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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커피 한 잔①] 윤박 "스타가 꿈? NO, 여든 살까지 연기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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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나희 기자] 배우 윤박은 볼 때마다 놀라운 이다. 마냥 핸섬한 훈남인 줄 알았더니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역을 소화해내고, 또 어느새 연극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윤박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3일간의 비'(연출 오만석)에서 극중 워커와 네드라는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예민한 방랑자인 아들과 순한 말더듬이인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것. 

무엇보다 그의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2012년 드라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데뷔한 그는 우리가 예상한 범주를 깨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 중이다. 이에 '3일간의 비'를 통해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OSEN이 최근 대학로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이하 윤박과의 일문일답.

Q. 이제 곧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떤가요?

"5월부터 만나서 3개월 반 정도 선배들하고 시간을 보냈는데 공연이 끝나는 아쉬움도 크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요. 다들 초연이라는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셔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요."

Q. 작품이 다소 어렵다는 평이 있었어요. 본인은 처음에 이해가 잘 됐나요?

"처음에 대본 작업할 땐 힘들었어요. 런 돌 때도 이해가 안 됐고요. 지금도 하면서 바뀌는 부분이 있어요. 대화를 통해서 간격을 좁혔던 것 같아요. 원작에 있는 의미와 한국에서 올렸을 때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각색했을 때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서요. 결국 서로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 간 것 같아요. 관객들한테 작품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싶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이상은 강요하면 안 된다는 느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걸 제대로 전했다면 감사한 거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도 그게 바로 공연의 또 다른 좋은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Q. 대사량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워커&네드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맞아요. 만석이 형이 대사 외우라고 압박을 주섰어요.(웃음) 제가 초반에 빨리 외우려고 했는데 중간에 촬영 때문에 4~5일 못 나왔더니 (같은 역할을 맡은) 최재웅 형이 1막을 다 외워버린 거예요.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엄청 열심히 외웠죠."

Q. 연극계 베테랑인 최재웅씨와 같은 역할을 맡았는데 신경 쓰인 점이 있나요?

"그냥 배웠어요. 형은 감정선을 떠나 기술적인 부분이 베테랑이기 때문에 정말 좋은 부분이 많아서 제 연기에도 적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어요. 근데 안 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선배님의 힘이 있는 느낌? 그래서 제 런이 끝나면 코멘트를 적고 형 런이 끝나면 또 적고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연출님이 어떤 부분을 칭친하고 지적했는지 같은 것들이요. 제 스스로 해보자 하는 것도 적었어요. 제가 아직 많이 모자라니 형의 좋은 점이 많이 배우려고 했죠. 전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 그런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Q. 상대역인 이윤지씨가 '윤박의 워커는 안아주고 싶다'고 표현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생이라서 그런가 봐요. 워커의 대표적인 성향이 예민하고 사고를 칠 것 같은 이미지인데 어느 순간만큼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어요. 독백을 하는 부분인데 그 순간만큼은 완전 예민을 빼고 워커의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바라봐 준 것 같아요. 이윤지 누나와 서현우 형이 저희 팀인데 되게 얘기도 많이 하고 술도 마시고 장난도 치고 그랬어요. 사석에서도 힘이 되어줬죠. 저희가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가 없으니까 서로 의지하면서 버틴 것 같아요."

Q. 극중 워커가 게이 설정인데요. 따로 준비한 디테일이 있을까요?

"워커가 게이긴 하지만 그걸 보여주려고 제스처나 말투를 바꾸진 않았어요. 하나 만든 건 있어요. 1막 워커의 게이 설정이 '2막의 네드도 게이일지도 몰라'라고 의심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워커가 핍을 좋아했으니까 네드도 테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느낌이오. 알고 보니 네드는 테드가 아닌 라이나를 좋아했지만요. 초반에 그런 오해를 드리려고 테드가 침대에 누웠을 때 그의 허벅지 쪽에 손을 대며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죠. 극 전체로 봤을 때 애매모호하게 만들려고요."

Q. 극중 네드는 말더듬이에요. 연습을 하면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말을 안 더듬으려고 했어요.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술에 안 취했어'라고 연기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에요. 실제로 말 더듬는 사람도 말을 안 더듬으려고 하잖아요. 그게 제일 중점인 것 같아요. 네드는 라이나에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말과 생각은 있는데 안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호흡이라고 생각했죠. 극중 네드가 치료를 할 때 호흡법을 받는다고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이론적인 게 머릿속에 있어도 실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찾았던 것 같아요. 이미 마음과 몸은 가고 있지만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죠."

Q. 결국 결말은 어떤 거였나요? 천재는 테오인가요? 네드인가요?

"모든 장치들이 네드이길 바라지만 결국 천재는 테오인 거예요. 테오의 아이디어를 네드가 그린 거니까요."

Q. 1인 2역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워커와 네드는 캐릭터가 분명히 달라서 괜찮았어요. 아마 핍과 테오는 연기하지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캐릭터가 비슷한데 다르게 표현해야 하니까요. 아! 그래도 힘든 점이 딱 하나 있긴 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머리를 바꾸고 옷을 갈아입는데 힘들더라고요.(웃음)"

Q. 연극 무대를 꾸준히 찾고 있는데 무대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나요?

"우리가 하는 거에 대해 관객들이 즐거워해주고 반응해 주는 거에 힘을 얻어요. 실수를 해도 흘러가는 게 매력적이고요. 제 실수로 인해 당황할 수도 있을 텐데 잘 끌어가고 잘 넘어가고 현장성이오. 그게 잘 맞는 것 같아요."

Q. 데뷔 이후 꽤 빠르게 인지도를 높인 편인데요. 본인이 꿈꾸던 미래와 많이 부합하나요?

"전 너무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사실 옛날에 대학교를 갓 졸업했을 땐 스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없어지다 보니까 '내 목표만 잘 이뤄내면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성공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게 됐죠. 작품적인 선택들이 후회만 안 되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현제 재 목표는 여든 살까지 연기하는 거예요."

Q. 그렇다면 앞으로 윤박씨가 출연해보고 싶다고 장르나 작품이 있나요?

"60~70년대의 시대극이오. 연극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시대극이 좋더라고요. 지금 세대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들을 그때 당시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행동하고 연기하는 게 관심이 가요. 그때 당시의 사고와 방식을 공부하고 배워서 연기하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Q. 사람들이 윤박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기억해주길 원하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봐주시는 분들이 평가하는 거라 어떤 답을 기대하지 않아요. 전 묵묵히 제 걸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열심히 하는데 기왕이면 잘 하고 싶고요. 어떻게 봐주시던 그 평가들이 당시 제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만 살고 싶어요. 그래도 기왕이면 연기를 잘 했으면 좋겠고요."

Q. 끝으로 윤박씨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제가 사인과 사진을 안 찍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낯을 많이 가린 거예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낯을 안 가리게 되면 더 열심히 사인과 사진, 그 외에 모든 것을 다 해드릴게요. 이번 '3일간의 비'는 초연인데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이런 연극도 있구나' 싶은 추억을 남기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공연까지 많이 찾아와주세요.(웃음)"

한편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오만석이 연출을 맡았으며, 이윤지, 최재웅, 윤박, 최유송, 이윤지, 이명행, 서현우 등이 1인 2역을 연기해 호평받고 있다. / nahee@osen.co.kr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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