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는 롯데, LG, 넥센, NC, kt 5개팀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OSEN 취재진은 5개팀을 순회하며 캠프 현장을 취재 중이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5개팀 감독과 '10문10답' 시리즈를 준비했다. 네 번째 주인공은 김진욱 kt 감독이다.
캠프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조금 뒤에서 지켜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선수들이 쉴 때는 뒤에서 다가와 어깨를 주물러주는가 하면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해설위원에서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 감독은 모든 질문에 달변으로 답하느라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감독들 중 최장 시간. 김 감독은 "2년간 최하위였던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며 "젊고 빠른 공을 지닌 불펜이 강점이다"로 했다. 관심사인 장성우의 기용에 대해 "실력보다 품행과 인성이 먼저다. 적절한 시기에 공개석상에서 장성우와 함께 공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새로운 팀을 맡아 새로운 장소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느낌은 어떤지.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과 빨리 소통하며 '즐겁게 야구하자'는 메시지를 줬다. 그때 봤던 희망들이 캠프에서 시작이다. 2주간 지나고 있는데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할 것이 많다고 고민도 했는데. 2주가 지난 시점에서는 희망이 훨씬 많다. 우리 선수들이 많이 좋아지고 있고 믿음이 간다."
2) 지난 2년간 kt는 첫 해 옥스프링을 제외하곤 외국인 투수들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 로치와 피어밴드 두 외인 투수를 확정했다. 피어밴드는 고심하다가 재계약을 했는데, 외인 투수들을 올해는 기대해도 될까.
"감독직을 수락한 뒤 요청한 부분이 외부 FA 보다 외국인 영입에 더 공을 들여달라고 프런트에 부탁했다. 우리 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은데 이들을 선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 외국인 투수가 1~2선발로 책임지며 젊은 선발들을 끌어줘야 한다.
로치는 사실 2선발로 영입했다. 1선발을 괜찮은 투수로 찾다가 마지막에 성사되지 못해 피어밴드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피어밴드가 한국에서 보여준, 검증된 부분도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로치는 우리는 좋게 평가하는데, KBO리그에 적응해야 한다. 여러 변수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1선발은 피어밴드가 맡아야 하는가?) 현재로서는 구분이 없다. 개막전이 SK전이니까 두 선수 중 한 명이 선발로 들어가는데 아직 결정은 못했다. 두 선수를 놓고 어느 쪽으로 갈지 투수코치와 상의 중이다."

3) 이제 외국인 선수의 신생팀 특혜가 없어졌다. 외국인 선발은 이제 2명이다. 3명의 토종 선발은 어떻게 되는가. 지난해 주권(26경기)과 정대현(22경기)이 가장 많이 선발로 나왔다.
"신생팀 혜택으로 투수 3명, 타자 1명을 외국인으로 뒀는데, 장점도 있는 반면 단점도 더 많았다. 단점은 외국인 투수 3명이 모두 고만고만한 선수들이었다. 확실한 에이스감을 영입하지 못했다. 또 외국인으로 선발 3자리가 되면서 두 자리 갖고 젊은 토종 투수들을 육성시키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3명의 외국인도 제대로 선발 노릇을 못해서 이도저도 안되고 총체적 난국이 됐다.
주권이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올해도 한 자리는 확실해 보인다. 정대현, 정성곤, 이상화, 심재민, 고영표까지 경쟁 구도로 선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선발이 되더라도 30경기 선발은 아직 힘들다고 본다. 경쟁자들 중 3-4명이 선발로 시즌을 치른다면 선발 운영에는 수월할 것 같다.
(토종 선발을 돌아가면서 기용한다는 것인가?) 토종으로 4명 정도 선발이 되면 좋겠다. 한 번 선발 던지고 1군 엔트리 빼고, 다시 돌아오면 선발 던지고 빠지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6일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선수들도 선발로서 조절이 가능할거다.
선발에서 잘 안 되면 불펜으로 한 두 번 했다가 다시 선발로 오는 것은 지양한다. 선발-불펜을 왔다갔다하는 것은 선수에게도 루틴이 없어진다. 선발이 잘 안 되면 2군으로 내려가서 선발 준비를 계속시킬 것이다."
4) 장성우는 청백전에서 뛰고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 올해 기용할 것으로 보는데.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어느 시점에서 언론이나 대중에게 공개적인 사과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장성우에게 특별하게 주문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취임하면서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했다. 장성우에게 바라는 것은 기량이나 실력이 얼마나 팀에 도움되느냐는 둘째다.
훈련이나 모든 것에서 첫째는 동료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출발하는 날부터 직접 짐을 나르고, 언행에서 달라진 점이 많다. 반성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외에도 팬들과 다른 관련자에게도 잘못을 빌고, 그분들이 진심으로 용서해줄 때까지 스스로 변해야 한다. 더불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사회인으로 가져야 하는 품행과 인성에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야구 잘하고 못하고는 관계없다.
시즌 들어가기 전에 장성우 본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내가 장성우와 함께 공개석상에서 사과하고 앞으로 장성우를 책임지겠다."

5) 핫코너가 약점이었는데, 외국인 타자 모넬로 1루수를 맡긴다. 그렇다면 3루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외야수인 김사연도 3루수로 연습한다고 들었다. 군 제대한 정현도 3루수로 나서고 있다.
"리스크가 1루와 3루 동시였다. FA 황재균(3루수) 영입도 시도했지만, 한 자리를 외국인 아니면 FA로 채워지면 한 자리는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FA 보다는 외국인 선수 비중을 높이자고 해서 3루도 외국인을 물색하고 파악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1루수로 모넬을 선택했다.
정현과 김사연이 경쟁하고 있다. 심우준도 유격수와 3루를 병행한다. 이전에 김연훈이 백업으로 좋은 역할을 해줬다. 누군가 주전이 되겠지만, 그 선수가 풀타임으로 되지는 않을 거라 본다. 아직은.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라.
정현은 공수에서 괜찮다. 김사연도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타력도 있고, 베이스러닝도 장점이 있다. 두 선수의 기량이 올라오면 팀으로서는 바람직하다. (김사연은 내야가 잘 안 돼 외야로 나갔다. 다시 내야로 돌아오는데) 본인이 흔쾌히 내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고맙다."
6) 조무근, 장시환이 2015년에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가 지난해는 부진했다. 꾸준하지 못했다. 지난해 김재윤이 있어서 그나마 불펜이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는 어떻게 준비하는가.
"사실 kt에서 가장 강한 부분이 불펜이다. 젊은 선수들이 빠른 볼을 갖고 있다. 점수를 지킬 능력이 된다. 큰 무기라고 본다. 조무근은 첫 해 투구수가 많았고, 풀타임 경험이 없어서 한 시즌을 잘 하고 지난해는 쉬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지금은 잘 회복하고 있다. 장시환은 WBC에 가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올 것이고.
수술 후 재활을 거친 최대성이 지금 캠프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성까지 가세한다면 빠르고 힘있는 불펜을 구축할 수 있다."
7) 올해 kt는 적극적인 투자를 선언하는 듯 했으나 실제로 FA나 외국인 선수에 투자가 소극적으로 끝났다. 감독으로서 투자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기 마련일텐데.
"음. 결과적으로 투자가 크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감독으로서 구단의 준비과정과 논의과정을 알 수 있다. 소극적이지는 않았다. 외국인 선수 측정 금액도 괜찮았다. 돈을 준비했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 되지 않아, 밖에서 볼 때는 소극적이라고 할 것이다.
속사정을 다 오픈하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소극적이진 않았다. 좋은 선수 마다할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육성과 같이 kt의 시스템을 만들자는 생각이다. 외부 전력보강도 좋지만, 구단에 2군에서 인프라 구축을 하자고 얘기도 했다. 사실 kt가 단기간에 우승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좀 더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팀이다. 올해는 선수들에게 성장하는 계기만 만들어주자. 3년, 5년 중장기 계획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8) 이전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근거는 없지만 최하위는 하지 않을 거 같다', '분위기만으로 7~8승 상승 효과 기대한다'는 말을 봤다. 캠프에서 선수들의 기를 살리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너무 장밋빛은 아닌지.
"(웃음). 언급대로 맞다 그런 의도도 있다. 경험이 많은 코칭스태프들이 있지만 개개인의 기량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분위기를 바꿔서, 마음을 바꿔준다면 훨씬 더 플러스 효과가 있다.
해설하면서 많이 느꼈다. 두 팀이 경기하는데, 개관적인 전력을 비교해서 보면 결과는 전력이 강한 팀이 꼭 이기는 것은 아니더라. 팀 문화도 중요하다. 강팀의 공통점 중 하나가 팀 분위기,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좌우하더라. kt는 어렵게 창단하고, 2년간 성적이 안 좋아서 선수들이 분위기에서 많이 저하된 상황, 흥이 날 수가 없다.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9) kt가 최하위를 안 할 자신있다면. 어느 팀이든 최소 한 팀은 끌고 내려와야 한다. 어느 팀을 예상하는가.
"하하. 그건 모른다. 지도자 시절에 개인적으로 시즌을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 전력과 상대 예상 성적을 뽑아본다. 선발, 중간, 필승조, 마무리, 내외야 수비력, 주루, 중심타선 파워 등 모든 것을 따져 종합 평점을 매긴다. 코칭스태프 능력, 팀 분위기, 소문으로 듣는 프런트-코칭스태프 분위기까지. 매번 뽑았던 예상이 많이 맞았다.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단, 시범경기 끝나고 나서 채점을 해 본다. 지금은 이르다."
10) 그렇다면 올 시즌 승리, 승률 등 목표가 있다면.
"올해는 정말 안 정할 것이다. 전력이 강한 팀은 목표를 정하고 시즌 시작하면서 맞춰 나간다. 그러나 우리 전력은 그렇게 안 되기에(약해서) 무언가 정해 놓으면 그기에 빠져들어 안 된다.
지난해 막판 해설하면서 한화와 kt는 내년에 플러스 20승은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해설하는 입장이었다. 몇승, 승률, 순위, 승수는 정하지 않는다. 부담을 안 줘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다들 당연히 kt가 최하위라고 예상하는데, 시즌이 끝나고 나서 '와 할 수 있네' 이런 분위기만 만들어도 좋겠다. kt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orange@osen.co.kr [사진] 투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