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집중분석] ‘반환점’ SK, 첫 72경기 성적표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8 14: 04

아직 전반기 종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경기 수만 놓고 보면 SK는 한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전체 144경기 중 딱 절반인 7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첫 72경기는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내비친 어지러운 레이스였다.
SK는 26일 인천 두산전에 승리하면서 첫 72경기를 36승36패, 딱 5할 승률로 끝냈다. 올 시즌 유독 홈에서 우천 취소 경기가 없었던 SK는 삼성(72경기)과 함께 가장 먼저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지난해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5할 승률(리그 4위)로 반환점을 돌았다는 점은 분명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보이는 부분도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부문별로 나눠 살펴봤다.
로테이션 : 5할의 근본적 힘, 라라 가세에 기대

타선 침묵, 불펜의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SK가 5할 승부를 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SK 선발진은 첫 72경기에서 26승2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위 두산(3.82)에 이은 리그 2위였다. 총 403이닝을 소화하며 경기당 평균 5⅓이닝을 들고 갔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리그 상위권이었다.
김광현(7승7패 평균자책점 3.38)과 메릴 켈리(5승3패 평균자책점 3.31)이라는 원투펀치가 시즌 내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박종훈(5승6패 평균자책점 4.66)도 가능성을 내비쳤고 불안한 5선발 자리는 윤희상 문승원이 4승을 합작하며 비교적 잘 메웠다는 평가다. 원투펀치의 위력은 정상급이고, 박종훈 윤희상도 힘을 보여줘 후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투구수 및 전체적인 관리는 이보다 더 잘 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관심은 새로 가세한 외국인 선수 브라울리오 라라다. 라라는 이르면 이번 주말 첫 등판을 가질 예정이다. 150㎞를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좌완 강속구 투수로 기대가 크다. 라라가 남은 72경기에서 5승 이상의 성적을 내며 로테이션에 안착할 수 있다면 SK는 선발의 힘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SK 후반기 성적에 라라가 키를 잡고 있는 이유다.
불펜 : 재정비 필요, 젊은 피 가세효과는?
시즌 전 가장 큰 불안요소로 지적되던 불펜이었다. 정우람과 윤길현의 FA 이적으로 전체적인 전력에 큰 구멍이 났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첫 72경기에서 4.47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3위에 오른 불펜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마무리 자리는 부상에서 돌아온 박희수(2승2패14세이브 평균자책점 2.00)가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스윙맨 몫을 한 채병룡(2승5홀드 평균자책점 2.84)의 역투는 눈이 부셨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으로 올수록 힘이 다소 부치는 모습이었다.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셋업맨 박정배가 흔들렸다. 역시 필승조 투수인 전유수 신재웅 김승회도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네 선수의 평균자책점은 모두 5점대였다. 이 중 박정배와 신재웅은 한 차례 조정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김용희 감독도 불펜 재정비를 시작한 것이다.
네 선수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 것이 급선무인 가운데 전반기 1군에서 많은 활약을 못했던 선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주한 정영일 문광은,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올 서진용이 대표적인 선수다. 이 중 김주한 정영일은 1군 등록 후 가능성을 보여줬고 문광은 또한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더 나은 후반기를 조준하고 있다. 재활 등판을 하고 있는 서진용은 다크호스다. 지난해만한 강력함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에서 부족하지는 않은 SK다. 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 그리고 투수 교체 등 적시적소 배치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타선 : 극단적 롤러코스터, 그래도 오르막 탔다
5월까지는 눈뜨고 못 봐줄 정도의 침체가 이어졌다. 주축 선수들은 부진했고, 기대했던 선수들의 성장은 더뎠다. 홈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타선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모두가 당황스러운 시기였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해처럼 ‘시즌 내내 침체’를 겪지는 않았다. 6월 들어 타선이 살아나며 한숨을 돌렸다.
SK의 6월 타율은 3할3리로 LG(.308)에 이은 리그 2위다. 홈런은 34개나 몰아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의윤이 4번에서 무게감을 잡고 있고, 최승준이 장타 퍼레이드에 가세하며 펀치력이 배가됐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김강민, 5월까지의 부진을 완벽하게 만회한 이재원이 3·8번 타순에 자리를 잡으면서 연결력 또한 좋아졌다. 김성현은 시즌 내내 타격에서는 기복 하나 없는 빼어난 페이스다. 고메즈도 초반 부진에서 일단 벗어나는 등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래프상 상승 곡선이다.
이름값을 배제하고 컨디션 위주로 타순을 짜면서 기어이 칼을 빼든 김용희 감독의 용병술이 늦었지만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상자 관리가 타 팀에 비해 잘 된 점에서 트레이닝·컨디셔닝 파트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다소 부진한 최정과 이명기,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박정권까지 살아난다면, SK도 타선의 힘에서는 한 번쯤 타 팀과 겨뤄볼 만한 힘을 갖출 수 있다.
수비 : 안정화 절실, 후반기 성적 좌우
수비는 여전히 약점이었다. 사실 SK의 DER(수비 효율, 인플레이 타구 아웃 비율)은 리그 1·2위를 다투고 있다. 선수들의 수비력이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책이 결정적인 순간 쏟아져 나오며 ‘수비가 약하다’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는 후반기 72경기에서 떠올려져서는 안 될 이미지다. 수비 안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강민이 돌아와 중견수 자리에 다시 터를 잡은 외야 수비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결국 고메즈와 김성현이 지키는 키스톤 자리, 그리고 포수 수비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김성현이 2루에서는 리그 정상급 수비율과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고메즈의 유격수 자리가 최고 화두다. 고메즈는 56경기에서 13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수비만 놓고 보면 낙제점이다. 고메즈가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SK는 계속 시한폭탄을 안은 채 후반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포수 자리도 선방하고 있지만 좀 더 발전이 필요하다. 정상호의 이적으로 이재원 김민식 두 선수의 수비력에 의구심이 컸지만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잘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도루 저지율(이재원 0.353, 김민식 0.348)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재원의 휴식 시간을 적절히 안배해주는 전략도 필요하다.
주루 및 작전 : 엉망진창,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시즌 중 가장 나빴던 부분이다. 김용희 감독은 뛰는 야구를 추구한다. 그러나 지난해 경험을 통해 “현재 SK에서는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올해는 단독 도루보다는 작전을 통해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타이밍, 그리고 선수들의 작전 수행 미스로 무수한 실패만 쌓여가고 있다. 적어도 72경기만 놓고 보면 SK는 주루 관련 작전은 안 하니만 못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타선이 살아나고 있지만 홈런이 매일 나올 수는 었다. 때로는 번트나 주루 플레이를 통해 1점을 짜내야 할 날도 반드시 온다. 전반기 무수한 실패에서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돌려 말하면, 현재 SK의 야구에서 가장 발전과 보완의 여지가 큰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여기서도 발전할 수 있다면 타선의 힘이 배가될 수 있다.
현재 SK의 선수들은 대부분 그린라이트를 가지고 있다. 벤치에서는 “뛰라”는 사인보다는 “지금은 뛰지 말라”라는 사인을 보내는 빈도가 더 많다. 결국 도루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하다. 많이 실패했던 런앤히트 등 작전의 세밀화는 벤치의 몫이다. 김용희 감독도 26일 인천 두산전 승리 후 “하지 말아야 할 플레이가 너무 많이 나왔다. 보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뿐만 아니라 향후 팀 전력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더 물러설 곳도 없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