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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데뷔 30년차 한갑수에 찾아온 선물, ‘미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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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지혜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연기자로 산지 얼마나 됐느냐 묻는 질문에 배우 한갑수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더니 “그러고 보니 올해가 데뷔한 지 30년이 된 해”라며 깜짝 놀라 외쳤다. 30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왔던 한갑수에게 선물이라도 주어진 걸까. 그는 ‘불어라 미풍아’를 통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됐다.

배우 한갑수는 지난 달 26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김대훈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0살 지능으로 돌아간 비운의 캐릭터지만, 악녀들의 악행에 ‘사이다’를 날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캐릭터 이름은 몰라도 ‘아바디’라고 말하면 모두가 알아듣는 배우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저도 이런 좋은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고, 그래서 처음에는 왜 이렇게 좋게 봐줄까 궁금하기도 했다.(웃음) 고민해봤더니, 제가 잘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정말 잘해줬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더라. 신애 역의 (임)수향이나 마청자 역의 이휘향 선배님이 워낙 악으로 치닫는데 제가 사이다를 쳐주니 시청자들이 더 애정을 주고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 그들이 잘했기 때문에 제가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을 향한 반응마저도 주변 사람에게 공을 돌리던 한갑수는 “처음에는 정말 떨렸다”고 ‘불어라 미풍아’의 첫 녹화 날을 떠올렸다. 가뜩이나 연극배우인 그에게 카메라 연기는 낯선데, 거기에 중간투입이라 해도 될 만큼 후반부에 그의 출연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갑수는 그 때 힘이 된 것이 임수향이라고 말했다.

“쫑파티 하는 날 수향이가 ‘갑자기 투입돼 정말 떨렸다’고 말했다. 저도 그랬다. 첫 세트 촬영할 때 긴장해서 몸이 떨렸고, 땀방울이 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향이가 ‘선배님 긴장하는 걸 보면서 저도 동감했다’고 말해줬다. 그걸 듣고 ‘누구나 그렇구나’라고 생각이 됐다. 나중엔 사람들과 다 친해지면서 현장이 편해졌다.”

배우 이휘향은 한갑수에게 ‘멘토’와 같은 존재였다. 한갑수는 “선배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며 이휘향에 대한 극찬을 늘어놨다.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남매로 만난 이휘향은 이번 작품에서 재회한 한갑수에게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물심양면으로 그를 챙겨줬다고.

“제가 방송 연기를 많이 안 했는데, 이번엔 역할도 극적이어서 연극배우 스타일의 연기가 나오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럴 때 마다 이휘향 선배님이 괜찮다며 다독거려줬다. 정말 많이 챙겨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셔서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변희봉 선생님을 비롯한 덕천네 가족이 다들 제게 잘해주셨다. 나중엔 수향이가 ‘아바디는 아내와 딸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다 저랑 정들겠어요’라며 웃더라. 정말 다들 많이 챙겨줘서 고마웠다.”

한갑수는 ‘불어라 미풍아’의 김사경 작가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별다른 인연도 없었지만, 김사경 작가는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연기하는 한갑수를 보고 캐스팅을 했다고. 한갑수는 “쫑파티 날에 작가님 얼굴을 보는데 힘들었던 집필 과정이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며 회상했다. ‘불어라 미풍아’가 시청자를 답답하게 한 것도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한갑수는 “작가 선생님을 이해는 한다”고 설명했다.

“첫 리딩 날, 엘리베이터에서 작가님을 처음 봤는데 저는 얼굴도 몰라서 인사도 못했다. 제게 먼저 ‘내가 불어라 미풍아 작가다’라고 인사를 해주시더라. 작가 선생님을 이해한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시청자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글 쓰는 게 힘들기도, 책임이 따르기도 하는 작업인데,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저 이런 기회를 내게 준 작가와 연출 선생님께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무한반복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야말로 ‘불어라 미풍아’는 한갑수에 찾아온 기회의 선물이었다. 최근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 물으니 “길을 가도 알아봐준다”며 기뻐했다. 특히 시골의 어머니께서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준다며 기뻐했다고 한갑수는 해맑게 웃었다. 그는 “주변 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라며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저 혼자 잘한다고 될 일인가.(웃음) 제가 인지도가 있는 배우도 아닌데, 이런 기대도 안 한 큰 역할을 준 게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때로는 10살 지능의 연기를 한 게 임팩트가 커서 그 이미지가 남지 않을까, 당장 다른 작품 캐스팅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변희봉 선생님이나 이휘향, 금보라 선배님 같은 분들이 ‘옛날과는 다르다,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주변에서 ‘다음 작품 뭐하냐’며 바빠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아직은 들어온 작품이 한 개도 없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한갑수. 이 기세를 몰아 올해 더 다양한 작품에 얼굴을 내미는 게 한갑수의 2017년 소망이다. 걱정은 넣어둬도 될 듯하다. 데뷔 30년 만에 선물 같이 찾아온 ‘불어라 미풍아’로 이미 그의 진가를 만천하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의 빛나는 2017년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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