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치열한 공기를 만들어왔던 두 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넥센과 LG가 13일부터 준플레이오프 일정에 돌입한다. ‘지하철 시리즈’의 균형추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어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누가 이기든 상처를 안은 채 마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정규시즌 성적은 3위 넥센이 앞섰다. 4위 LG보다 5.5경기를 앞선 채 일찌감치 3위를 확정짓고 준플레이오프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4위 LG도 자신감이 있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10승6패로 앞섰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를 치른 것치고는 마운드 손실이 크지 않았다. 극적인 승리로 팀의 사기가 올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포지션별 비교에서도 어디가 확고한 우세를 점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진이다. 세밀함과 기세 싸움이 될 수 있다. 포지션별 기상도를 간단히 살펴봤다.
선발진 : 백중세

넥센은 3명(맥그레거, 밴헤켄, 신재영)으로 간다. 와일드카드 2경기를 치른 LG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4명(소사, 우규민, 허프, 류제국)의 선발 투수가 차례로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LG 쪽이 좀 더 두껍게 느껴지기는 한다. 피로감도 3명이 던지는 넥센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류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투수는 넥센을 상대로 그다지 재미를 못 봤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다만 넥센도 불안감은 있다. 2·5차전 등판 순번인 밴헤켄이 시즌 막판 힘이 다소 떨어진 기분이었다. 신재영은 첫 포스트시즌이다. 1·4차전 선발인 맥그레거의 어깨에 꽤 많은 것이 달린 시리즈다.
불펜진 : LG 근소 우세
넥센은 올 시즌 구원왕(김세현)과 홀드왕(이보근)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마정길 오주원 김상수까지 포함해 필승조는 그럭저럭 좌·우·사이드암 구색을 갖춘 모습이다. 그러나 셋업맨인 김상수와 이보근이 LG에 유독 약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LG에 강했던 박주현이 변수가 되겠지만 역시 큰 경기의 중압감은 지켜봐야 한다. 생각보다 운영이 중요한 불펜이다. 물론 LG도 몇몇 셋업맨이 넥센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두껍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몸 풀기 수준으로 체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봉중근 이동현이라는 베테랑 투수들까지 가세한다면 근소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포수 : 백중세
박동원은 다소 부침이 있는 시즌을 보냈다. 공격에서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벌써 두 시즌 연속 넥센의 안방을 지켰다. 안정감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다는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LG는 정상호와 유강남이 번갈아가며 안방을 지킬 가능성이 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눈부신 리드를 보여준 정상호는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다만 두 팀 포수진 모두 전반적으로 공격력이 뛰어난 축은 아니라 공격에서의 공헌도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박동원은 박동원대로, LG 포수들은 LG 포수들대로 리드에서의 장·단점이 있어 확고한 우위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넥센 백업 포수진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1루수 : 넥센 근소 우세
LG는 정성훈과 양석환, 넥센은 채태인과 대니 돈이 1루를 번갈아가며 지킬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른 플래툰이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성훈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자신의 기본적인 몫은 해낼 공산이 있다. 다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배트가 다소 무거워보였던 양석환은 미지수. 이에 비해 넥센은 채태인, 대니 돈이 모두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지만 중장거리포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일발장타의 기대감은 좀 더 높다. 선수층을 고려하면 넥센이 약간의 우세를 지닐 수 있는 포지션이다.

2루수 : 넥센 우세
서건창(넥센)은 올 시즌 182개의 안타를 치며 ‘안타 제조기’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시즌 막판 10경기 타율이 4할2푼9리에 이르렀다. 여기에 푹 쉬고 준플레이오프를 맞이한다. 휴식기가 있었던 만큼 무릎에 몸이나 체력에 큰 이슈는 없을 것이다. LG를 상대로 한 최근 3년 타율이 3할4푼7리에 이른다는 점에서 넥센 상위타선의 핵심이라고 할 만하다. 손주인 또한 경험이 많고 정확성을 가진 좋은 2루수지만 서건창만한 안타 생산 능력과 발을 가지지는 못했다.
유격수 : 백중세
이번 준플레이오프 매치업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 모을 만한 곳이다. 올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놓고 경쟁하는 김하성(넥센)과 오지환(LG)이 정면충돌한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나란히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토종 유격수 계보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김하성은 장타력과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실책 2개의 악몽을 빠르게 떨쳐낸 오지환 역시 펀치력이 있는 유격수다. 수비에서도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고는 볼 수 없다. 당일 컨디션과 결과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3루수 : 백중세
올 시즌 전체적인 누적 성적만 놓고 보면 루이스 히메네스(LG)가 김민성(넥센)의 숫자보다는 나아 보이는 게 사실. 다만 히메네스의 후반기 페이스가 뚝 떨어진 것이 감점 요인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방망이가 시원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약점이 다 노출된 상황에서 히메네스가 이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키 포인트다. 김민성도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갖췄다. 올 시즌 90타점을 기록했다. 히메네스와는 다르게 시즌 막판 컨디션도 괜찮았다. 호시탐탐 포지션 우위를 노릴 수 있는 위치다.
좌익수 : 넥센 우세
이천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예상보다 견실한 모습을 선보였다. 빛나지는 않았지만 팀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은 떨쳐냈다. 성장세는 분명 LG 팬들을 기쁘게 하는 선수다. 그러나 넥센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안타생산능력을 발휘한 선수 중 하나인 고종욱이 좌익수 자리에 버틴다. 올 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3할3푼4리, 176안타를 기록했다. 도루도 28개를 추가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고종욱이 상위타선에서 살아나야 넥센 공격도 활발하게 잘 풀릴 수 있다.
중견수 : LG 근소 우세
임병욱은 넥센 외야의 미래로 불린다. 좋은 수비력을 갖췄고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다만 그런 큰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첫 시즌인 올해는 공격 쪽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LG에 철저히 약했던 정규시즌을 돌아보면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획기적인 반전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비만 잘해도 성공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을 법하다. 반면 LG는 김용의가 워낙 넥센을 상대로 잘 쳤다. 정규시즌 넥센전 상대 타율이 무려 5할4푼3리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낸 끝내기의 감도 살아있다. 기대를 걸 만한 선수다.

우익수 : 백중세
채은성은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LG 야수진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 넥센을 상대로는 타율 3할5푼8리를 기록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자신감 있게 시리즈에 임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후보 중 하나다. 이에 맞서는 넥센은 베테랑 이택근이 우익수 자리에 포진할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127경기에서 타율 3할9리를 기록했다. 한창 좋을 때의 기록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건재한 기량이다. 경험도 풍부하다. 패기와 경험이 정면충돌하는 포지션이 될 것이다.
지명타자 : LG 우세
박용택은 여전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충분한 예열을 마쳤다. 안타가 되지 않았어도 타구질이 좋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워낙 경험이 풍부한 선수라 언제든지 상대 마운드의 전략을 역으로 찌를 수 있다. 이에 맞서는 대니 돈이나 채태인은 박용택에 비하면 좀 더 스윙이 큰 선수들. 일발장타가 터진다면 충분히 자신들의 몫을 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는 팀 공헌도가 다소 떨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 방’의 변수는 있으나 박용택의 컨디션이 좋다면 우세를 논해볼 만한 매치업이다.
수비 및 주루 : 넥센 우세
LG는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추구했다. 상대를 허를 찌르며 보기 좋게 성공한 작전들도 더러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막판 빛난 것은 방망이보다 발과 수비였다는 점을 생각하자. 다만 이런 LG의 모습은 이미 넥센이 먼저 밟고 만들고 있었던 장점이다. 완성도는 아무래도 넥센 쪽이 다소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서건창 고종욱을 필두로 한 도루 능력이나 선수단 전반의 주루 플레이 완성도는 넥센이 좀 더 낫다. 수비 또한 적어도 LG보다는 뒤질 것이 없어 보인다. 전체적으로 견고하다.
벤치 : LG 우세
넥센의 가장 큰 단점은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격차다.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는 것은 염경엽 넥센 감독도 인정한다. 이번 28인 엔트리에 승선한 어린 선수들은 사실상 경기에 나가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전이라 주전 의존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여건은 되지만 다양한 경기 상황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의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고른 LG가 이 부문은 나을 수도 있다. 투·타 모두 그렇다. 결국 LG는 이런 장점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업셋’에 이를 수 있다. 과감하고 세밀한 작전, 수행이 이번 시리즈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틈을 파고들어야 하는 LG, 이를 막아야 하는 넥센. 양팀 감독의 지략 대결에서 많은 것이 갈릴 시리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