 낸다면 내 책임이다. 두려워서 피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맡은 이상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 서울이 잘하고 있던 부분은 무엇인가? 서울의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서 서울과 많은 경기를 했다. 그때도 완성도가 높은 팀이었는데 지금은 3-5-2 시스템의 완성도를 상당히 높여 잘 만들었다.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트리오는 서울 공격의 상징이자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진이다. 여지껏 해보지 못한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다. 최대한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 어느 한 선수가 앞서나갈 수도 있지만 경쟁도 유도하고 최고의 기량을 끌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잘해줄 수 있다면 서울의 공격력은 리그 최고가 될 것이다
▲ 클럽팀 감독으로 자신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해 서울 감독직을 수락한 것인가?
- 그런 건 아니다. 서울은 수도권에 있고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 그 전에 팀들이 제한적이라기 보다는 서울이라는 팀이 감독들이라면 한 번은 맡아보고 싶은 팀이 될 수도 있다. 서울에 부임해서 성공을 한다는 개념보다 도전을 하고 이런 상황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해가기보다는 맞딱뜨려야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내 능력을 다시 한 번 검증받을 수 있도록 잘 해내갈 생각이다.
▲ 서울은 외국인 선수가 최고인 팀 중 하나인데?
- 서울을 맡은 이유 중 하나다. 내 한계가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있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내 능력을 시험받을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능력만 놓고 보면 서울의 외국인 선수들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시즌 끝까지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포항에서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났다. 서울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일단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 내가 유럽에서 축구를 보면서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독보적인 팀이 왜 없나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원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서울을 선택했다. 선수들이 축구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선수들이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선수단 구성 변화는?
- 구단과 상의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큰 변화는 어려울 수 있다. 일단 선수들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쉬면서 다음 팀을 생각했을텐데?
- 이 자리가 낯설다. 서울의 제안을 받고 당황스럽고 고민했다. 포항에 남아 있는 선수들과 팬들 생각이 나서 짧게나마 고민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뛰고 싶은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팀을 만들고 싶은 것이 프로에서의 꿈이다. 서울이 그런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길로 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 코칭 스태프 구성은?
- 강철 수석코치와 함께할 것이다. 기존 선수들을 파악해야 해서 기존 코치진과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 재미있는 축구라는 이상과 성적이라는 현실이 상충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 것은 축구인으로서 어려운 문제다. 내 축구관은 많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가 첫 번째다. 내가 감독 은퇴할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축구단이 억지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서로의 축구 철학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면 그 안에서 좋은 축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내 축구 철학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겠다.
▲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 전북 현대와 경기 어떻게 할 것인가?
- 안 중요한 경기가 있겠나. 최용수 감독처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다. 서울에 걸맞게 성적과 내용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과 전북을 만나면 물러서고 싶지 않다. 좋은 경기로 승리하도록 준비하겠다.
▲ 서울의 어떤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싶었나?
- 예전부터 이야기 했던 데얀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다. 아드리아노는 작년에 포항에서 영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박주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내 숙제다. 기쁜 마음으로 호흡하고 싶다.
▲ 성남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어제 저녁 성남 경기를 봤다. 부상 선수와 경고 누적 선수가 있다. 미드필더에 누수가 있다. 그러나 복안은 어느 정도 서있다. 훈련 시간이 이틀밖에 없지만 선수들과 잘 준비해서 좋은 추억이 남는 경기가 되도록 하겠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